화천 길광섭, 고추, 오이, 양배추 등 다품종 6,000평, 유기농 40년차

 길광섭님의 농장 진입로에는 아름다운 꽃길이 가꾸어져 있다. 100여 미터의 꽃길을 따라 농장에 들어서면 단정한 한옥이 자리 잡고 있고 한옥 한편에는 작은 보트도 한대 놓여져 있다. 6,000평이 넘는 작지 않은 규모의 농장을 풀 한 포기 없이 정갈하게 가꾸어가면서도 길광섭님은 낚시를 즐기고 사모님은 꽃 가꾸는 취미를 포기하지 않는다. 

 두 분이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부부 노동력만으로 농장을 가꿀 때는 새벽 네 시에 일어나 밥 두 공기를 먹고 나가서 일을 시작하고 점심, 저녁때도 밥 두 공기씩 먹고 밤 11시, 12시까지, 그야말로 '밥만 먹고 일만 하는' 세월이 수십 년이었다. 일이 너무 많아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했는데 그 뒷바라지를 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외국인 노동자들도 휴일에는 쉬는데 부부는 일 년 내내 일만 하고 사는 것은 왠지 아니다 싶었다. 이렇게 뼈 빠지게 일해서 돈 벌어봤자 일하느라 망가진 몸 고치려고 병원에 다 갖다 바치면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어 부부가 돌아가면서 하루씩 쉬기로 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더 고용하고 길광섭님은 낚시를 시작했고, 사모님은 꽃 가꾸기 시작했다. 일 년 내내 일만 하고 살다가 여가 활동을 시작하고 나니 삶의 질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농수산 대를 졸업하고 7년째 농사를 같이 짓고 있는 딸까지 힘을 보태면서 세 가족이 각자의 취미활동을 하면서 농장은 농장대로 정갈하고 실속있게 관리를 하니 삶의 여유가 생겼다. 

 보통 농촌 사회에서 남자들은 가끔 사회활동 한다고 밖으로라도 나가지만 집에서 살림하면서 농사일까지 감내하는 여성 농민들에게는 반드시 취미활동과 여가가 필요하고 그것을 남성 농민들이 보장해 줘야 한다고 길광섭님은 강력히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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