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ww.jadam.kr 2003-10-15 식생활 변화로 얼굴과 체형이 가냘퍼지는 현대인들

- 너무 많은 혈액검사 수치의 이상

나는 금년 3월까지 지바 현 적십자 혈액센터에 근무하던 의사로 헌혈자의 검진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 사람으로부터 혈액을 채취하여 본인의 건강에 지장은 없는지 또한 채취한 혈액을 안심하고 다른 환자에게 수혈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그 목적을 위하여, 헌혈실에서는 그 자리에서 나오는 혈액검사의 모든 수치를 검토하여 왔는데 98년 5월에 입사한 이래 젊은 헌혈자들의 수치에 너무나 이상이 많은 것에 놀랐다. 헌혈자들은 건강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헌혈하러 오겠지만 그 건강은 겉보기뿐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고지혈증, 지방간, 알콜성 간 장해 등 여러 가지 이상을 보였으나 그 중에서도 특히 젊은 층에 빈도가 높았던 것은 ‘잠재적 철 결핍’이었다. 이것은 적혈구라는 혈액 중 세포의 평균 크기(MCV)가 작아져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알기 쉽게 말하면 최근의 젊은이들은 적혈구가 여위고 가늘어져 있다는 것이다.

- 적혈구가 여위고 가늘어져 가고 있다.

MCV(세포의 평균 크기)의 정상범위는 본래 89에서 99(μ㎥)이다. 도쿄대 병원 중앙검사부의 의사들도 MCV가 90대가 정상이며 85 이하가 되면 틀림없이 철 결핍증이라고 확인하였다.

또한 내가 의학부의 학생이었던 20년 전까지는 분명히 건강한 사람의 대부분이 MCV가 90대라고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30대까지의 젊은 층에서 MCV 89 미만이 전체의 약 60%, 85 미만이 전체의 약 20%라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40대 이상에서는 MCV 89 미만이 약 30%, 85 미만이 약 7% 정도이므로 MCV 이상은 분명히 젊은 사람들에게 많다. 또한 감기나 고혈압으로 내과 외래로 오는 사람들의 숫자를 보아도 40대 이상은 MCV가 90대가 대부분이며 20대에서는 MCV가 80대 전반이 많았다. MCV는 원래 청년이나 중 장년이나 크게 차이가 나는 수치가 아니므로 이것만으로도 지금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혈액 이상은 식생활에서 기인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MCV의 통계를 잡는 것을 병행해서 집 근처(도쿄도 분쿄구)의 편의점에 볼일로 갈 때 젊은 사람들이 바구니에 담아오는 물건들을 곁눈으로 관찰해 보았는데 컵 라면, 빵 과자, 주먹밥의 세 가지 품목의 빈도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편의점을 찾은 젊은 사람들의 80%가 이들 중의 한두 가지와 페트병 음료수 한 병을 구매하며 그 외에 가끔 따라붙는 것이 디저트, 스낵과자, 영양보조식품 정도이다.

이러한 경향은 아침, 점심, 저녁의 구별이 없고 또한 직업에 의한 차이도 별로 없다. 여러 종류의 음식이 함께 있는 도시락은 의외라 할 정도로 팔리지 않으며 육류, 어패류, 계란, 채소, 콩, 서류, 해조류 등 여러 가지 재료로 조리된 음식물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더욱 확실하게 하기 위하여 식품성분표를 조사하였는데, 역시 이것만으로는 철분의 1일 소요량이 턱없이 부족하며 그 이전에 인간의 신체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영양소인 단백질도 현저히 부족하였다.

서류를 복사하기 위하여 들른 아침, 편의점에서 화장을 하고 헐렁한 양말을 신은 여고생이 너나 할 것 없이 주먹 밥 두 개에 엽차 한 병을 점심으로 사 가는 것을 볼 때 그것으로 소중한 신체가 어떻게 유지되고 만들어질까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이야기는 절대로 과장된 것이 아니다.

헌혈실에서 MCV 85 미만의 젊은 사람에게 “당신도 컵 라면, 빵 과자, 주먹밥만 먹는가 ?”하고 질문하면 거의 백발백중 “그렇다”라고 대답해 온다.

따라서 그들에게 폭발적으로 증가되고 있는 ‘적혈구가 야위고 가늘어지는 잠재적 철 결핍’은 극단적으로 부실한 식사에 원인이 있다는 것이 거의 틀림없다. 일반적으로 철 결핍이라고 하면 빈혈의 가장 많은 원인이며 지금 말한 잠재적 철 결핍은 빈혈 그 자체는 아니며 빈혈의 전단계에 해당된다. 따라서 그들의 대부분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여위고 가늘어진 것이 적혈구뿐만 아니라 마음도 신체도 여위고 가늘어져 가고 있다고 나는 점차 느끼게 되었다. 지금 젊은 사람의 혈액에 ‘잠재적 철 결핍’이라고 불리는 적혈구의 여위고 가늘어진 증상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그 원인의 태반이 컵 라면, 빵 과자, 주먹밥 위주의 극단적으로 부실한 식사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 왜 그들은 오늘도 내일도 그와 같은 식사로 만족하는가 ?

금년에 1980년 생이 20세가 된다. 인스턴트 라면의 시작이 1955년의 전반, 카레 요리와 냉동식품이 1965년대, 그리고 컵 라면이 1965년 후반에 나타났다고 기억한다.

그 때의 가공식품들은 상품 수준도 낮고 일본 성인들의 입맛도 건재해서 가정의 식탁을 지배하지는 못하였다. 이들 간이식품들의 종류가 폭발적으로 증가되고 수준도 향상되어 가정의 식탁을 점령하기 시작한 것이 1975년대일 것이다. 그리고 편의점이나 페트병이 나타난 것도 그 무렵이다. 혈액 이상 헌혈자가 너무 많아서 나는 재작년의 8월 철 결핍자용의 유인물을 만들었다.

거기에 먼저 철 결핍의 존재를 나타내는 그들의 MCV 수치를 표시하고 그것을 본래의 정상범위인 89에서 99와 비교해서 보여 주고 그들의 적혈구가 철 결핍으로 얼마나 여위고 가늘어졌는가를 알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유인물은 계속하여 남녀 각각의 철의 1일 소요량과 붉은 살코기, 다랑어, 가다랭이, 조개류, 시금치, 야채 등 철을 많이 함유하는 식품의 100g 중 각각 몇㎎의 철이 함유되어 있는가를 표로 만들었다.

이 중에서 선택하여 10㎎(남성의 소요량)이 충족되도록 매일 끈기 있게 먹도록 설득하여 왔다. 헌혈실에서는 어느 헌혈자가 그 뒤 어떻게 되었는지를 추적하는 것은 한정되어 있으나, 그 중 한 여고생의 어머니에게 부탁하여 식사를 개선한 결과 85 미만이던 그 여고생의 MCV가 정상범위인 89까지 개선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그대로 82인 예도 흔히 있었다.

기억에 남는 웃지 못한 이야기는 “선생님의 말씀은 잘 알아들었지만 귀찮아서 편의점의 철 정제(철을 주성분으로 하는 정제형의 영양 보조식품)를 먹었다”는 것이다. 주의를 받은 그 날부터 5개월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철 정제를 사먹었는데 왜 저의 수치는 고쳐지지 않느냐고 호소하는 20세 젊은이의 경우였다.

그 외도 최초에 적혈구의 여위고 가늘어진 것을 지적한 시점에서 ‘저는 매일 철 정제를 사먹었는데 이상하다’고 불평을 하며 달려드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를 통해 보면 철 정제는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영양소의 부족을 지적했을 때 그들이 살코기, 생선, 채소를 간단하게 조리해서 맛있게 먹기보다 맛이나 영양소의 흡수력이 낮아 효과가 없을 수도 있는 정제를 먹는 간편한 방법을 보다 편리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 참으로 큰 문제다. 이것이야말로 어릴 때부터 온전한 인간다운 식사를 해 오고 있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나는 생각할 수밖에 없다.

운영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10.15 17:28

<저작권자 © 자닮,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