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예사로 쓰는 약이 암을 일으킬 수도 있다. 많은 독성 실험과 임상 실험을 거친 다음 안전할 것으로 판단돼 허가 받은 약이 뒤늦게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져 사용 중지된 적도 많다.

서울대 의대 安允玉 교수(예방 의학)는 진통제·항암제·호르몬제·항생제 등 다양한 약물이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나 심한 것은 사용이 중지됐다고 소개했다.

한 때 진통제의 대명사였던 페나세틴이 신장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져 사용이 전면 중지됐다. 이 약에 카페인·아스피린을 함께 섞은 것이 과거 APC로 불렀던 미군 표준 처방 감기약이다.

安 교수는 과거 독일에서는 임신부의 유산·조산 방지약으로 사용했던 디에칠스틸베스테롤이라는 호르몬 제제가 2세에게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진 적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임신부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었으나 뱃속에 있었던 아이가 나중에 커 12~22세에 이르렀을 때 높은 비율로 질 암이 생겨 사용이 중지됐다는 것이다.

원자력병원 尹鐸求 박사는 「나병 치료약으로 쓰이던 답손이라는 약물도 코나 복막에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지만 한 때 강력 피부 약으로 소문이나 나환자는 물론 일반인도 많이 썼던 약이다. 나환자 촌에 공급된 알 약과 연고가 어떤 경로를 통해서인지 외부로 유출돼 일반인에게 대량으로 팔린 것이다.

오랫동안 설사병 약의 대명사로 쓰였던 항생제 클로람페니콜도 백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일반인에게는 클로르마이신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졌는데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이 밖에도 간질약인 피페닐히드라토인이나 갑상선 항진증 치료제들도 악성 임파종이나 여러 부위에 암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가톨릭의대 南宮成銀 교수(산부인과)는 「폐경기 여성의 갱년기 장애 개선용으로 쓰는 여성 호르몬 제제 에스트로겐이나 일부 경구 피임약의 장기적인 사용은 자궁암이나 유방암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의학적으로 필요한 약이고 다량·장기 사용 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지만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의대 金鎭福 교수(일반 외과)는 「한약재로 사용되는 부자나 그 외의 식물성 생약 제제에서 발견되는 식물성 알칼로이드 중에는 간에 독 작용을 해 간암을 유발하는 것도 있다」며 알 수 없는 조약이나 생약을 몸에 좋다는 말만 듣고 함부로 먹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약대 鄭鎭浩 교수는 「모든 약물은 반드시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일반인들이 인식, 함부로 약을 오·남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물을 함부로 오·남용하다 보면 간에 독성을 일으켜 간암 등을 유발할 수 있고 성분에 따라 다른 부위에 암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어 약은 꼭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전문가의 지시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성균관대 약대 李秉武 교수는 「암을 일으키는 약물은 정상 세포를 암의 전 단계로 가게 하는데, 여기서 여러 중간 단계 암 촉진제의 작용을 거쳐야 비로소 암이 된다」고 설명했다.

최선의 길은 발암 가능성이 있는 어떤 약물도 먹지 않는 것이나 이전에 모르고 먹었다면 현재로서는 암의 원인이나 촉진제가 되는 담배·술·태운 고기 등을 삼가고 비타민이 많은 식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 중앙일보

운영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07.1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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