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ww.jadam.kr 2003-10-28

몇 년 사이에 개구리나 두꺼비가 지구상에서 급격히 사라지게 된 원인이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아트라진'이란 제초제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내분비학과의 타이런 헤이즈 박사 연구팀은 16일 미국 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아트라진이 수컷 개구리의 성(性)을 암수가 한 몸에 존재하는 양성으로 전환시키고 있기 때문에 양서류의 번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개체수가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많은 과학자들이 양서류의 급격한 감소 원인으로 제초제를 의심해왔다. 이번 연구결과는 아트라진의 미국내 살포 여부를 둘러싼 찬반 논쟁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아프리카산 개구리의 올챙이가 사는 실험실 연못에 아트라진을 살포, 농도를 0.01~ 200ppb(ppb는 10억분의 1이라는 의미다. ㎍/ℓ와 같은 단위)까지 달리하면서 변화과정을 관찰했다.

그 결과 아트라진의 농도가 0.1ppb 이상일 때 올챙이의 16∼20%에서 고환과 난소가 모두 발달했다. 성체 수컷 개구리가 25ppb의 아트라진에 노출됐을 때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정상 수치보다 10배정도 낮게 검출됐는데 이는 암컷 개구리가 가지고 있는 테스토스테론 수치보다도 낫은 수치라고 한다.

헤이즈 박사팀은 "실험용 올챙이나 수컷 개구리가 아트라진의 농도가 높을 때 죽거나 겉모습이 변하지 않고 다만 성호르몬 수치만 비정상적으로 낮게 측정됐다. 자연상태에서 서식하는 양서류도 비정상적인 호르몬 수치만 가지고 있을 뿐 겉으로 다른 문제점을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문제점이 밝혀지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서류의 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세계적으로 급격히 감소했으며 어떤 종은 이미 멸종했다. 그동안 이상기후나 환경오염 등에 의한 생태계 파괴, 원인 불명의 질병 등이 원인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생태독물학과의 발 비슬리 박사는 "양서류수의 감소에는 다른 많은 요인들도 함께 작용했겠지만 이번 실험 결과도 빼놓을 수 없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환경 보호 단체는 제초제 농도가 3ppb일 때를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로 지정하고 있지만 중앙 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아트라진의 수중 농도는 봄에는 10ppb까지 상승하며 최고 200ppb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아트라진을 비롯해 다른 많은 제초제가 옥수수, 콩과 같은 농작물을 재배하는 곳에 살포돼 지하수나 빗물을 통해 쉽게 생태계나 인간의 성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트라진은 지난 40년 동안 세계 80여 개국에서 사용됐으나 최근에는 프랑스,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이탈리아 등에서 살포가 금지됐다. 이번 연구 결과로 미국 정부도 제초제의 안전성에 대해 새로운 심사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아트라진의 제조업체인 신젠타사는 미국 내 다른 대학의 실험실에서 헤이즈 박사 연구팀의 실험과 동일한 방법으로 진행한 실험 결과 다른 결과를 얻었다며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출처 : 동아사이언스 2002년 4월 19일 jemim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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