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일으키는 물질은 도처에 흔하게 널려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숱하게 많은 발암 물질들이 각 국 연구소에서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젠 발암 물질을 일부러 피하는 것도 쉽지 않게 된 것이다. 모든 의사들은 담배를 대표적인 발암 물질로 꼽는다. 모든 암의 30%는 금연만으로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담배보다 더 무서운 발암 물질이 바로 우리가 매일 먹어야 하는 식품 속에 들어있다. 미국 국립 암연구소장을 지낸 빈센트 드비타 박사는 『전체 암 발생의 35%는 잘못된 식습관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발암 물질이 두려워 식사를 하지 않을 순 없는 일이다.
이젠 단순히 발암 물질을 회피하자는 소극 전략에서 식품 속에 포함된 항암 물질을 찾아내자는 적극 전략의 시대가 온 것이다.
이미 미국에선 국립 암 연구소(NCA)를 중심으로 각종 항암 성분이 인위적으로 보강된 이른바 디자이너 식품이 개발 중에 있으며 곧 상업화될 전망이다.
식품 속에서 항암 인자를 찾는 것은 특정 음식을 먹는 집단과 먹지 않는 집단과의 암 발생 차이를 통계적으로 구명하는 역학 조사와 각종 동물 실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미국 국립 암 연구소와 일본 삿포로 항암 학회에서 발표된 자료를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증명된 항암 식품들을 소개한다.
◇ 비타민 = 항암 효과를 인정 받고 있는 비타민은 A·C와 E다. 비타민이란 체내의 각종 대사 과정을 도와주는 촉매 역할을 하며 미량이긴 하나 생존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이미 비타민 A 섭취가 부족한 사람은 폐암 발생이 높으며, 비타민 C는 위암의 중요 발암 인자인 니트로소아민 생성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동안 비타민의 과대 포장된 효과라는 주장도 있어 왔다. 특히 비타민 C 대량 요법의 창시자인 노벨상 수상자 라이너스 폴링과 이것이 효과 없다는 미국 메이요 클리닉과의 끝 없는 공방은 너무나 유명하다.
그러나 폴링과 같이 하루 10g 이상의 대량 투여는 아니더라도 식품을 통한 비타민의 충분한 섭취가 훌륭한 항암식이 된다는 것은 공인된 사실이다.
게다가 최근 유해 산소 라디칼에 의한 발암 과정이 밝혀지면서 이들 라디컬의 작용을 억제하는 비타민의 역할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이들 비타민은 싱싱한 야채나 과일, 도정되지 않은 곡류에 많이 들어있다. 종합 비타민제와 같은 영양제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거부감을 가질 이유는 없다는 것으로 서울대 의대 蔡範錫 교수(생화학)는 『흡연자와 같이 암 발생 고위험군에 속한 사람에겐 비타민제가 특히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 식물성 인자 = 식물 속에 포함된 각종 항암 물질을 말하며 파이토 케 미컬이라 불리기도 한다. 유황·플라보노이드·쿠마린·테르핀 등이 잘 알려진 파이토 케미컬이며 이들은 정상 세포가 암 세포로 변화되는 각 과정에 관여해 이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미국 국립 암 연구소는 최근 이들 인자들이 많이 함유된 순으로 항암 능력을 식품 별로 비교 평가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마늘→양배추→감초→콩→생강→당근이나 샐러리→양파→오렌지→도정 안된 밀→현미→토마토→가지 등의 순서로 항암 효과를 갖는다. 이것 외에도 감자·파·보리·오이 등이 암 예방 식품으로 권장할 만하다는 것.
◇ 섬유소 = 야채가 과일보다 우월한 항암 식품이 될 수 있는 것은 야채 속에 포함된 풍부한 섬유소 때문이다. 섬유소 자체는 인체에 아무런 영양 효과가 없다.
다만 이들은 대변의 장관 밖으로의 배출을 촉진시켜 각종 발암 물질의 대장 벽과의 접촉 시간을 줄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따라서 현재 알려진 가장 확실한 대장암 예방책 역시 섬유소가 풍부한 야채를 자주 먹는 것이다.
◇ 녹차 = 최근 일본을 중심으로 녹차의 항암 효과가 밝혀지고 있다. 이는 녹차 안에 포함된 폐놀산의 항산화 작용 때문이며 녹차 상용자는 특히 위암 발생률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페놀산은 비타민과 달리 열에 강한 구조를 지닌 수용성 물질로서 뜨거운 물에 파괴되지 않고 쉽게 녹아 추출된다는 것.
◇ 기타 = 딸기·호두·포도 등에 많이 든 엘라진산은 면역 기능을 향상시키고 DNA 복구 작용을 도와 항암 효과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삼과 각종 유제품 역시 아직 화학 성분이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으나 항암 효과가 있다는 역학 조사 결과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항암 식품의 복용 습관화는 가장 값싸고 효과적인 암 예방 책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들 항암 식품은 암 예방 효과만 과학적으로 입증됐을 뿐 아직 어떠한 식품도 암을 치료할 수는 없으므로 이들에 대한 과잉 기대는 금물이다.
출처 : 중앙일보
운영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07.13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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