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모토현 야배 마을의 피망농가인 관 씨(1951년 생)는 JA 야배 피망부의 회장이다.

관 씨는 1993년부터는 비가림 하우스를 도입해서 금년에는 70a의 피망 전부를 비가림 재배를 할 계획으로 있다. JA 야배 관내는 표고가 높고 여름 가을 피망은 구마모토 제일의 산지로 인정받고 있다. 전체 재배면적은 25㏊정도이며 피망부는 현재 100명 정도 가입되어 있다.

산지로서의 역사도 길고 장마 때의 백금병과 역병 그리고 장마 뒤의 청고병에 늘 시달려 왔다. 이런 것이 당연한 것으로 알고 피망을 재배해 온 까닭에 수량이 좀처럼 올라가지 않았다. 그런데 관씨는 ‘뿌리세척’의 덕으로 병이 훨씬 줄었다고 한다

‘뿌리세척’으로 방제효과

그 야배 마을에서 최근 1∼2년 이전보다 훨씬 병이 줄어들고 피망이 말라죽지 않게 되었다. 그 최대 이유가 정식 후 45∼50일경에 시행하게 된 뿌리세척이라는 작업이다. 뿌리세척을 한 실천농가의 80%가 덕택으로 병해가 감소되었다.

JA 야배 피망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뿌리세척이라는 것은,

① 정식은 가능한 한 얕게 심는다

② 정식 후 40∼50일경에

③ 줄기 밑 뿌리를 살균제와 발근제로 세척한다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살균제의 줄기 밑 관주와는 약간 다르다. 줄기 밑의 뿌리를 세척한다(동력분무기 사용, 1주당 1ℓ 이상이 기준). 이는 땅 표면에서 침입하는 병을 방지하고 굵고 강한 뿌리를 만드는 기술이다. 뿌리를 세척할 수 있도록 얕게 심으며 뿌리세척에 의해서 잘려나간 가는 뿌리로부터 병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살균제(다코닐 등)를 첨가하고 발근을 촉진하기 위하여 발근제 첨가하는 것이다.

물론 줄기 밑 주변의 살균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 뿌리세척을 하고 1주일 정도 지나면 세척된 흰 뿌리가 녹색으로 되고 본격적인 여름이 되었을 때는 굵은 푸른 뿌리가 된다. 땅이 닿는 부분의 흙이 없어지므로 흙에서 침입되는 병이 없어지며 뿌리가 굵고 강하게 되므로 수량도 증대되는 일석이조의 기술이다.

그러나 ‘뿌리를 세척하라’는 말을 처음 듣는 농가는 ‘피망이 말라죽지 않는가’하고 걱정을 한다. 그래서 피망부에서는 관 씨와 같이 작부가 빠른 하우스 재배농가가 먼저 앞서서 뿌리세척을 실천하여 말라죽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노지 재배농가에게도 실천하도록 하고 있다.

피망, 가지, 토마토 등에 ‘심식병’이 만연되어 있다. 대부분의 산지에서는 천식을 장려하고 있다.

예컨대 『농업기술대계좭의 채소편 제5권 피망 중에서도 ‘피망을 심을 때 뿌리부분의 1/3이 두둑 면 위로 나오도록 앝게게 하며 깊이 심어서는 안 된다’라고 되어 있다. 얕게 심는 이유는 빗방울에 의해서 퉁겨져 올라오는 역병의 감염예방이다.

그러나 농가로서는 묘가 넘어지면 곤란하며 심는 구멍과 뿌리가 밀착되지 않으면 건조하여 시들어 버리므로 뿌리를 위에서 눌러 주며 단단히 심는다. 피망은 시들기 쉬운 과채류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깊이 심게 된다.

관 씨의 이제까지의 정식방법도 심는 구멍에 ‘콱 집어넣고 살짝 흙을 밀어넣고 눌러 주며 끝낸다’는 것이었다. 이 깊이 심는다는 것이 어쩐지 모든 나쁜 것의 근원이 되는 것 같다.

장마기에 잘 발생되는 역병이나 백견병은 밭에 서식하고 있던 균이 줄기가 땅에 닿는 부분에 붙어서 감염된다. 그 부분이 흐물흐물해지거나 흰 곰팡이가 보이거나 하게 되면 병은 급속히 퍼진다.

깊이 심는 것이 병해의 원인

얕게 심으면 쓰러지기 쉬워서 지주를 세워 주지 않으면 안 되고 뿌리 전체가 말라서 곧바로 시들어버린다는 문제점이 있으며 깊이 심으면 상처 난 껍질로 병원균이 침입해 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일단 심은 후 뿌리와 흙이 접하고 있는 부분을 씻어서 흙을 제거하고 뿌리를 햇빛에 노출시켜 줌으로써 병에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뿌리세척’이라는 기술이다.

이 ‘뿌리세척’을 각지에서 권장하고 있는 이와오 씨는 “가지과의 채소는 줄기가 굵어지면 뿌리와 줄기 경계의 표피가 갈라져서 거기에 병원균이 침입한다”라고 한다. 그리고 장마기와 같이 온도가 25∼30℃에서 비가 계속되는 조건이 되면 균은 급격히 증식해서 감염이 확대돼 버린다.

이렇게 되면 농약을 살포하여도 좀처럼 방지되지 않는다. 이런 결과들을 놓고 볼 때 깊이 심는다는 것은 열피라고 하는 상처에 병원균을 불러들이는 결과를 낳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의 이와오 씨는 이것을 ‘심식병’(深植病)이라고 부르고 피망이나 토마토는 90%, 가지에서도 60%가 심식병이 발생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뿌리세척은 그 열피와 병원균이 접촉하는 것을 차단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뿌리세척’, 또 하나의 효과

뿌리세척을 하면 지제부가 아주 굵어지고 거기에서 굵은 뿌리가 뻗어나간다. 이처럼 뿌리세척의 효과는 병해를 방지하는 것뿐만 아니다.

관 씨 하우스의 뿌리세척을 한 피망을 파 보면 밑뿌리 부분이 상당히 팽창하여 있음을 볼 수 있다.

밖으로 드러난 뿌리가 태양광선을 쪼이고 공기에 노출되어서 잔뜩 굵어진 것일 것이다. 그 아래부터는 나무젓가락을 쪼갠 것 같은 굵은 뿌리가 사방으로 뻗어 나와서 힘차게 지면으로 뻗어 있었다.

그 굵은 뿌리가 흙 속으로 뚫고 들어가면 그 굵은 뿌리에서 다시가는 뿌리가 수없이 갈라져 나오게 된다. 뿌리의 총량이 뿌리세척을 하지 않은 피망에 비해 훨씬 많을 것으로 본다.

이들 뿌리들이 지상부의 활력을 떠받쳐 주고 있다. 뿌리세척에 의해서 줄기가 마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확량도 증대되는 것은 잘 신장된 뿌리들의 덕택인 것이다.

뿌리가 노출된 소나무에서 착안

야마가타현의 수박 재배농가인 가도히자 씨는 근상 육묘(뿌리를 노출 식히는 육묘)를 가네쟈와의 겐로크엔에서 소나무를 관찰하였을 때 착안하였다고 한다. 그 때의 경험으로서 많은 소나무 중에서 딱 하나가 매우 싱싱해 보여서 자세히 관찰을 해 보았더니 그 소나무 뿌리가 지상으로 많이 나와 있었다. 요컨대 뿌리가 위로 올라와 있는 것이다.

소나무의 경우는 오랜 기간 동안 비에 씻겨서 뿌리가 노출되었을 것이다. 그와 같은 소나무가 싱싱하다고 한다. 뿌리세척을 한 채소가 싱싱한 것은 뿌리가 노출된 소나무와 같은 이치이다.

도치기현의 촉성 피망의 대 산지인 나미자기 마을의 엔도 씨는 소일부록 묘를 분재로 하면 마치 근상 육묘와 같이 되어 도장되지 않는 좋은 묘가 되었다.

또한 정식할 때도 얕게 심으면 생육은 느리나 절간이 일정하고 양호한 생육을 하였다는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이전에는 나도 깊이 심어 왔으나 어떤 사람이 ‘식물에는 지상부(줄기)와 지하부(뿌리)의 사이에 명근(命根)이라는 부분이 있다. 사람으로 말하면 뇌에 해당하는 부분이다’라고 하였다.

식물은 그 명근으로 지상부와 지하부의 영양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을 흙 속으로 넣어서 태양 빛을 쪼여 주지 않으면 균형이 무너져 버린다고 생각한다.’라는 말을 따라 명근을 지상부로 나오게 한 것이 지상부보다 뿌리쪽이 많은 묘가 되는 것 같다”라고 말하고 있다.

줄기 밑둥치에 태양을 비치게 하자

오오이다현 오오야 마을의 히로쟈와 씨(1932년 생)는 피망 재배 20년이란 베테랑으로 수량도 15t 이상을 수확하는 다수확 농가이기도 하다. JA 야배의 피만부의 ‘뿌리세척’도 히로쟈와 씨들이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채택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히로쟈와 씨가 소속해 있는 JA 분고 오오이다에서는 이 뿌리세척이나 기타 기술개선에 공을 드리고 있으며 여름 가을 피망의 평균수량이 10년 전의 4∼5t에서 지금은 10t을 넘어서고 있다.

그 히로세 씨 피망의 뿌리는 뿌리기부=줄기 밑둥치가 넓어져 있으며 그 아래로부터 가는 뿌리가 잔뜩 발생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뿌리들의 힘이 히로세 씨의 다수확을 떠받들고 있는 것이다.

혹과 같이 굵어진 곳, 줄기와 뿌리의 경계(껍질이 찢어지는 현상이 일어나는 곳)가 명근(命根)을 말하고 있는 것 같이 생각된다.

뿌리세척으로 나무젓가락 같은 뿌리를 만든다

중요한 것은 뿌리세척의 방법이다.

히로세 씨의 방법은 JA 야배의 방법보다 시기는 빠르고 횟수도 약간 많이 하고 있다. 정식은 3월 15일∼20일경이 기준이다. 뿌리부분을 1.5㎝정도 두둑에서 올려 얕게 심는다. 얕게 심는 것은 뿌리세척의 효과를 올리기 위한 것과 될 수 있는 대로 지온을 올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식 때는 오오소사이드(1000배)와 액비를 용해한 용액에 묘를 흠뻑 담그고 있다. 뿌리가 어리니까 조금이라도 상처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에서다.

정식할 때 주의할 것은 심는 구덩이의 멀칭 끝을 흙으로 눌러 주도록 하고 있다. 지온이 상승했을 때 멀칭과 땅 사이에서 나오는 뜨거운 수증기가 묘에 가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건조하지 않도록 뿌리 쪽에 흙을 덮어 주는 사람도 있다.

뿌리세척의 개시 시기는 두 마디째의 과실을 수확할 때이며 대개 정식 후 40일 경부터이나 기온이나 생육에 따라서 ‘피망과 대화하면서 한다.’는 것이 히로세 씨 방법이다.

사용하는 도구로는 동력분무기로 방제할 때와 같이 노즐을 부착하여 행하고 있다. 노즐이 없으면 압력이 생기지 않으므로 뿌리세척이 잘 되지않는다. 뿌리세척에는 물에 오오소사이드(1000배)와 발근제를 첨가해서 4월 중, 하순부터 시작하여 5월 중, 하순까지 3회 시행한다. 이에 소요되는 물 양도 피만의 생육에 따라서 점점 많게 한다.

1회째는 10a당 350∼400ℓ(1주당 350∼400cc)로 시작하여 3회째가 되면 600∼700ℓ(1주당 600∼700cc)정도의 물 양이 된다.

히로세 씨는 관 씨 들이 하는 방법보다 뿌리세척 개시의 시기가 다소 빠르고 물 양은 적으나 횟수는 많다. 히로세 씨는 가볍고 확실하게 뿌리세척을 하기 위하여 횟수를 많게 하고 있다. 관 씨의 관찰에서도 “2회 한 곳이 좋고 뿌리도 잘 나오고 나무도 튼튼하다”라는 것이다.

여기에 히로세 씨의 다수확 비밀의 일단이 있는지도 모른다. 히로세 씨는 이와 같은 뿌리세척을 하기 시작한 지 10년 이상 되었으며 매우 귀찮았던 백견병은 지금은 전혀 발생하지 않게 되었다. 또한 뿌리세척과의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으나 역병이나 청고병도 방생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뿌리세척에 의해서 만들어진 젓가락과 같은 뿌리가 나무의 활력을 유지해 준다. 그 덕택으로 히로세 씨의 피망은 언제나 지역에서 1,2 위를 다투는 다수확을 올리고 있다.

토마토, 가지, 서양고추에도 효과가 있다

피망뿐만 아니고 토마토나 가지, 서양고추 등 가지과의 여름-가을 작형에서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얕게 심고 정식 후 40일이 지나서 나무가 튼튼해진 뒤 뿌리세척을 해 주는 것이 기본이다. 토마토는 3단의 꽃이 피고 1단이 탁구공정도 된 때가 적기다. 밑뿌리를 씻어내고 태양 빛을 쪼여 줌으로써 병해를 억제하고 수량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 : <현대농업>편집부 , 2001년 4월호에서 인용

운영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07.14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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