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3일,
잔뜩 찌푸린 날씨 속에 전남 순천 선암사 입구에 있는 장현칠님의 조계산농원을 찾았다.
선암사 주차장 오백여 미터 못 미쳐 도로 좌측에 ‘조계산 주말관광농원’이라는 간판을 보고 들어가면 맑은 계곡물 위로 조그만 다리가 나오고, 다리를 건너면 온갖 나무들로 잘 꾸며 놓은 민박 겸 식당이 자리하고 있다.
예초기로 정원을 가다듬고 계시던 정현칠님은 첫눈에도 일흔 둘이라는 나이가 전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서글서글한 눈매가 매우 인상적이다.
‘86~’91년간 승주농협 조합장을 하시고, 그 후 이곳에 터를 잡고 강원도 삼척과 이곳을 넘나들며 7년여 간 송어양식을 배우며 전라도 인근에 송어 중개상을 하셨다는 장현칠님은, 이제 농사가 좋으셔서 자연농업에만 전념하신단다. 지난해에는 자연농업 연찬도 받으시고 순천대학교 영농교육원에서 최고농업경영자 과정으로 녹차도 전공하셨다.
식당과 민박 일은, 쑥스러워 취재 내내 한사코 사진촬영을 마다하신 안주인의 몫일 듯싶다.
건물 뒤편으로 3천여 평의 감나무 밭에선 부유 단감과 곶감용 둥시 감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청정 자연환경 덕에 이곳 승주 감은 당도가 높아 순천의 대표적 농산물로 자리매김하였고, 특히 곶감은 ‘순천꿀곶감’이란 상표로 인기리에 판매가 되고 있단다.
건물 좌측에는 곶감 건조장과 병아리용 육추장이 있는데, 육추장의 경우 자연농업으로 운영해서인지 전혀 악취가 없었다. 황토에 쌀겨, 보리겨, 석회 등을 섞어 사료로 주고 물에 갖가지 천연효소를 첨가해 주신단다. 이곳과 별도로 양계장서 1,500여수의 닭을 같은 방법으로 길러 유정란도 생산하신단다.
점심이 되자 이곳 식당 별미인 ‘흑염소떡갈비’를 내오신다. 다진 야채와 버무려 송편 크기로 만든 흑염소 고기를 석쇠에 담아 숯불에 올려놓으니 지글지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넘어간다. 인근 농가에서 방목한 흑염소를 사용해 염소 특유의 냄새도 없이 맛이 고소하다.
욕조가 딸린 7~8인용 민박 방은 깔끔했다. 농원이 계곡을 끼고 있고 가까이에 선암사와 조계산, 송광사, 낙안읍성, 상사호 등의 볼거리가 많아 한 가족이 사철 휴가를 보내기엔 안성맞춤으로 보인다.(tel: 061-753-3738)
비가 그치길 기다려 선암사에 다녀온 뒤 마지막으로 5분여 거리에 있다는 녹차밭으로 향했다. 5년여 전에 승주군의 지원을 보태 산을 개간, 씨를 뿌려 조성했다는 3만여 평의 밭은 이제 녹차밭으로서의 면목을 잡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몇년만 지나면 이곳 승주군의 명물이 될 듯싶다.
지난해부터 일부 생산에 들어간 녹차는 밭이 동북방향의 고경사라 잎이 연하고 쉬 쇠지 않아 좋다고 하신다. 또한 주변에 호수가 많은 것도 녹차 생산에 유리한 요소란다. 이곳 녹차 종자가 조계산 일원에 자생하는 토종이라는 것과 자연퇴비와 한방영양제를 이용해 지금까지 무농약으로 키우셨다는 것에 대해 장현칠님의 자부심을 읽을 수 있었다.
올해까진 손수 8회 덖어 녹차제품을 만들어 왔는데 향후 생산량이 많아지면 고민이라는 장현칠님, 앞으로 녹차밭에 휴게시설까지 갖춰 녹차체험 공간으로 만들어 가시겠다는 장현칠님. 72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침 없이 농사가 좋아, 자연 농업에 매진하신다는 정현칠님에게서 어려운 환경에 처한 우리 농업의 희망 한 켠을 보는 것 같아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섰다.
유걸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5.09.2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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