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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사꾼 조규표의 다이내믹한 사과 인생"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사과를 만듭니다"

www.jadam.kr 2005-10-14 [ 오현주 ]
조규표 씨가 트레이드마크인 사과망태기를 들고 창고 앞에서 웃고 있다.

충북 영동군 양강면 남전리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조규표 씨는 농사가 즐겁기만 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고 또 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프로농사꾼임을 자처하는 그는 웬만한 농기구는 손수 만들어서 사용한다. 부인에게 농장 일을 시키지 않고 혼자서 다하는 조프로의 행복하기만 한 사과 인생.
망태기에 사과가 넘쳐 난다. 농부의 어깨에도 힘이 넘쳐 난다. 농사 아이디어도 넘쳐난다. 충북 영동군 양강면 남전리에서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조규표 씨(31). 그는 모든 게 넘쳐 난다. 자신감에 넘쳐 있고, 희망과 꿈도 넘쳐 난다. 그런 그에게 사과 농사는 플레이요, 엔터테인먼트이다. 정말 그런가 보자.

조씨가 개발한 드럼통 예취기. 만능 풀 눕히는 기계이다. 겉모양은 투박하나 성능 만점이다. 당장 특허등록하고 대량생산하면 불타나게 팔릴 지도 모른다. 구조는 간단하다. 드럼통에다 앵글을 60도 간격으로 두 개 댔을 뿐이다. 그게 전부이다. 관리기에 드럼통을 매달고 풀 위를 지나가면 끝이다. 풀은 드럼통의 무게에 눌려 일단 눕는다. 앵글이그 위를 돌아가는 순간 풀이 앵글과 드럼통 사이로 빨려 들어가면서 부러진다. 관리기가 다니는 곳마다 풀들은 눕고 맥없이 부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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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프로가 발명한 드럼통 예취기. 풀들이 그냥 눕는다.

또 하나, 서리방지통을 보자. 역시 소재는 드럼통. 드럼통을 반으로 잘라 곡괭이로 바닥에 구멍을 숭숭 뚫어놓았다. 드럼통 하나로 두 개를 만든다. 받침대를 대 땅 위에서 10cm 정도 뜨게 했다. 안에다 왕겨와 번개탄을 넣은 후 토치로 불을 댕기면 스물스물 연기가 피어오른다. 사과밭 군데군데 놓아둔다. 밤새도록 왕겨 타는 연기가 사과밭을 구름 처럼 뒤덮어 서리가 감히 접근도 못하게 했다. 놀라운 아이디어 아닌가.

“자연농업 연찬에서 드럼통도 소재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조금 변형한 겁니다. 왕겨 태우는 건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이 있지만 시원치 않아 제가 만들었어요. 뭐 그리 특별한 건 아니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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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표씨가 개발한 서리방지통. 여기에 왕겨를 넣고 태운다.

남들이 상상조차 못하는 걸 만들어내는 능력... 사과 농사 짓기엔 아까운 인물이 아닌가. 그런데 조규표 씨는 그런 식으로 농사꾼을 바라보는 시선이 언짢다. 농사란 직업이 배운 것이 없어서 하는 짓, 아니면 마지막으로 농사나 짓지 하는 식의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씨에게 농사는 하나의 기업이다. 농사도 기업 운영과 다를 바 없다. 농사도 기업처럼 생산과 홍보, 유통이란 과정이 다 들어가 있다. 옛날에는 경운기만 있으면 됐지만 이제는 컴퓨터가 있어야 된다.

조규표 씨는 인터넷으로 직거래를 한다. 농원 홈페이지를 정성껏 만들어 놓았다. 조씨의 농원 이름은 "사과망태기"이다. 신세대 농사꾼으로서 강한 인상을 남겨주어야겠다고 고민하면서 지었다. 어릴 적 집에서 아버지로부터 “망태기 갖고 와라”는 말을 자주 들어 그 말이 떠올랐다.

“망태기란 말은 풍성하고 친근감이 드는 말이잖아요. 사과망태기에 사과를 담아 드려요라는 이미지를 이용한 겁니다.”

조규표 씨에게 이름이 부르기 어렵다고 하자 금방 “조프로”라고 불러달라고 주문했다. 프로 농사꾼이라는 뜻이다. 홈페이지 전면에 조프로가 사과망태기 두 개를 양손에 들고 있는 사진이 나온다. 그 사진에 조프로의 트레이드마크가 다 들어있다.

하나가 사과망태기. 망태기에 사과를 가득 담고 가슴에 안고 있는 순간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두 번째는 그가 쓰고 있는 모자이다. 군용모자로 챙이 넓어 일할 때 햇빛을 가려주어 좋다고 한다. 잠 잘 때 외에는 모자를 벗지 않는다. 첫 번째 모자는 닳고 닳아 못쓰게 돼 집에 보관해두었다. 지금 쓰는 모자는 두 번째라고 한다.

세 번째 트레이드 마크는 원피스 작업복이다. 다른 옷을 입지 않는다. 역시 잠 잘 때만 빼고 하루종일 입고 있다. 평생 벗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위아래 한 벌인 작업복이 일 하는데 가장 편해요. 처음 구입한 검정 작업복은 너무 오래 입어 색깔이 다변했어요. 집에 들어가 몸을 씻을 때도 허물 벗듯 몸만 쏙 빠져나오면 되고 아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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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사과농장. 약 5,000평 규모로 조각조각 나뉘어져 있다.

그의 농장은 약 5천 평이다. 수확할 수 있는 사과나무가 있는 곳이 2,500평 나머지는 개간했다. 조프로의 밭은 조각조각 나 있다. 밭마다 이름을 붙여놓아 뭔가 의미를 부여해놓았다.역시 조프로답다.

“가장 든든한 나의 노력원을 중심으로 수확원, 기대원, 희망원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인내원과 미래원이 있습니다. 각각의 과원들은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여 이름을 붙여 놓았답니다. 그리고 항상 그 의미를 생각하며 보다 발전하는 농원으로 만들기 위해 항상 노력해요.”

처음 사과 농사를 지은 해가 2003년. 그 해와 지난해 평균 수익이 4,500만 원선이다. 생산비는 700만 원 정도 들었다. 초보농사꾼 치고는 높은 수익이 아닌가. 조프로는 남들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대답했다.

조프로는 젊다. 서른 하나이다. 그 나이에 이만한 규모의 농장을 소유한 것도 복이다. 농장은 아버지 것이었다. 조프로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어버지... 8대째 남전리에서 농사를 지었다. 조프로는 어릴 적부터 농사를 보고 자랐다. 그렇지만 자신이 농사를 지을 줄은 몰랐다. 철이 들자 공부는 관심이 덜했고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해서 고민을 했다. 잠깐 컴퓨터 공부도 해보았지만 아니었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언가 찾았다. 농사였다. 어릴 적부터 늘 해왔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반대했다. 농사가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조프로는 일단 해보자는 것이었다. 해보지도 않고 안된다고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2년여 동안 관행과 자연농업과의 견해 차이로 부자간 끊임없이 충돌했다. 결국 조프로는 아버지를 설득시켰고 아버지로부터 농장을 물려받았다. 형제들도 그 과정에서 반대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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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사꾼이라는 글씨가 나오도록 해달라며 웃었다.

조프로는 1999년 수원에 있는 한국농업전문학교에 들어갔다. 3년제이다 현장 실습의 하나로 캐나다의 한농원에 가서 1년여간 농사를 짓고 왔다.

“캐나다의 농촌 문화를 배웠습니다. 농장에서 10개월 생활하면서 4개월간 실습을 했지요. 30만 평의 대규모 밭에다 보리 밀 유채 콩 등을 재배했습니다. 그 사람들은 장비 관리, 농작물 관리 등이 철두철미하더군요.”

조프로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과농사를 지었다. 처음부터 친환경적으로 지었다. 거기다가 자연농업을 더했다. 괴산에서 연찬도 받았다.

조프로는 혼자서 농사를 다 짓는다. 조프로는 아내에게 농사일을 권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굳이 하겠다면 말리지도 않겠단다. 조프로의 부인 박성주씨(27)는 전남 강진 출신이다. 박씨 집도 농사를 지었다. 두 사람은 직장에서 만났다. 박씨는 처음에 조프로란 사람이 사내 직원인 지도 몰랐다고 한다. 우연한 기회에 가까워졌고 결혼을 했다.

조프로가 농사를 짓겠다면서 고향 영동으로 들어가자고 말했을 때 박씨는 반대하지 않았다. 말로만 떠드는 성격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조프로를 믿고 따랐주었던 것이다.

박성주 씨가 하는 일은 사과 꼭지를 따는 정도이다. 햇빛 아래서 땀 흘리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시골 아낙네 답지 않게 피부가 희고 손이 보드랍니다. 도시 주부 뺨친다. 둘 사이에 두살된 아들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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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표씨 부부. 조씨는 아내를 농장에 내보내지 않는다.

조프로는 농사를 기업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자재 보관 및 작업 장소의 역할을 중요시한다. 많은 비용을 들여 창고를 크게 높이 지었다. 저온창고 16평, 작업장 45평 해서 60평이 넘는다. 높이도 6m가 넘는다. 마을 단위의 창고 수준이다.

조프로는 최근 사과선별기 중고를 새로 구입해 놓았다며 찾아온 지인에게 자랑을 했다. 조프로의 창고에는 천연기피제가 가득하다. 몇 년을 써먹을 수 있는 양이다. 밭에도 자재들이 쌓여 있다. 산양축분이 동산을 이루고 있다.

“생선아미노산 600리터짜리 2통 만드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강진에서 농사 짓는 동서가 자연농업에 관심이 많아요. 삼나무를 한푸대 가져다주면 그것으로 천연녹즙을 만들어요.”

그는 사과 얘기만 나오면 목소리가 커진다. 대답하는데 망설임이 없다. 간단명료하다.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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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피제 등 자연농업 자재들이 가득 담겨진 저온창고.

-연중 토양관리는?

“신경 별로 안쓴다. 화학비료 안쓰고 산양축분을 깐다.”

-개화 촉진 방법은?

“동자액 1000배 해서 꽃 피기 전후에 살포한다.”

-과일을 크게 하려면?

“교대기 처리 때 인삼 칼슘을 살포한다. 그거 하면서 나무줄기의 생식 생장을 유도하고 생선아미노산도 뿌려주고 천혜녹즙을 적시 적기에 살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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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는 산양배설물로 토양관리를 한다.

-당도 향상 위해 하는 일은?

“착색기 때 바닷물에 수용성 칼슘하고 미네랄E 살포.”

-정과 생산은?

“수정율을 높여야 한다. 수분수를 많이 식재해준다.”

-문제되는 질병 극복은?

“나무를 건강하게 키워 병이 안 오게 한다. 그러러면 토양 관리가 첫째다. 초생재배를 한다. 호밀을 파종한다. 예취하지 않고 눕혀준다. 호밀이 7월 중순 되면 말라 죽는다. 그러면 미생물이 번식하고 유기물이 풍부해져 토양이 건강해진다. 일단 병이 오면 저농약 인증 기준에 맞게 화학농약을 쓴다.”

조프로의 농사 철학은 정직하게 열심히 하는 것이다. 그는 기술적인 것 보다 마음 가짐이 중요하다고 한다. "정신무장부터 해야 합니다. 그럴려면 적당히 몸이 고달퍼야죠. 편한 것을 찾으면 농사 못지어요.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해야 합니다.”

www.jadam.kr 2005-10-14 [ 오현주 ]
조규표씨의 사과망태기 농장에서 수확한 사과.

조프로는 자연농업 기본연찬 171기를 수료했다. 그밖에 "아이러브애플"(Iloveapple)이란 단체에서 사과에 대한 정보 교류를 한다. 이 단체는 본부가 대구 군위에 있으며 회원수가 1만5천 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20~40대로 구성된 영동 친환경사과연구회 “그루터기”에서 활동하고 있다. 조프로는 저농약인증을 받았다.

조프로는 의식도 프로다. 농사로 성공을 하면 기업으로 돈을 번 사람과 마찬가지로 고급 소비 문화를 즐길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CEO처럼 값비싼 옷을 입고, 호텔에서 음식을 즐기며, 수입차를 타고 다닐 수 있다는 생각이다.

“농업하면 삶에 찌들은 인상을 줍니다. 농사꾼이라고 도시사람들처럼 좋은 집에 살고, 멋진 옷을 입지 말란 법은 없어요. 농사꾼이 그러면 손가락질을 하는 고질적인 병폐들이 없어져야 합니다. 저는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사과를 만들어 농사꾼으로서 성공할 것입니다. 성공한 후에는 삶의 질을 풍부하게 해주는 문화를 누릴 것입니다.”

프로다운 말이다. 조프로는 친구들로부터도 멋지다는 말을 듣는다. 프로농사꾼 조규표 씨는 가을 하늘 위로 사과망태기를 높이 치켜들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사과를 만들겠다”며 크게 웃었다.

농장명: 사과망태기

농장주: 조규표

농사규모: 5,000평

재배종목: 사과

홈페이지: 사과망태기.com

오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5.10.14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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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과 답글 4
  • 신대선 2006-10-16 19:08:26

    조프로님.....
    우연히 이 싸이트에 들어와서 조프로님 기사를 봤습니다...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네요....
    앞으로도 하시는일 번창하시길 바랍니다...
    진정한 프로농사꾼입니다...
     

    • 하늘지기 2005-10-23 01:24:50

      조프로는 진정한 프로다!!
      사과망태기, 정말 대단하군! 이렇게 열심을 내고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날로날로 변해가는 조프로~ 화이팅!! 내가 너무 나태해진 것 같군! 나도 열심을 낼거야. 나도 171기 담양 시목에 김영회(하늘지기)야! 기억이나 할라나~ 우리 한번 더욱 열심 내 보자구!!
       

      • 사과마님 2005-10-21 00:22:25

        www.applejo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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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포 2005-10-19 14:44:38

          농업 CEO--조프로 화이팅
          기사 잘 읽었구요. 가끔 지나다보면 잘 익어가는 사과가 가을 단풍보다 아름답더군요. 님의 노력이 돗보이구요 기사 행간에서 보여지듯 자연농업의 전도사가 되신듯하네요 부렵습니다. 님이 가진 지식 주변에도 많이 나눠주시길... 우선 저에게 먼저 시범적으로..
          건승 건강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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