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代이어 신나게 농사짓는 이용호의 제주도 키위농장-내가 아버지가 이루어 둔 터전을 무너뜨릴까 걱정이지. 그래서 욕심 없이 차근차근 하려는 거예요.

구름을 헤엄쳐 제주도를 왔다. 제주도 가는 길, 비행기 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푸른 하늘과 넘실대는 구름뿐이다. 구름이 바다를 이루고, 그 바다 속을 잠수를 하자 또 하나의 세상이 펼쳐진다. 우리나라인데도 이국의 이미지가 먼저 다가서는 땅. 비행기를 내리는 순간 강한 바람이 먼저 인사를 한다.

www.jadam.kr 2005-11-03 [ 오도엽 ]
삼화농원 이 대표. 농사가 신나고 재밌다.

자그마한 키에 다부진 얼굴, 닳아진 검정 모자를 눌러쓴 삼화농원 이용호(41세) 대표가 반갑게 맞이한다. 삼만 평의 농장은 이 대표를 잠시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전화가 쉼 없이 울리고, 기자가 던지는 질문에 답을 하면서도, 마음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 대표가 바쁜 까닭은 자신의 농사 때문만은 아니다. 박스를 빌려 달라, 콩 말릴 장소를 좀 쓰자와 같은 부탁의 전화이다. “아내가 그래, 좀 모른 체 해도 되는 일은 정리하라고. 내가 안 된다고 했지. 내가 도저히 내 농사 때문에 할 수 없을 정도가 아니면 해야 한다고. 지금 전화 오는 분들이 거의 70대 노인이야. 이걸 어찌 내가 바쁘다고 정리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는 데까진 해야지.”

이 대표의 마음엔 공동체의 삶이 늘 자리 잡고 있다. 귀농한지 10년이 된 이 대표는 서울에서 우리나라 최고를 넘어 세계 일류 기업을 꿈꾸는 대기업 전략구매과에서 근무를 했다. 도시 생활에 비해 농촌 생활이 어떠냐는 질문에 서슴없이 ‘재밌고 신이 난다’고 말을 한다. 그 이유가 사람 간에 따뜻한 정이 있고, 교류가 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도시에선 쉽게 이웃에게 뭘 빌리고, 도와달라는 말을 하지 못하잖아. 하지만 시골에 오니, 뭘 구해달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하잖아. 사람 사는 것 같잖아.” 이 대표가 꿈꾸는 농촌사회는, ‘내 일 네 일 없이 서로 함께 일하고 나누는 마을’에서 사는 거다. 지난해에 ‘e제주영농조합’ 법인을 만들어 회장을 맡았는데, 법인을 만든 까닭도 친환경 농업을 널리 퍼뜨리고, 이들이 함께 어울려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싶어서다.

www.jadam.kr 2005-11-03 [ 오도엽 ]
이웃에서 무농약 키위 농사를 짓는 젊은이를 찾아가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는 모습.

기자가 농장을 찾은 시간, 제주지역에서 친환경 농업을 전파하는데 애쓰는 강종필 선생도 와 있다. 이 대표가 불렀다. 자신의 농사 때문이 아니다. “고창우라고 대학을 나와 가업을 이어 농사를 짓는 젊은이야. 참 성실하고 순박해. 이런 젊은이 별로 없잖아. 도와 줘야지.”이웃에서 무농약으로 키위농사를 하는 젊은 농사꾼을 도우려고 강 선생을 부른 거다.

김해에서 참외 농사를 짓는 사람은 상주에 비가 많이 와 참외농사가 망치기를 바란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결코 웃고만 넘길 수 없는 씁쓸함이 가슴에 파고드는 말이다. 전통 두레의 정신은 사라진지 오래고, 농사도 돈에 좌지우지 되어 고유한 농촌정서마저 사라지게 했다. 십년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에 돌아 와 농사를 짓는 이 대표는, 농사만이 아니라 사라져가는 농촌의 정서까지 부활시키고 있다.

친환경농사에 어떻게 관심을 가졌냐는 말에, “나는 거창하게 ‘지속가능한 농업’ 이런 말 안 해요. 농약이 내 몸에 맞지 않아요. 약 냄새를 도저히 맡을 수가 없어. 크락옥션이라는 제초제 있잖아. 내 속이 다 뒤집혀. 그래서 친환경 농사하지.”

www.jadam.kr 2005-11-03 [ 오도엽 ]
유기농 인증 키위

“그리고 우리 집이 농장 옆에 붙어 있잖아. 그래서 친환경 해야 돼. 우리 애들이 농장 옆 마당에서 놀고, 우리 빨래를 널잖아. 그런데 어떻게 약을 쳐.” 거창한 어떤 명분보다도 친근하게 친환경 농사를 하는 마음을 털어놓는다.

“천천히 할 거에요. 나도 급진적인데, 급진성을 자제해야지. 농사는 서두른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 한걸음씩 나갈 거예요.” 이 대표는 무기농에서 전환기 유기농, 그리고 올해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삼화농장엔 무농약, 전환기 유기농, 유기농 인증을 받은 밭이 함께 있다. 차근차근 하나씩 배워가며 자신의 신념을 키워간다. 풀과 함께 자라는 삼화 농원의 키위 농장은 이 대표가 이웃과 어울려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 그대로다.

이 대표는 아버지의 농사를 이어받아 한다. 처음 4년은 아버지 밑에서 죽어라 일을 했다. “우리 아버님이 강골이세요. 아버지 밑에서 배우는데 아오지 탄광 수준이야. 극(아주 심)하게 일을 했지. 그 때 관절이 많이 휜 것 같아.” 하지만 힘들게 배운 농사가 힘이 됐다. 웬만한 어려움과 고됨도 그를 지치게 할 수 없다. ‘힘들게 배운 농사라 포기’하지 않고 지금의 농사꾼이 되게 했다. 지금도 묘목을 심을 땐 불이 키고 밤을 새며 하기도 한다. 힘들게 일할 때 느껴지는 ‘짜릿함’이 좋다. 어느 구석에도 서울 대기업 과장의 모습을 찾기 힘들다. 흙이 배인 손은 농사꾼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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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과 함께 자라는 키위 밭. 이대표의 삶을 닮았다.

이 대표 집안의 키위 농사는 제주도에서 선두주자다. 우리나라에 키위가 처음 보급 된 1978년 아버지가 심은 키위 나무가 아직 열매를 맺고 있다. 처음이라 재배법을 몰라 고생을 했다. 백 그루를 심었는데, 삼십 그루가 남아 있다. 남아 있는 나무는 몸이 배배 꼬여 있다. 아버지가 어렵게 돌밭을 일궈 만든 농장을 이제는 아들 이 대표가 이어간다. 처음 친환경농업을 한다고 했을 때, 걱정의 눈길을 보내던 아버지도 이젠 아들을 농사꾼으로 인정을 한다. 풀을 키운다고 나무라던 아버지에게 열심히 일을 하며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걱정은 있다. “삼사년은 아버지 밑에서 일했고, 내가 농사를 내 방식대로 친환경을 한지 아직 6년이잖아. 내가 아버지가 이루어 둔 터전을 무너뜨릴까 걱정이지. 그래서 욕심 없이 차근차근 하려는 거예요. 다행히 아직까지는 내가 하는 일이 큰 수익은 되지 않았지만 내 목표치만큼은 했어. 아버지도 그건 인정해 주시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비결은 다름 아닌 노력이다. “농업을 하는 사람이 ‘업’이라는 개념을 가져야 해. 이게 없는 것 같아. 늘 농촌은 도시에 떨어진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고. 신나는 마음으로 내 업을 즐겨야 하지. 즐겁게 일해야 수익도 생기는 것 같아. ‘업’이라 생각하고 일년에 280일이상은 내 농장에서 해뜨면 출근하고, 해져야 퇴근하는 거지. 작년엔 356일 일했어. 즐거우니까 하는 거지.”

www.jadam.kr 2005-11-03 [ 오도엽 ]
농장 옆에 지은 이용호 대표의 집. 집이 농장과 붙어 있어 절대 농약은 칠 수 없단다.

‘지금처럼 살 수만 있으면 행복하겠’다는 이 대표는 농장 주위로 할머니와 부모님, 그리고 자식까지 4대가 함께 살고 있다. 자식도 가업인 농사를 물려받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부모님이 기뻐하고 할머니가 기뻐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어 하는 소박한 꿈을 가진 이 대표. 하지만 그는 농사에서는 멈춰 있지 않는다. 농사 관련 책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져온다.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보면 친환경 농사에 대한 열정과 농업의 미래를 찾아가려는 집념을 읽을 수 있다. 매일 영농일지를 쓰고, 하루에 두 시간씩은 농사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를 한다고 한다.

키위는 안정적인 수익을 누릴 수 있다. 귤보다 농장에 붙어 일하는 시간은 많아 힘들지만, 노력만큼 결과가 좋다. 하지만 여기에 머물고 싶지는 않다. 올해는 처음으로 무농약으로 콩을 일만 이천 평을 심었다. 자연농업식 양계도 관심이 많아 빈 축사를 알아보고 다닌다. 자재 창고에 들어가면, 트랙터 포크레인 할 것 없이 장비가 가득하다. 직접 기계를 다루고, 만들고 하는 것이 너무 재밌다. “난 이론적으로 깊이 알고 싶지는 않아. 너무 많이 알려고 하면 실제 농사를 못 지어요. 깊어지면 혼돈이 오거든요. 좋은 이야기의 한 육십 프로 정도만 이해하고 직접 해 보는 거지. 하지만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받아 안으려고 하지.”

www.jadam.kr 2005-11-03 [ 오도엽 ]
제주도의 돌담에 둘러쌓인 밭. 밭 안에는 그 땅에서 농사를 짓다 다시 흙으로 돌아간 농부의 무덤이 있다.

천천히 하지만 쉼 없이 걸어 다니는 이용호 대표. 될 수 있으면 농사이외의 단체 활동은 자제하려고 한다. 농사를 업으로 즐기는 농사꾼으로 남고 싶다. 신나게 일하며 살다 흙으로 돌아가고 싶은 농사꾼. 제주도엔 밭 둘레로 검은 돌담이 둘러있고, 그 밭 한 귀퉁이에 검은 돌이 둘러 쳐진 무덤이 많다. 자신이 일하던 밭에 흙으로 돌아가는 농사꾼. 이보다 신나고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오늘 참 행복한 농사꾼을 만나서 흐뭇한 밤이다.

*이용호 대표가 가꿔가는 삼화농원은 제주시 도련동에 있습니다. 이메일은 kiwifarm@hanmail.net이며, 전화는 064-725-5354입니다. 신나는 키위가 열려있습니다.

오도엽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5.11.03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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