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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11월 초 어느 날, 전남 담양군 고서면 산덕리에서 감농사를 짓는 오영춘 씨를 만났다. 감 선별 작업을 하고 있는 오씨 부부에게서 자연농업으로 전남 농업인 대상을 수상하게 된 비결을 들었다.
담양에서 감농사를 짓는 오영춘 씨(52세)는 비닐 감 포장을 볼 때마다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비닐 감 포장에는 “전라남도 농업인 대상(친환경 부문)”이라고 인쇄돼 있다. 2004년 오씨는 농부들의 꿈인 대상을 수상했다. 도내 각 군을 대표하는 정예 농부 가운데 선발 돼 상의 권위가 대단하다고 한다. 담양군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씨 개인의 영광은 물론이고 담양군 자체의 경사였다.
담양 군수는 수상을 계기로 오씨의 실력을 인정하게 됐다. 특히 오씨가 자연농업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로는 자연농업을 한다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올해 담양군의 농부들 1백 명 이상이 군의 지원을 받아 버스를 대절해 괴산을 다녀왔습니다.”
오영춘 씨는 담양에서 알아주는 감 농사꾼이다. 담양의 자연농업 리더이다. 오씨가 자연농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5년 전의 일이다. 그 전까지 관행으로 농사를 짓던 오씨는 당시 단감 고서특품단의 일원으로 경남 하동에 있는 유재관 씨의 농장으로 선진지 견학을 갔다. 그곳 유씨의 농장에서 오씨는 자연농업의 실체를 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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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은 저의 스승입니다. 그 분 농장을 가보니까 제가 그리던 농사가 보였습니다. 농사에 대한 질문을 하자 그 분 말씀이 무조건 괴산에 갔다 와서 보자고 하더군요.”
오씨는 괴산에 들어가기 전 자연농업 책자를 섭렵했다. 선집까지 읽은 후 괴산에 들어가니까 이해하기가 쉬웠다고 한다. 오씨는 기본연찬 137기, 전문연찬 1기이다. 한우연찬까지 받았다. 감 농사에 웬 한우냐고 묻자 오씨는 유기농을 하려면 유기농으로 기른 소의 우분을 써야 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오씨는 자연농업을 충실히 따른다. 오씨의 농사짓는 법을 대충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자연개시명으로 전정하고 토착미생물, 섞어띄움비, 초생재배로 토양관리를 한다. 2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 바닷물, 천혜녹즙을 주고, 한방영양제를 목면시비 3회, 유황합제를 4월초에 1번, 5월 꽃피기 직전에 유황합제 충제 균제를 15일 간격으로 2번씩 사용한다. 깎지 방제는 림오일, 충기피제는 자리공, 제충국을 쓴다. 은행나무잎도 각 1회를 준다. 과실을 크게 하기 위해선 동자액과 유산균을, 당도를 높이는 데는 아카시아, 바닷물, 함초 등을 쓴다. 노린제 방지기와 나방포획기를 나무에 매달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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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감은 당도가 17브릭스 이상 나옵니다. 당도로 말하자면 우리 단감을 따라올 게 없을 겁니다. 저장성도 뛰어나서 내년 4월까지도 끄떡없습니다. 크기, 색깔 면에서도 앞서지요.”
오영춘 씨는 자기만의 비결이 또 하나 있다고 귀띔했다. 오씨는 산비탈 과수원 한쪽에 지어놓은 가건물로 기자를 데리고 갔다. 내부에는 복잡한 관수 설비가 들어 있었다. 통 안에 광합성활성수가 들어있다고 한다.
“광합성활성수는 9가지 광물질을 혼합한 물입니다. 이 물을 밭에 흠씬 뿌려줍니다. 효과가 대단해요.”
오씨는 작년에 전남대 최고경영자 친환경 과수반 과정을 받았다. 담당교수가 물박사였다. 그 교수의 조언에 따라 만든 물이 광합성활성수이다. 맥반석 세라믹 토르마린 등 9가지 광물질이 들어간다. 그 가운데 토르마린이 키 포인트이다. 맥반석의 윗 단계로 물 입자를 47가지로 쪼개 흡수를 가능케 하는 기능을 한다고. 이 물을 사람이 먹으면 아토피성 피부염이 진정되는 효과를 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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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이 물을 보려고 우리 농장까지 찾아옵니다. 이 물은 일 년을 두어도 색 하나 변하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이 물을 과수원 전체에 7회 살포합니다. 일 년에 60톤 정도 뿌리지요. 더울 때는 석회보르도액을 15일 간격으로 주고요.”
오씨의 농장은 담양군 고서면 산덕리 서당골 산비탈에 있다. 농장 이름은 서당골 단감농장이다. 총 3만여 평에다 감나무를 심었다. 소나무와 백일홍이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는 산이다. 30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서당골엔 한옥의 정수를 보여주는 명옥헌과 높이가 30m나 되는 은행나무 등이 있다. 마을의 오랜 역사와 학문적 수준을 상징하는 문화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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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씨는 자신의 16대 조부와 인조대왕과의 끈끈한 인연을 들려주었다. 당시 인조가 광해군의 핍박을 피해 이곳으로 피신 중 조부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인조는 왕위에 오른 후 오씨 조부의 도움을 잊지 않고 이 마을을 찾아와 은행나무에 말고삐를 매었다고 전한다. 설화가 아닌 실화라고 오씨는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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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씨는 이 마을에서 태어났다. 광주상고를 나와 객지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에서 17년간 그레이하운드란 회사에서 일한 적도 있다. 광주에서 도시가스사업을 하다 실패하고 빈털터리가 돼 89년 귀향했다. 정년퇴직용이라고 생각하고 감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처음 부모님이 물려준 땅은 4천 평이었다. 오씨는 조금씩 땅을 사모아 현재에 이르렀다. 그 동안의 힘겨웠던 순간을 오씨는 죽어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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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고생은 말도 마세요. 추운 날도 우리 부부는 산에 올라가 일을 해야 했어요.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콘테이너 안 플래스틱 감 박스 안에다 넣어두었는데 얘가 추워서 우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오늘날의 과수원을 일구었던 것이다. 5년 동안은 수확이 없었다. 그러나 그 다음해는 배가 되고, 그 다음 다음해에는 수확이 제곱이 되었다. 감나무는 그런 것이라고 한다.
오씨는 작년의 경우 23kg 박스 4,000개를 수확했다. 92톤이다. 수확한 감들은 100% 판매된다. 자농협회와 유기농협회, 신세계 백화점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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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씨에게 매출이 얼마냐고 묻자 비밀이라며 입을 다물었다. 대충 유기농 감 시세에 견주어봐도 억대가 넘는다. 생산비를 제외하면 대도시 중소기업 임원급 연봉과 맞먹는다. 오씨는 경제적인 어려움에서는 벗어난 듯하다. 농사일이 바쁘지 않으면 부부가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다. 오씨는 담양 단감작목반 반장을 비롯해 7개 단체의 회장 총무를 맡고 있다. 농사지으랴 모임에 쫓아다니랴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다고 한다.
오씨는 감농사를 희망하는 귀농인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준다.
“농사는 과학입니다. 공부해야 성공합니다. 자연농업 같은 교육 기관에서 교육을 받아야 해요. 친환경을 공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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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씨의 집에는 자연농업 관련 책자가 책꽂이 한켠을 가득 메우고 있다. 오씨의 손때가 묻은 책들이다. 오씨는 교육비를 아끼지 말고 투자하라고 충고한다. 배우는데 시간과 비용을 아끼면 안된다는 것이다.
감농사라면 도가 텄을 만도 하지만 이 시간에도 오씨는 배움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요즘 오씨는 전남대 아카데미스쿨 무농약 과정을 밟고 있다. 오씨는 교육장에 항상 부인 박명숙 씨(48)를 동반한다. 자연농업도 함께 들었다. 부인 박씨에게 농사일이 고되지 않느냐고 묻자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니까 고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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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명: 서당골 단감농장
농장주: 오영춘
재배면적: 3만평
재배작물: 단감
연락처: 011-642-3437
오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5.11.14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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