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농가 홈페이지 취재 갔다가 겸사로 영덕 칠보산 자락에서 유기농으로 배 농사를 짓는 신기섭씨의 칠보산농장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무농약도 그리 어렵다는 배 농사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는다 하여 오래전부터 궁금하던 차에 기회다 싶어 전날 전화를 드리니 아침 일찍 시간이 된다고 한다.
영덕 강구항에서 하루를 묵고 아침 일찍 올라갔다.
영덕과 울진 경계가 맞닿은 병곡면 금곡리 해안가에서 칠보산휴양림 표지판을 따라 길은 산으로 이어진다. 가파른 산길로 굽이굽이 돌아가니 보이느니 인적이 드문 산길에 숲이요, 구름이다.
숲속 소나무는 하나같이 붉은 색이 선명한 적송이다. 당장 정원에 심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소나무 본래의 고운 자태를 간직하고 있다.
3km정도 진행하면 8부 능선에서 칠보산휴양림과 유금사 갈림길이 나온다. 유금사 방향으로 다시 2km정도를, 마치 첩첩산중을 거슬러 오르는 기분으로 굽이굽이 가다보면, 열댓 가구가 산자락을 배경으로 한 마을을 이룬 곳에 닿는다.
그 옛날 어떤 어부가 복숭아꽃을 따라 강을 거슬러 오르다 무릉도원을 발견한 것처럼, 전혀 별천지의 세계를 보는 듯하다.
신기섭씨에 따르면 마을이 위치한 높이가 적어도 해발 350m 이상 된다고 한다. 한 여름에도 이곳과 아래 해안가마을과는 기온 차가 많이 난다고 한다.
버스도 불규칙하게 하루에 두 번 들어오고, 얼마 전에야 포장이 완료되었다고 하니, 그 전엔 얼마나 오지였을까.
도시나 다름없는 해안가와 십여분 거리의 가까운 거리지만 이런 곳에, 이런 청정지역이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마을에 도착해 신기섭씨와 통화하려고 016 핸드폰을 여니 불통이다.
마을진입로 다리를 건너 왼편 집에 사정을 이야기 하고 전화를 쓰자고 하니, 배 농사짓는 집은 하나라며, 바로 오른편 집을 가리킨다.
개가 먼저 사납게 인사를 하는 뒤로 외출준비를 하고 있던 신기섭씨가 마중을 나온다. 부인은 신기섭씨에게 들려 보낼 생닭을 손질하던 중이다.
잠깐 시간을 내어 신기섭씨와 트럭을 타고 마을 진입로 왼편 경사면에 위치한 배 과수원으로 이동했다. 폭우로 움푹 팬 산길에 차가 심하게 요동을 한다.
아래쪽엔 비닐하우스로 만든 산란용 양계장이 위치하고, 그 위로 5천여 평의 배 밭이 산자락을 타고 위로 이어져 있다.
오염원이 있을 수 없는 말 그대로의 청정 과수원이다.
- 어떻게 여기에서 배 농사를 시작하셨는지요?
여기가 고향입니다. 잠깐 외지 생활하다 83년도에 들어왔어요. 처음엔 단감 농사를 해보려고 했는데, 농업기술센터에서 여기선 단감이 안 될 거라며 배 농사를 해보라고 하더군요. 원래 영덕 병곡 배는 전국에서도 맛 좋기로 소문났거든요.
그러나 3년간의 전환기유기농 과정을 거쳐 올해 첫 유기농 배 출하를 앞두고 있음에도 담배를 꺼내 문 신기섭씨의 주름진 얼굴은 결코 밝지만은 않다.
‘유기농 농사라고 비용은 더 많이 들어가는데 수확량은 적지, 과수 크기도 크지 않으니 제 값 받기도 힘들고, 그러니 소득이 영 안 되요. 이제 와서 관행농으로 돌아가자니 지금까지 고생하며 걸어온 길이 있고...’ 그러면서 말끝을 흐린다.
- 유기농 배 농사하시면서 제일 애로사항이 있다면?
충해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흑성, 적성 등 병해가 어렵습니다.
한방영양제 외에 솔잎, 느릅나무, 뽕나무, 너삼, 청양고추, 영지, 들국화 등 21가지 산야초를 이용하여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이도 부족해 최근에는 프로폴리스라고, 벌이 만든 천연항생물질을 쓰고 있습니다.
프로폴리스를 주정에 녹여 만든 20말들이 한차 가격이 15만 원선으로 적잖은 부담입니다.
<프로폴리스 : 꿀벌이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여러 식물에서 뽑아낸 수지(樹脂)와 같은 물질에 자신의 침과 효소 등을 섞어서 만든 물질. 러시안페니실린 · 천연페니실린이라고도 한다. 꿀벌은 벌집의 틈이 난 곳에 프로폴리스를 발라 병균이나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말벌이나 쥐와 같은 적의 침입을 막는다. 이로써 산란과 성장, 꿀의 숙성과 보관 등에 알맞은 서식처를 유지한다. 특히 여왕벌이 산란할 때에는 일벌이 산란장소를 소독할 때 사용해 청결하게 한다. 성분으로는 유기물과 미네랄(무기염류)이 가장 많으며 이와 함께 104종 정도의 성분이 들어 있다. 많은 성분 중에서 미네랄·비타민·아미노산·지방·유기산·플라보노이드 등은 세포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테르펜류 등은 항암 작용을 한다. 특히 100종류가 넘는 플라보노이드가 들어 있어 건강 증진에 큰 도움을 준다. 주요한 효능으로는 항염·항산화·면역증강 등이 있다. 항염 효과를 내는 것은 사람의 몸에 염증을 일으키는 프로스타그란딘을 만들어내는 효소를 절반까지 줄이기 때문이다. 또 주요 성분인 플라보노이드가 활성산소를 없애기 때문에 항산화 효과가 있다. 항암 효과를 나타내는 케르세틴 등이 있어 암세포의 유전자가 복제되기 전에 차단하는 일을 한다.>(encyber.com 인용) 기술적인 이야기가 더 듣고 싶었으나 비가 내린다. 부득불 이야기가 중단 되었다.
집으로 내려와 신기섭씨는 약속 때문에 먼저 나가고, 부인과 차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더 들어보았다.
부인은 안동이 고향이라고 한다. 중매 결혼해서 3남매를 두었는데, 이곳 여건상 자녀를 중학교 때부터 바깥으로 유학을 보내야만 했다고 한다. 지금도 아들 둘은 대학생이라고 한다.
81년 여의도에서 있은 국풍81 행사에서 출품된 더덕을 보고, 남편이 더덕을 재배하자고 해서 83년에 이곳에 내려왔다고 한다.
그해 더덕 씨앗 50만원어치를 사서 심었는데 태풍에 씨앗이 모두 날아가 버려 실패하곤, 그 후로 수박이며 고추 등 각종 야채작물을 키웠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저것 해봐도 안정적인 소득이 안 되더란다. 그래도 과수농사는 낫겠지 싶어 92년도에 배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배 농사도 그냥 다른 농가와 똑같이 하면 소득이 안 될 테니, 유기농으로 해보자 해서, 그때부터 남편이 유기농 농사에 관심을 가지고 자연농업학교에 가서 교육도 받고, 여기저기 전국에 유기농 교육이 있다하면 빠지지 않고 교육을 받으러 다녔다고 한다.
그 안에 각종 미생물도 배양하고 감자도 5천평에 전환기유기농 농사를 지었는데, 지난해 산란계를 하면서 이제는 일부만 한다고 한다.
5kg 배 한 박스에 지난해는 9과 정도 들어갔는데, 올해는 장마로 10과는 되야 할 것 같다고 한다. 그래도 올해는 유기농인 만큼 최소 3만5천원은 받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배로는 마을에서 재배한 도라지와 생강을 첨가해 배즙을 만든다고 한다. 배즙은 현재 50봉들이 한 박스를 택배비 포함 25,000원에 내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같은 곳에서 알음알음으로 드셔본 분들에게서 주문이 제법 들어온다고 한다.
돈만 있으면 몇 백만원의 포장비용을 들여서라도 비닐팩이 아닌 근사한 포장지로 바꿔 백화점 같은 곳에 내고픈 욕심이 있다고 한다.
닭에게 사료도 주고 알도 꺼낼 시간이라 하여 부인과 같이 다시금 농장으로 올라갔다.
배 농사 가지고만은 도저히 소득이 안 되어 지난해부터 산란계를 시작했다고 한다. 900여수 정도 되는데 오전에 모이 주고, 알 꺼내고, 오후에는 배 밭에 방사를 해서 풀을 뜯어먹도록 한다고 한다. 하루 400여 개정도 알이 나오고, 이것들을 인근에 한판(30알)에 5~6천원에 판다고 한다.
하나를 깨어 먹어 보니 고소한 맛에 비린내가 나지 않았다. 먹어본 사람들이 계속 찾는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산란계도 유기농으로 해보라고 하는데, 보통 사료의 3배나 되는 유기농사료로는 도저히 타산이 맞지 않는다 한다.
대신 주변 인근 산에 장뇌삼 씨앗을 뿌려놓은 게 3~4년 되었으니, 내년에는 이를 이용해 장뇌삼삼계탕을 만들어 온라인으로 팔아볼 생각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이곳에 인터넷 연결이 안된다고 한다. 전화는 들어오는데,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가구가 몇 가구 안되니 전화국에서 인터넷선을 연결하길 꺼린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현재 자연몰에 올린 배즙 상품관리를 학생인 아이들에게 맡기게 되니, 주문확인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본의 아니게 배송이 늦어지는 일이 발생한다고 한다.
돌아나오는 길에 마지막 인사말로 그동안 내조하느라 고생이 많았을 텐데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니,
‘주위에서 친구, 친척들이 고생을 사서 한다고 손가락질 할 때가 제일 힘들어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유기농으로 성공할 때까지는 포기하지 않을랍니다.’며 밝게 웃는다.
<현재 자연몰에서 칠보산 유기농배즙을 판매중입니다. http://mall.naturei.net/goods_detail.php?goodsIdx=1254> 유걸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6.08.2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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