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말바레즈 (Walter Alvarez)라는 지질학자는 1980년 Science지에 게재된 논문에서 거대한 소행성 하나가 떨어져 지구 위에서 산산조각이 나면서 공룡이 멸종하게 되었다는 이론을 제기한 바 있다. 20년이 지난 오늘 이러한 천재지변의 가능성은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6,500만년 전에 탄소를 함유한 거대한 운석이 지구에 부딪치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그 크기는 직경 10km 정도로 시속 90,000km 속도로 남동 방향 궤도로 날아들었다. 그리곤 북아메리카 대륙 남쪽 지역에 부딪히면서 여정을 마쳤던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날 Yucatan이라 불리 우는 곳이 그곳인데, 당시에는 별로 깊지 않은 열대바다였다. 부딪칠 때의 충격 여파로 약 1억 메가톤 폭탄에 견줄만한 에너지 덩어리가 방출되었다. 운석이 지구에 비스듬한 각도로 부딪치면서 그 파편이 아메리카 대륙 중심부까지 날라갔다. 사선방향의 충돌은 수직 방향으로 부딪치는 것보다 더 파괴적이며 수천 배 이상 높은 폭파 에너지가 방출된다.

지난 수십 년간 추정된 이러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고생물학자들은 북아메리카의 생태계가 입은 피해는 막심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화석들은 대륙이 얼마나 막대한 생태학적 황폐를 겪었는지 증명해주고 있다. 멕시코만 해안에 살아있던 모든 형태의 생물체가 사라졌다. 거대한 해일의 잔해가 발견되고, 대부분의 포유류를 포함하여 공룡은 멸종했다. 아메리카의 숲들 또한 파괴되었고 식물의 종(種)은 다섯 중 넷의 비율로 사라졌다.

이러한 천재지변을 겪은 후 수세기동안 대륙은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거대한 진흙 밭과 같았을 것으로 추정되며, 아메리카대륙이 다시 이전처럼 새로운 활기를 되찾기 위해서는 수천 년이 필요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땅은, 인도네시아 1883년 화산폭발 이후 Krakatoa의 헐벗은 땅에 자라던 것과 같은 종의 고사리류로 뒤덮였다. 그러한 종류의 식물 군은 화산폭발이후 수십 년 동안 땅을 뒤덮으며 자라났고 점점 무성해져서 뚫고 들어가기도 힘들 정도가 되어 화산폭발이후 섬의 생태계를 조사하러 떠난 생물학자들이 길을 잃기 일수였다.

대량의 고사리 홀씨가 화산폭발 퇴적물 속에 남아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반면 다른 식물체들은 거의 살아 남지 못했던 것 같다. 현재, 고사리류가 발견된다는 사실은 그곳 생태계에 대재앙이 일어났던 증거로서 인정되고있다. 특히 북아메리카와 동 유라시아의 퇴적물들에서 고사리의 흔적이 보이는데 이는 운석의 충돌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남반구에서는 같은 시기의 퇴적물에서 고사리가 발견되지 않았었고, 이는 거대한 운석에 의해 북아메리카만 파괴되었다는 확실한 증거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실제로, 남쪽의 숲들은 당시 그러한 재앙과 소실에 별로 노출되지 않았었다는 빈약한 화분학적 증거들이 제시된 바도 있다.

동물지리학연구는 남반구가 침엽수인 남양삼나무와 주금류 (에뮤, 타조, 아메리카 타조) 등 고생물들의 피신처가 되었을 것이란 관점을 갖는데, 이 지역에서 화석이 발견되지 않아 공룡이 운석의 충돌 당시 사라졌는지를 알 수는 없다.

이번 주 Science지에서 Vivi Vajda와 그의 연구팀은 남반구에 고사리가 무성했었다는 명백한 증거를 처음으로 제공했다. 지역은 운석의 충돌지점에서 아주 멀리 위치한 뉴질랜드 섬이다. 북아메리카에서 일어났던 것과 유사한 생태학적 재앙이 그 지역에도 있었다는 뜻이다.

오늘날 뉴질랜드의 Moody Creek라고 불리우는 지역은, 운석의 충격 전에는 고사리, 침엽수림, 꽃피는 식물로 무성한 늪 지대였다. 그렇지만 운석의 충돌시기의 퇴적층 위에서는, 고사리 홀씨가, 전체 꽃가루의 90%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지배적이다. 그러한 재앙이 북아메리카에 끼친 재앙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심각했다는 결론이다. 이에 따라 학자들은 기존의 동물지리학적 이론들과 운석의 충돌의 전반적 영향에 대한 이론을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다.

Vaja의 연구에 따르면, 운석의 충돌은 장기적으로 특이한 결과를 야기했다. 운석의 충돌은 뉴질랜드에 장기간까지 환경 교란을 야기하고 있음이 분명한데, 이는 운석의 충격으로 대기상에 CO2가 대량으로 분사되었던 사실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추위에 강한 종자와 더위에 강한 종자가 교차된다거나 고사리종자의 나무들이 자라다가 주춤한다든가 하는 현상 등이 나타났다. 이러한 동요는 운석 충돌 이후 최소한 백만년까지 나타났다. 대기중CO2의 비율이 변하면 평형을 되찾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온실 가스 배출의 위협 속에 노출된 시기의 지구인에게는 이러한 자료들이 특히 흥미롭게 보인다. 뉴질랜드섬에 기록된 생태학적 손실은 아직도 끝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충격 이전에 남쪽 수림의 주종을 이루던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다시 자리잡게 되려면 아직도 수백만년의 세월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남쪽의 다른 대륙들에서 운석이 충돌했던 시기에 “고사리”가 번창했음을 증명해 줄만한 증거를 찾아야 한다. 또한 남반구 동물상이 생태계 위협의 순간에 어떻게 살아 남게 되었는지를 입증할 화석 층을 발견하는 일이 남았다.

출처 : KISTI, 지구과학 등 록 일 2001-11-28 원문출판일 2001년 11월 23일

Le Figaro

운영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07.1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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