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3일 아이들이 방학을 맞았고 해서 일주일간의 휴가를 내어 무작정 바닷가로 떠나보는 가족여행을 계획했다. 당일 꾸물꾸물한 날씨를 뒤로하고는 곧장 경기 남양주 집을 출발한지 4시간 만에 경남 통영 앞 바다에 도착했다.
 | ⓒ www.jadam.kr 2007-01-31 [ 류기석 ] 통영남망산 조각공원에서 바라다 본 통영시내의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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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의 가족기행지로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강원도 고성과 강릉으로부터 이어지는 삼척, 경북 울진, 영덕과 포항을 이어 경주, 경남 통영과 거제를 향해 떠나려고 했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일정이 바뀌게 되어 사전 충분한 준비 없이 거제도를 기행하기로 했다.
이번 기행은 유명한 관광지나 문화유적지가 아닌 그냥 바닷가 인근의 호젓하고 낭만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곳에서 쉼을 갖고 소박한 숙박이나 밥상을 대하면서 가족끼리 오손도손 정을 나누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장소를 만나는 데는 그만한 안목이 있어야 하지만 이번 기행에서는 충분한 사전조사가 없어 그저 눈길 닿는 곳으로 떠나야만 했다.
 | ⓒ www.jadam.kr 2007-01-31 [ 류기석 ] 헤수스 라파엘 소토(베네주엘라)의 통과 가능한 입방체
길게 늘어진 비닐 가닥들 사이를 직접 통과할 수 있게끔 공간을 구성한 조각이다.
하지만 너무 오래되어 비닐 가닥에는 먼지가 끼어 있어 잘 차려진 옷을 입고 통과하기에는 조심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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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아내와 아이들이 나의 이러한 여행계획에 전적으로 동조한 것은 아니다. 다만 가족들이 바라는 마음을 담아 대상을 선택하고 실행하는 것으로 가장의 역할(운전사와 안내자)을 다했을 뿐이다.
그래도 아름다움을 만나기 위한 눈의 즐거움을 위하여 최소한의 예로 대상지의 인터넷정보와 안내지도를 챙기고 구리인터체인지를 거쳐 중부와 경부고속도로를 지나 대전과 진주, 진주와 통영간 고속도로 중간 중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지역안내자료 등을 받아 내려오니 단숨에 통영이란 낮선 도시가 눈앞에 펼쳐졌다.
 | ⓒ www.jadam.kr 2007-01-31 [ 류기석 ] 에릭 디트망(스웨덴) 최고의 순간을 위해 멈춰서 있는 기계
철 구조물 위에 다양한 기성품들을 결합시킨 조각, 이미지는 한국적 샤머니즘에서 복을 기원하기 위해 돌을 쌓아 올린 방식을 조형의 출발점으로 삼고 하늘을 향한 동경의 세계를 상징하는 계단에서 미지의 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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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첫 느낌은 비교적 정돈된 도시의 틀을 유지하고 있었고, 주민들의 문화적인 의식이 높아 보였다. 통영하면 오래전 아내와 다도해를 구경하고자 항구를 찾았던 기억과 시인 김춘수님의 고향이라는 것, 최근 통영 남망산이라는 곳에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래서인지 가자마자 찾은 곳이 "자연과 조형이 어우러진 통영 남망산 조각공원"이다.
도착하자마자 통영포구가 훤하게 내려다보이는 숲 속 이곳저곳에 설치해놓은 조각 작품들을 살펴보고 통영문화회관 사무실에 들러 보다 자세한 설명이 들어있는 팸플릿을 얻었다. 우선 정성들여 설치해 놓은 작품들을 느낌 없이 바라본다는 것은 뭔가가 빠져있다는 기분이 들어 자세하게 전문가의 조언에 읽어가며 통영 남망산에 조성된 조각공원을 명상하듯 아이들과 함께 걸으며 감상했다.
우선 남망산 조각공원은 현실적 관점에서 본다면 지방화시대의 산물로 지방마다, 도시마다, 개별화와 특성화를 시도하는 시점에서 통영이 타 지역과는 다른 독특한 문화적 특구를 실현한 것으로서 통영 시민들의 문화적 의식을 엿 볼 수 있는 곳이다.
정서적 관점에서 본다면 남망산 조각공원은 자연 발생적인 속성을 띤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 현실의 외부적 요인에 못지않게 이 지역이 갖는 독특한 자연적 조건이 조각공원을 만들어 낸 내부적 요인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가 다분히 인위적이요 계획적이라면 후자가 생성적이요 자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조각공원은 전문적인 안목과 면밀한 기획 그리고 실현의지의 결정물이긴 하지만 동시에 조각공원이 태어나지 않으면 안되는 자연적 조건의 필연성을 지니지 않고선 안된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긴 했으나 동시에 태어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 ⓒ www.jadam.kr 2007-01-31 [ 류기석 ] 앤터리 곰리(영국) 출산
역동적이며 안정적인 두 개의 인체형상을 결합시킨 철주물조각
정확한 인체비례와 인체묘사를 기초로 한 이 작품은 인체라는 소우주를 통해 초자연적인 우주의 원리와 생명력, 그리고 영적인 활력을 표상하고 있으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창?/t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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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인체비례와 인체묘사를 기초로 한 이 작품은 인체라는 소우주를 통해 초자연적인 우주의 원리와 생명력, 그리고 영적인 활력을 표상하고 있으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창조와 탄생의 계기를 표현하고 있다.
미술평론가의 평론을 자세히 읽어보니 이곳 남망산 조각공원은 이미 만들어진 작품을 옮겨와 적당히 배치한 것이 아니고 심포지엄 형식을 통해 이룩된 것임을 알았다. 즉 작가가 현장에 가서 자신의 작품이 설치될 장소와 주변환경을 검토하고 이에 적절한 작품의 내용과 크기와 재료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것은 현장에 모여 상호간의 의견교환과 전체를 위한 토의가 이루어짐으로써 통일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 ⓒ www.jadam.kr 2007-01-31 [ 류기석 ] 통영남망산 조각공원에서 내려다 바는 통영포구에는 개발의 역동적인 모습이 물씬 풍겨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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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www.jadam.kr 2007-01-31 [ 류기석 ] 자연과 조형의 조화를 아이들과 함께 명상하는 듯 감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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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망산 조각공원에 초대된 작가는 국내는 물론 국외를 합쳐 모두 15명이란다. 한국인이 5명, 외국인이 10명이다. 이 가운데는 이미 우리에게도 익숙한 세계적인 대가가 있는가 하면 생소하지만 국제적으로 그 활동이 인정되는 작가도 있다는 점에서 돈은 많이 들였지만 그런대로 우리나라 현실에서도 자연과 조형이 만나는 실험의 장을 통영에 만들어 놓았다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통영문화에 높은 점수를 주어야 할 듯 하다.
통영남망산 조각공원의 대표적 작가로는 헤수스 라파엘 소토, 에릭 디트망, 장 피에르 레이노, 대니 카라반 같은 작가들은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획득한 이들로 우리나라에도 여러차례 심포지엄과 기타 초대전에 참여한 바 있다.
또한 앤터니 곰리, 질 뚜야르, 황용핑, 이토 다카미치, 마놀리스 마리다키스, 토니 아워슬러 등 중견, 신예급 작가들 역시 왕성한 활동을 펼쳐 보이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높이 인정받고 있는 이들이다. 한국인 작가로 박종배, 이우환, 심문섭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작가들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과 어울려 손색이 없다.
 | ⓒ www.jadam.kr 2007-01-31 [ 류기석 ] 설치미술 작품(?), 통영남망산 조각공원아래 위치한 어느 주인댁의 짜투리 공간에는 그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생명의 꿈틀거림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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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www.jadam.kr 2007-01-31 [ 류기석 ] 질 뚜야르(프랑스) 일어버린 조화/몰두
연결된 여러 토막의 통나무가 모터의 동력에 의해 움직임을 보여주는 조각으로 인간의 주체성과 존재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물음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작품은 인체의 반복된 움직임이 생명력의 표현 이라기보다는 주체가 상실된 수?/t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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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지엄 주제는 그랑블루(Grand Blue)로 통영의 자연환경에 걸맞는 주제다. 꿈꾸는 듯한 쪽빛바다와 군데군데 떠 있는 섬들의 조화는 그 자체가 아름다움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참여 작가들이 이 풍경 속에서 어떠한 상상력을 진작시켰는가는 그들의 작품이 대변해 줄 것이다. 다양함 가운데서도 자연에 대한 겸허함과 흥겨움 그리고 명상적인 태도에 있어 이들 작품은 한결같이 통일된 공감대를 이루고 있음을 만나게 될 것이다.(환기미술관장 오광수님의 평론 중에서....)
낮선 통영남망산 조각공원에서 통영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정신을 담았음을 확인하면서 목적지 없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자동차를 몰았다.
 | ⓒ www.jadam.kr 2007-01-31 [ 류기석 ] 통영남망산 조각공원에 난대없는 통영시민문화회관이 육중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 실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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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www.jadam.kr 2007-01-31 [ 류기석 ] 김영원(한국) 허공의 중심(브론즈+스텐레스 스틸)
삶과 죽음, 영혼과 육체, 정신과 물질, 의식과 무의식 등 이원론적 사고가 지배하는 이 세상의 대립과 분열을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고귀한 염원을 나타낸 인체조각이다.
극히 사실적인 인체묘사를 통해 자연 귿로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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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www.jadam.kr 2007-01-31 [ 류기석 ] 이토 다카미치(일본) 4개의 움직이는 풍경
하늘과 바다와 대지, 그리고 인간과 인간들이 수직으로 만나는 지점을 상정한 움직이는(키네틱) 조각이다.
수직 스테인레스 판들이 수평으로 360도 회전하면서 사계와 기후, 그리고 자연의 변화 모두가 작품의 표면에 반영되?/t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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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석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7.01.3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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