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가해하는 병원성 진균(fungi)을 퇴치하기 위해 식물로부터 생성되는 천연물로 인해 항암 효능이 유도되는 기작을 규명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레스터에 위치한 드모트포트대학(De Montfort Univ.)과 레스터대학(Univ. of Leicester)의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의 결과는 학술지 영국암학술지(British J. of Cancer), 3월 4일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가 대상으로 삼은 식물의 천연 물질은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라 불린다. 이 물질 자체가 항암 효능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체내에 흡수된 후 대사 과정을 통해 변환 과정을 거침으로써 암 세포만을 특이적으로 공격해 사멸시키는 항암 작용이 유도된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레스베라트롤이 항암 효능을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이전에 보고된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어떤 기작을 통해 이 천연물질이 항암 기작을 유도하는지는 이번 연구에서 처음으로 규명된 내용에 속한다.

레스베라트롤은 포도를 비롯해 뽕나무(mulberry), 땅콩, 콩나물 등을 가해하는 진균에 대항하기 위해 이 식물들로부터 생성되는 천연 물질에 해당한다. 식물 체내에 존재하는 레스베라트롤의 함량이 증가하면 식물병의 발달이 저해를 받는데, 지금까지 개발된 항진균제(fungicides)로 인해 방제가 어려운 경우의 식물병도 치유가 가능할 만큼 탁월한 효과가 발휘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연구에서 규명한 내용의 요지는 효소에 의해 레스베라트롤이 대상 과정을 거침으로써 항암 효능을 나타내는 물질이 생성되고 바로 CYP1B1이라는 효소가 이 같은 변환 과정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 효소는 다양한 유형의 종양(tumors)에서 발견되며 건강한 세포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CYP1B1 효소에 의해 레스베라트롤이 대사 과정을 거치고 나면 종양에 대해 독성을 나타내는 피세아타놀(piceatannol)이란 물질이 생성된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학자들의 선행 연구 사례에 따르면, 이 같은 레스베라트롤의 변환 과정은 종양 자체에 의해 제한을 받게 된다. 암 세포에 대한 레스베라트롤의 변환체인 피세아타놀의 독성이 제한적으로만 작용한다는 것인데, 이를 다시 말하면 이 물질들에 의한 항암 작용이 선택적으로 이루어짐을 의미한다. 일종의 암 세포 특이성(specificity)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CYP1B1 효소가 암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왜냐하면 건강한 세포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이 효소가 유독 종양 세포에서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CYP1B1 효소가 암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항암 과정 유도에서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드몬트포트대학의 게리 포터(Gerry Potter) 교수는 지금까지 학계에 알려진 CYP1B1의 기능을 범죄 현장에 있는 경찰에 비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범죄 현장에서 자주 보인다고 경찰을 범인으로 볼 수는 없다. 바로 CYP1B1 효소가 범죄 현장에 있는 경찰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암 세포에만 존재하는 효소로 인해 역설적으로 암에 독성을 나타내는 물질이 유도된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운 내용으로 보인다.

출처 : KISTI, 약학 등 록 일 2002-03-04 원문출판일 2002년 02월 28일

British J. of Cancer (http://www.nature.com/bjc/press_release_5.html)

운영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07.17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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