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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현재, 미래가 어우러지는 평화의 노래, 종묘제례악종묘제례악, 그 평화의 노래 ( 황병기 / 국악인 )

www.jadam.kr 2007-04-26 [ 자연TV ]

가야금과 목적없는 ‘진정한 사랑’에 빠지다
50년동안 소리창조의 한 길을 걸어온 황병기 선생은 어떻게 가야금을 만나게 되었을까요. 황병기 선생은 1951년 전쟁으로 피난살이 하던 부산에서 중학교 3학년 때, 가야금이 너무 좋아 국립국악원에서 배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국립국악원이 처음으로 세워진 때와 선생이 가야금을 시작한 시기가 일치한다고 하네요.

“가야금은 그냥 좋아서 시작했습니다. (웃음) 사람은 뭐든지 목적 없이 하는 것이 진짜인 것 같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연애 할 때 그냥 아무런 이유도 없이 서로가 좋아야 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결혼해야겠다는 목적도 없어야 합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좋아해야 진짜 사랑이 아닐까요.

예술도 목적 없이 하는 것이 진짜 예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저 좋아서 시작한 가야금도 어느덧 50여 년이 흘렀네요. 처음 시작할 때는 유명한 음악가가 되어야겠다, 우리의 전통을 이어 받아 국악을 빛내야겠다 하는 목적은 없었습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가야금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기에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연주란 모든 음악의 꽃이자 노동이다
“가야금 뿐만 아니라 모든 음악에서 그 꽃은 연주입니다. 그리고 연주라고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노동’입니다. 연주는 정신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육체를 매일매일 단련해야 합니다. 그치면 안됩니다. 운동선수가 몇 일만 뛰지 않으면 근육이 풀려 뛰지 못하듯이, 가야금 하는 사람도 몇 일만 쉬면 손가락 근육이 풀리고 손 끝의 딱딱한 근육이 부드러워져 현을 만지면 아파서라도 연주를 못합니다.

저는 정신보다 육체가 더 신성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은 대개 교활해서 모든 나쁜 것을 육체에게 돌려 버리죠. 육체는 정직하고 성실합니다. 그 육체를 매일 단련 하는 것이 연주의 기본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 자신을 가야금 노동자라고 부릅니다.”

‘예(禮)’로서 질서를 잡고 ‘악(樂)’으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다
“‘음악(音樂)’은 ‘Music’이라는 서구의 전문용어를 일본사람들이 한자어로 바꾼 것입니다. 우리의 전통적 표기로는 그냥 ‘악(樂)’이라 부릅니다. 여기서 ‘악(樂)’과 ‘예(禮)’를 서로 표리일치(表裏一致)되는 관계, 즉 한 덩어리라 보는 것이 ‘예악(禮樂)사상’입니다.

‘禮’의 본질적 의미는 ‘다른 것(異)’입니다. 한 집안을 보면 아버지, 어머니, 큰 딸, 작은 딸 등 서로 달라야 예의가 생깁니다. 회사에서는 사장, 과장 등으로 달라야 위계질서가 형성되지요. 그런데 서로 다르면 질서(序)가 생기니 좋지만, 서로 친해지기는 힘들게 됩니다. 그래서 ‘樂’이 필요하게 되는데, ‘樂’의 본질적 의미는 ‘같은 것(同)’입니다. 즉, ‘禮’는 ‘異’와 ‘序’가 본질이고, ‘樂’은 ‘同’과 ‘和’가 본질인데 우리 조상들은 이 둘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세상이 평화로워진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궁의 각종 禮에는 항상 樂이 따라다닙니다. 우리나라가 신라시대부터 樂을 관할하는 국가기관을 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신라 때는 음성서(音聲署), 고려시대는 대악서(大樂署), 조선시대는 장악원(掌樂院)이 있었고 현재는 국립국악원이 있습니다. 현재 다른나라 어디에도 나라에서 직접 음악을 관할하는 기관을 두는 일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만의 전통입니다.”

www.jadam.kr 2007-04-26 [ 자연TV ]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 종묘제례악
“유형문화재 1호가 남대문이라는 것은 모두들 잘 아시죠 그럼 무형문화재 1호는 무엇일까요 바로 종묘제례악입니다. 뿐만 아니라 종묘제례악은 판소리, 강릉 단오제와 함께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는 인류 모두의 문화유산입니다. 그런데 국민들은 이렇게 소중한 종묘제례악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이 종묘제례악이 무엇인지 꼭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나라의 의식(儀式)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집니다. 하나는 일상적인 잔치음악인 ‘연례악(宴禮樂)’이고, 나머지 하나는 ‘제례악(祭禮樂)’입니다. 유교국가에서 제사를 지낸다는 것은 종교의식이었죠. 이 제례악 중의 하나가 종묘제례악입니다.”

선조로부터 내가 나오고, 다시 후손에게 이어진다

유교사상에 의하면 가장 좋은 음악은 가장 좋은 사회로부터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종묘제례악에는 조선시대의 어떤 모습이 담겨있는 것일까요.

“‘종묘(宗廟)’의 ‘종(宗)’은 ‘마루’를 뜻하고 ‘묘(廟)’는 제사 지내는 ‘사당’이라는 뜻입니다. 무덤이 아닙니다. ‘마루’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등선을 뜻합니다. 선조로부터 나에게 이르고, 그리고 다시 후손으로 내려가는 이 ‘마루’의 개념을 조선시대에는 굉장히 중요시 했습니다.

조선시대는 군주국가였지만 임금이 마음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매일매일 사관이 임금 곁에서 역사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역사의 심판을 받는다는 것은 굉장히 무서운 일이었지요. 사관의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입니다. ‘실록’은 임금도 볼 수 없었으며, 사관은 실록이 절대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보관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만약 그 임무를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면 사형이었습니다. 그래서 임금에게도 까딱하지 않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반골성향이 있는 사람, 요새말로 ‘운동권’같은 사람이 사관을 맡았습니다.”

“용비어천가 아시죠 선조들의 공덕과 유구한 전통을 찬양하는 이 노래는 마지막에 임금에 대한 충고를 담고 있습니다. 정치 똑바로 하지 않으면 쫓겨난다고 말이지요. 임금에게 이런 말을 대놓고 할 정도였으니 그 시대가 얼마나 민주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www.jadam.kr 2007-04-26 [ 자연TV ]

“제사는 아주 귀한 손님을 맞는다고 생각하십시오”
선조의 공덕을 잊지 않고, 후대의 모범이 되기 위해 스스로의 독선을 경계하며, 신하들의 충언으로 나라를 이끌어 갔던 조선의 임금들. 이런 사회에서 종묘제례악은 먼 옛날의 선조를 부르며 화평한 세상을 꿈꾸었던 경건하고도 조화로운 의식이 아니었을까요.

“종묘제례의 절차는 아주 귀한 손님을 맞는다고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제사할 때도 이 순서를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그 절차는 迎神(영신)-尊幣(전폐)-進饌(진찬)-初獻(초헌)·亞獻(아헌)·終獻(종헌)-撤邊豆(철변두)-送神(송신)-望燎(망요)로 이어지지요.

귀한 손님이 온다고 하면 무엇부터 먼저 합니까 나가서 마중을 하죠. 그것이 바로 종묘제례의 첫 번째 절차 ‘영신(迎神)’입니다. 귀신을 환영한다는 것이지요. 귀신이란 돌아가신 선조들을 뜻합니다.

마중을 마치면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지요 절을 합니다. 그것이 두 번째 절차 ‘전폐(奠幣)’입니다. 여자가 시집을 갈 때 정식으로 인사 드리는 폐백과 같습니다. 전폐는 예물을 바치며 절을 함을 의미합니다.

다음은 먹을 것을 내와야 친해지죠. 정을 표시할 때는 무조건 먹을 것을 내줘야 하는 법입니다. (웃음) 연인 사이에도 먹을 것을 내놓지 않고 꽃만 내밀며 사랑한다고 고백하면 따귀 맞습니다. (웃음) 그런데 진짜 성찬을 대접하려면 반드시 술을 내와야 합니다. 그리고 술은 여러 번 주는 게 좋은데 제사 때는 딱 세 번이면 됩니다. 그래서 初獻(초헌)·亞獻(아헌)·終獻(종헌)입니다. 進饌(진찬)은 본격적인 성찬을 즐기기 전에 기운 차리기 위해 먹는 전식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술 다 먹고 나면 파해야 하지, 손님이 이부자리 내놓으라고 하면 골치 아픕니다. (웃음) 그것이 送神(송신)인데 그 전에 제기를 철수한다고 고하는 것이 撤邊豆(철변두)입니다. 손님을 보내고 난 뒤에도 지극한 사람은 손님을 잊어버리지 않고 그 사람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望燎(망요), 태우는 것을 바라봅니다. 세상 모든 것을 없애는 가장 신성한 방법이 태우는 것입니다.”

종묘제례악이 우리의 목소리로 되살아난다
“여기 두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대악필이(大樂必易)’, 좋은 음악은 반드시 쉽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대례필간(大禮必簡)’ 좋은 예절은 반드시 간단하다는 것입니다. 예악사상에는 좋은 음악은 반드시 쉽고 간단하다는 대전제가 깔려있습니다. 흔히들 종묘제례악이 구중궁궐에 묻혀있던 아주 어렵고 나와 관계없는 음악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오늘 한번 같이 불러보면 얼마나 쉬운지 아실 겁니다.”

“종묘제례악은 세종때 궁중회례(會禮)에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향악(鄕樂)입니다. 문치(文治)를 찬양하는 ‘보태평(保太平)’과 무공(武功)을 찬양하는 ‘정대업(定大業)’에 연원을 두고 있으며, 세조 때 제례용으로 좀더 간단하게 다듬으면서 나라의 가장 중요한 제사인 ‘종묘제례’의 음악으로 만들어집니다.

종묘제례악은 제례가 진행되는 동안 각각의 절차에 따라 보태평과 정대업 11곡이 서로 다른 악기로 연주됩니다.

오늘 제가 준비한 악보는 보태평의 ‘희문(熙文)’입니다. 신을 맞는 영신례(迎神禮)와 전페례(奠幣禮) 그리고 초헌(初獻)의 첫번째 악곡이지요. 초헌 때의 가사 내용을 제가 풀이해 보겠습니다.

列聖開熙運(열성개희운) 여러 성군께서 빛나는 국운을 열으셨으니

炳蔚文治昌(병울문치창) 찬란한 문화정치가 창성하도다

願言頌盛美(원언송성미) 언제나 우리는 성미함을 찬양하며

維以矢歌章(유이시가장) 이를 노래에 베풀어 부르나이다”

“우리 음악에서는 도·레·미·솔·라 5음으로만 소리를 냅니다. 파와 시가 빠졌으니 ‘도·레·미-솔·라-높은 도’로 연결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도에서 레, 레에서 미, 솔에서 라의 음정은 2도(1음)이지만, 미에서 솔, 라에서 도'의 음정은 3도(1음 +반음)입니다. 도에서 도'는 총 8도 즉 한 옥타브가 되지요. 옥타브 관계의 음은 같은 음으로 들립니다. 낮은 도를 내는 남자의 목소리와 한옥타브 높은 도'를 내는 여자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면 조화롭게 하나의 소리로 들리게 되지요.

음계를 이루는 어떤 음이든 모두 ‘주음(主音)’이 될 수 있습니다. 주음이 달라지면 분위기가 바뀌게 되는데, 이러한 하나하나의 음계를 선법(旋法)이라고 하며 영어로는 ‘모드(Mode)’라고 합니다. 종묘제례악에서 ‘솔 선법(모드)'이고 정대업은 ‘라 선법(모드)’입니다. 이제 우리가 준비한 보태평 악보를 불러볼까요. 보태평에서 ‘솔·라-도·레·미-솔'’은 ‘黃·(C)太(D)-仲(F)·林(G)·南(A)-潢(c)’으로 소리내면 됩니다.”

나눔 문화 : http://www.nanum.com

제공 : 나눔문화,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7.04.26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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