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ww.jadam.kr 2007-05-13 [ 조영상 ] 전년도 유기재배로 재배한 파프리카 중 성적이 좋고 병해에 강한 작물의 씨앗을 받아 모종을 키우고 있다. 바로 옆에 있는 수입품종과 큰 차별이 없어보인다.

유기재배가 확대되면서 종자의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종자를 문제삼지 않는 재배방식으로는 각종 병해의 저항성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종자의 문제는 농민을 떠난 것인가. 유기재배가 급격히 확산되고는 있지만 그 재배안전성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종자의 문제는 어느 누구도 선뜻 해결하려 나서지 않는다. 무농약 이상 유기재배를 시도를 하면서 종자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육묘공장에서 나오는 플러그묘로 재배를 하고 있는 많은 농가들을 본다.

공장용 플러그묘로 유기재배는 넌센스

육묘공장의 플러그묘란 무엇인가. 우선 종자에 있어서 유기재배의 환경에는 걸맞지 않게 다수확을 목적으로 개량된 종자를 인공조명까지 동원하여 최적의 호조건(심지어 무균상태까지)을 만들어줘 잘생긴 모종을 대량으로 만들어 내는 곳이 아닌가. 공장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합당한 방법일 수 있겠지만 화학농약의 보호막 없는 야생의 환경속에서 유기재배로 작물을 키워낸다는 관점에서 보면 플러그묘는 최악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귀공자처럼 갈끔하게 플러그묘 공장을 나오는 위풍당당한 그 모습이 재배의 결과를 담보하는가 그래서 해마다 그 공장을 나온 고추는 여름도 못넘기고 사그라지는가.

해마다 반복되는 균의 문제, 충의 문제, 재배생리의 문제 등을 단순히 친환경자재의 효율적인 배분과 활용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수십 년의 야채재배를 통해서 이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가지고 유기농 파프리카와 유기농 고추를 자가채종하여 자가육묘를 하고 있는 강원도 평창에 원중연님은 생각은 어떨까?

ⓒ www.jadam.kr 2007-05-13 [ 조영상 ] 진부의 깊은 골짝에 살면서 한국농업의 미래를 열어가는 원중연님. 그의 실천적 삶과 억척스런 손을 보면 감동과 눈물이 흐르지 않을 수 없다.

20~30년전 자가채종은 상식이었다.

원중연님은 유기농 파프리카 재배는 유기농 씨앗으로, 유기농 고추 재배는 유기농 고추씨앗으로 자가육묘를 해야만 한다는 굳은 의지로 실천에 옮겨 수년째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부분 농민들은 종자는 자신의 소관이 아닌 것으로 이미 접어버린 지 오래다. 그러나 보라 불과 20~30년전 우리 선조 농민들에게 있어 자가채종은 상식이었다. 다른 수단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가채종은 작물의 재배역사성의 대를 잇는 중요한 과정이기에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농업이 근본적인 원칙과 순리에서 벗어나니 고행의 시작이다. 종자와 품종의 재배역사성을 무시하면 유기재배도 끊임없는 병해의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다. 플로그묘의 활용, 간단하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만일 여러분들의 재배역사가 일년씩 토막나 종자의 역사로 축적되지 않는 다면 이 또한 얼마나 허망한 일이겠는가.

종자는 역사다. 그래서 그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

종자의 의미란 무엇인가. 수십 년, 수백 년간 재배역사의 축적이다. 매년 유기재배의 변화무쌍한 재배환경의 기록이 씨앗에 고스란히 담긴다. 이로서 유기재배 농민들의 유기재배의 역사가 진정한 성장을 시작한다. 종자는 유전자정보(DNA)를 전달해주는 단순 매계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그리고 이 유전자정보는 재배환경의 역사와는 무관하게 고유하게 점지된 것 만으로 생각한다. 현재의 첨단이라 일컫는 유전자공학 연구의 다양한 발표들이 이러한 생각을 부추겼을 것이다. 인간 삶의 역사성과는 무관하게 유전자 고리 한 개만 제어할 수만 있다면 인간의 병은 다 치유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또한 농업부분에서는 종자의 DNA 조작을 통하여 병해의 피해가 전혀 없는 완벽한 종자의 신기원을 만들어 내겠다고 전세계적으로 막대한 자본을 들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농민들은 모든 작물의 질병의 문제가 못난 DNA의 문제였구나 하고 자신의 재배상의 잘못을 빠져나간다. 그리고는 첨단 유전공학으로 농업의 바뀔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대는 오지 않는다. 오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시대를 인정하는 순간 '나의 존재'가 갖고 있는 생생한 역사성을 부인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상업적 논리의 과학이 보편화된 현실을 고려할때 지구 마지막까지 ‘될 것이다’란 가능성 제기로 연구비는 계속 받아내 연구는 계속되겠지만....

유전자 DNA의 조작으로 농업혁명이 일어난다고

과학적으로 재배의 역사가 종자에 고스란히 축적된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아도 그것은 사실이다. 과학의 올무를 벗어 던지고 잠깐 생각해보면 상식 아닌가. 현재의 과학적 수준이 진리를 재단할 수 없다. 절대적으로 고착화된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종자도 변하고 변한다. 재배역사를 담고 담아 산전수전 세월을 보내고 생명으로 깊은 호흡을 지금도 하고 있다. 숨쉬는 생생한 생명으로 종자를 바라보아야 한다. 그 종자, 생명스런 삶의 역사가 그 종자의 건강함, 강인함의 근간이 된다는 것이다.

생산의 안전성을 위해 강인한 종자가 필수

시판되는 종자는 자가채종을 할 경우 불량종자가 많이 나와 자가채종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있다. 그런데 누가 자가채종을 직접 해보기라도 하고 이런 결론이 나왔단 말인가 채종해서 심어도 더 이상 발아가 되지 않는 일명 '터미네이터'종자를 국제적인 종묘회사들이 왜 보급하려하는가 이것은 분명 자가채종 가능성의 반증일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20년간 자가채종까지 해보고 확신에 차서 안 된다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종자는 포기할 수 없다. 더욱이 종자산업이 외국기업으로 다 넘어간 상태에서 유기재배를 목표로 하고 있는 농민이라면 종자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는 안정적인 생산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우리만의 토종종자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왜 토종인가, 토종이라서 무조건 좋은 것인가 아니다. 토종이 바로 우리의 재배적 환경을 반영한 역사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기재배의 시대에 강력한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국내 토종채종포 거의 대부분은 관행농법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이 너무도 안타깝다. 미력하나마 '자닮'에서 '토종네트웍'을 운영하는 것도 토종이 관행농법으로 유지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자구적 노력의 일환이다.

유기재배! 유기재배 씨앗의 자가채종으로부터 진정한 출발이 시작된다.

너무 큰 목표도 필요 없다. 매년 꾸준히 밭 한 켠에 생명의 작은 공간을 가꿔가 보자.

세월의 흐름 속에 단련된 강인한 종자가 ‘군을 제대를 하고 돌아온 늠름한 아들’처럼 당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희망을 갖자. 희망 없으면 절망뿐이다.”

조영상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7.05.1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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