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이 사람으로부터 철을 획득하는 기작을 규명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새로운 계통의 항생제를 설계, 개발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텍사스대 남서의료센터(Univ. of Texas Southwestern Medical Center),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 동테네시 주립대, 빅토리아 대학의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는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게재됐다.

세균의 세포는 다른 유형의 세포와 마찬가지로 세포 외막(outer membrane)을 경유해 세포 내로 물질을 이동시키는 능동 수송(active pumping) 체계를 갖고 있다. 이같은 수송 체계는 일련의 운반 수용체(transporter)가 구성하는데 철(iron)을 흡수하는 과정도 그 가운데 하나에 속한다. 특히 세포 외부로부터 철을 흡수하는 기작은 병원성 세균이 기주(host)에 안착해 감염증을 일으키는데 필수적이다. 이번 연구는 세균의 철 획득 과정에서 운반 수용체로 작용하는 FecA 라는 물질의 3차원 구조를 규명하고 이 수용체가 세포막을 통해 철의 이동 전후에 중요한 구조 변화를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세균을 연구 대상 생물체로 삼은 이유는 다른 유형의 생물체에 비해 세균의 세포막과 이를 통한 영양물 및 기타 구성 요소들의 이동에 대한 연구 성과가 지금까지 많이 축적되어 왔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규명된 내용들을 토대로 세균의 철 흡수 기작을 규명하기가 용이했던 셈이다.

발표된 FecA 수용체 양끝은 개방되어 있는 원통 모양의 3차원 구조를 갖고 있다. 원통 구조의 중간에는 일종의 마개로 작용하는 물질이 채워져 있으며, 양 끝단이 외부로 통하도록 뚫려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상태에서 철이 수용체에 첨가되면 개방되어 있는 끝단 가운데 한 쪽 끝이 닫히면서 철의 흡수 과정이 시작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학자들에 따르면, 이번에 규명된 세균의 철 흡수 기작은 새로운 약물 개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항생제에 대해 약물 저항성(drug resistance)을 획득하는 병원성 세균은 지금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때까지 유용하게 사용했던 약물을 쓸모 없게 만드는 이 같은 약물 저항성 문제는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향 가운데 하나가 바로 철을 인지해 이를 수송하는 수용체를 모사해 약물을 설계하는 것이다.

이 같은 특성의 약물을 개발하면 항생제 물질의 특이성(specificity)을 증진시킬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병원성 감염증의 효과적인 치료와 약물 저항성 문제의 억제라는 두 가지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이번 연구 성과는 병원성 세균의 철 흡수 기작을 이용한 항생제 신약 개발의 토대를 닦았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참고로 이번 연구를 주도한 요한 다이젠호퍼(Johann Deisenhofer) 박사는 지난 1988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석학이다.

이번 연구에는 웰치재단(Welch Foundation)과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등이 연구비를 지원했다.

출처 : KISTI, 생물과학 등 록 일 2002-03-08 원문출판일 2002년 03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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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07.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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