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사람이 도로 위를 지나가면 지면 아래의 펌프가 작동해 전기가 발생한다. 자동차 자체에 부착된 압전소자는 엔진의 떨림을 전기를 바꾼다. 신발 밑창에도 압전소자를 설치하면 개인용 전자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는 전기를 얻을 수 있다. 또 공중으로 지나가는 전자기파를 수집해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킬 수도 있다. 자료제공 뉴사이언티스트

미래의 통신환경을 이야기할 때 흔히 유비쿼터스(Ubiquitous)라는 말을 한다. 모든 곳에 있다는 뜻의 유비쿼터스는 다양한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이용해 필요한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손쉽고 안전하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비쿼터스를 구현하는 가장 앞선 형태는 입는 컴퓨터이다. 말 그대로 옷이나 몸에 컴퓨터 장치를 지니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에서나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통신기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동력원, 즉 전기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의 개발이 관건이다. 영국의 과학잡지인 뉴사이언티스트는 최근 일상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전기를 얻을 수 있는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첫 번째는 떨림을 전기로 바꾸는 것이다. 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새드 라운디 박사는 일상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전기로 바꾸는 연구를 하고 있다. 대부분 75-150헤르츠의 주파수 범위에 속하는 이러한 고에너지진동은 자동차 엔진, 산업 기기에서부터 에어컨, 식기세척기, 믹서기와 같은 가전기기에서도 발생한다.

라운디 박사는 납-지르코늄-티타늄(PZT) 합금으로 만든 압전소자를 이들 기계에 부착했다. 압전소자는 물리적인 변형이 일어나면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장치.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스레인지의 스위치는 이러한 압전소자를 이용한 것으로, 손잡이를 돌리는 기계적 운동에 의해 압전소자에 변형이 일어나면 가스를 점화시킬 수 있는 전기 스파크를 발생시킨다. PZT 압전소자를 자동차 엔진에 부착시키면 엔진의 진동으로 인해 80마이크로와트 정도의 전기를 발생하는데, 이 정도면 오일 압력이나 엔진 온도 등을 모니터하는 센서들을 작동시키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정도론 아직 본격적인 발전기라도 하기엔 무리가 있다. 미국 뉴욕에 있는 그래비테이셔널 시스템사의 게리 핸더슨 박사는 아예 도로 자체를 발전소로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핸더슨 박사의 계획은 도로 아래에 일종의 펌프를 장치하는 것. 펌프 안에는 터빈을 돌릴 수 있는 액체가 들어있다. 자동차가 펌프가 장착된 도로 위를 지나게 되면 액체가 들어있는 판을 1-2센티미터 정도 누르게 되고, 이 압력에 의해 액체가 밀려가 발전기 터빈을 돌리는 것이다.

각각의 펌프는 자동차가 한 번 지나갈 때마다 80와트 정도의 전기를 발생시킨다. 그러므로 헨더슨 박사의 계산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의 자동차 10%가 1마일에 이 펌프 위를 두 번 정도 지나가면 3기가와트(30억와트)의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렇게 발생된 전기로 배터리를 충전시키면 가로등을 밝히는 등 도심에 필요한 다양한 전기기기에 필요한 전기를 충당할 수 있다. 헨더슨 박사는 이미 이 펌프 장치를 몬태나, 오리건 주 등의 목장주들에게 판매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자동차 대신 소들이 펌프를 밟아 전기를 발생시키게 된다.

또한 헨더슨 박사의 펌프 발전기는 도심의 교통체증 구간에서 혼잡통행료를 징수하는데 이용될 수도 있다. 증가하는 승용차 수를 도로가 감당할 수 없게 되자 혼잡통행료를 징수하는 방법으로 승용차의 도심 진입을 줄이려 하고 있다. 그러나 혼잡통행료를 내기 위해 속도를 늦추다보니 오히려 교통체증이 심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문제는 자동차에 스마트 카드를 부착해 자동으로 요금을 납부시키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헨더슨 박사의 펌프 발전기로도 해결할 수 있다. 즉 혼잡통행료를 부과하는 곳 도로 아래에 위의 펌프 발전기를 설치해두면 자동차가 지나가면서 전기를 발생하게 되고, 이 전기료로 혼잡통행료를 대신하면 된다는 것.

한편 도로를 파헤치지 않고도 전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사람을 이용하는 것이다. 미국의 SRI 인터내셔널사의 론 펄린 박사는 신발 뒤축에 PZT 압전소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고분자물질을 부탁시켜 사람이 발을 내딛을 때마다 전기를 발생시키게 했다. 이미 이 장치는 일부 스포츠화에 부착된 LED를 빛나게 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현재는 한번 발을 내딛을 때 0.8와트 정도의 전기를 발생시키지만 곧 2와트까지 증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정도면 군인들의 무전기나 위치확인시스템을 작동시킬 수 있다. 도로를 지나다니기만 하면 전기가 발생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출처 : 매경이코노미, 9월 13일

운영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07.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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