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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그플레이션과 대처 방안해외에서 값싼 농산물을 사다 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은 허구임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비싼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www.jadam.kr 2008-03-06
김재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

최근 곡물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밀가격이 하루 새 20%나 폭등했다는 보도도 있고, 콩과 옥수수가격도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배합사료가격의 인상은 조사료 생산기반도 취약하고 대부분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축산농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곡물값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식량수출국들도 수출 곡물에 높은 수출세를 부과하거나 수출량을 제한하는 곡물 민족주의와 자원 패권주의로 이어지고 있어 지구촌 전체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곡물가격이 상승하게 된 원인은 다양하다. 공급이나 수요 측면의 요인도 있고 거시경제적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상여건 악화로 인한 미국·유럽연합(EU)·중국 등 주요 곡물 생산국들의 생산 감소, 러시아 등 주요 곡물 수출국들의 수출통제 등 공급 측면의 요인도 중요하다. 달러화 약세로 인한 곡물 및 원자재시장으로의 자금 이동 증가, 유가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와 물류비 상승 등도 중요한 요인이다. 무엇보다도 신흥국가들의 경제발전에 따른 곡물 수요 증가와 곡물의 바이오연료 사용 증가에 따른 곡물 수요 증대가 가장 심각한 요인이다. 이러한 곡물 수요 증대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문제는 곡물가격 상승이 장기적으로 고공행진을 지속할 것이며 곡물파동이 구조적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점이다. 곡물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은 농림어업 부문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종합적인 장·단기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사료곡물의 가격안정을 위한 구매자금 지원, 세제개선, 주요 곡물 수출국의 작황 및 곡물의 수출입 현황을 실시간에 파악할 수 있는 조기경보시스템(EWS)의 구축이 필요하다. 또 곡물의 유통과정에 거품을 제거하는 유통시스템 개선도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곡물과 식량의 안정적인 국내 생산기반을 마련하고, 해외 수입처를 확보해야 하며, 해외 선물시장에서의 위험과 가격불안을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식량의 안정적 공급기반을 확보한다는 정책 목표를 세우고 적정한 농지 확보, 밀·콩·옥수수의 자급률 제고, 쌀의 생산기반 유지 등을 추진하는 동시에 해외 농업생산기지 개발, 선물시장의 확보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제는 안정적인 농산물 생산기반이 구축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농업의 건전한 발전 없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어렵다는 말이 실감난다. 선진국 진입을 위한 ‘최소한의 농업’이 필요한 것이다.

해외에서 값싼 농산물을 사다 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은 허구임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비싼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우리 농업도 불타 버린 숭례문처럼 되지 않도록 미리미리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첫 단추는 최소한의 안정적인 생산기반이 무너지지 않는 곡물 자급기반을 확보하는 것이다.

bijoujsoo@hanmail.net

* 농민신문에 기고된 글을 글쓴이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기사등록일시 : 2008.03.0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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