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터전 잃고 보상금 중 160억 반환판결

1994년 시화호 방조제 최종 물막이 공사가 끝난 지 햇수로 10년째인 지금 이곳 어민들은 대물림된 빚과 신용불량의 늪에서 한숨짓고 있다. 시화호로 생계 터전을 잃은 데다 법원이 어업 보상 산정기간이 잘못됐다며 이미 지급한 159억여원의 어업보상금을 반환하라는 판결이 최근 수년 동안 잇따랐기 때문이다.

14일 시화호 안의 우음도(화성시 고정리) 갯논에서 만난 박창애(60)씨는 한때 ‘우음도 최고의 어부’였다. 25살에 배를 타 방조제로 막힐 때까지 25년간 어부로 지냈던 그는 “물길이 막힌 다음 도시로 나갔지만 결국 쫓겨왔다”고 했다.

갯벌에 조개가 많아 ‘금강’이라던 우음도는 한때 125가구가 살았지만 현재는 20가구 40명의 주민만 산다. 물도 죽고 조개도 죽고 더 이상 할 일을 잃은 주민들은 몇푼 보상금을 손에 쥐고 정든 섬을 떠났다.

박씨는 80살 노모, 손자 손녀와 함께 면사무소에서 주는 16만여원의 생계보조금으로 산다. 이웃주민 이재화(44)씨는 “한국수자원공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갯벌에 조성한 갯논이 박씨의 마지막 희망”이라며 “이마저 없었다면 박씨는 벌써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섬 곳곳에는 50여채의 집이 폐허로 남아 있다. 마을에 20대는 한명도 없다. 30～40대가 10명, 어린이가 7명, 나머지는 60대 이상이고 그나마 부부가 함께 사는 집은 3～4가구에 불과하다. 물길이 막히고 분교도 폐교됐다. ‘소잡아 밤새 놀았다’는 마을 당제도 멈췄고, 어민들은 부채만 쌓인 ‘알거지’가 됐다고 주민 차승복(44)씨는 전했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방조제공사로 생활터전을 잃은 화성, 시흥, 대부도 등 시화호 어민들이 소송을 통해 받은 관행어업 손해배상액은 29개 어촌계에서 383억원이었다. 그러나 1995년 이후 2심은 어업기간을 8년간 인정한 1심 판결을 뒤집고 2년만 인정하면서 어민들에게 받은 배상금을 다시 내놓으라고 판결했다. 결국 지난해말부터 대법원은 전체 보상액의 3분의 1인 109억원을 12계 어촌계가 반환하라는 확정판결을 내리기 시작했고, 2개 어촌계의 50억원은 소송이 진행중이다.

시화호 일대 14개 어촌계 1700여가구가 이 때문에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고 이는 대부도 전체 인구 6천여명의 절반에 해당한다.

대부북동의 김부열(43) 어촌계장은 “100가구가 가구당 2126만원씩을 받아 변호사비로 637만원을 주고 지금은 남은 돈이 없다”며 “보상받은 부모가 이미 세상을 뜬 집도 10가구나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모 빚은 자식에게 대물림됐고 33가구는 빚 독촉에 시달리다 서로 빚을 연대보증한 상태다. 17가구는 아예 집과 땅이 가압류돼 재산권 행사도 어렵다. 그는 “시화호 주변의 12개 어촌계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어민들의 사정을 더욱 어렵게 한 것은 변호사들에게 지급한 50억원 이상의 성공사례비다. 장천수(51) 탄도어촌계장은 “1심 소송에서 승소하자 변호사들이 전체 보상액 가운데 30～40%씩을 미리 성공사례비로 떼어갔다”며 “수자원공사는 배상금에서 사례비를 제외해 가구당 500만～2천만원씩 고스란히 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부동 어민들의 채무도 크게 늘어났다. 대부동 수협 등 이곳 금융기관 집계로는, 95년 대부동 주민들의 대출금 총액은 218억원에서 올 4월30일 현재 602억여원으로 늘어났다.

안산시의회 노영호(45·대부동) 의원은 “대부동에서만 통장 2명이 자살했고 최근 어촌계 조합원 1명이 빚보증 문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말했다.

“시화호가 교과서입니다. 새만금 주민들이 이곳에 왔다가면 다 투사가 된다고 합니다. 할머니들은 죽은 조개껍데기 보고 울기도 합니다. 시화호를 들여다 보면 미래가 보이는데, 수공 쪽은 자기들이 이곳 경험을 가지고 새만금에서 새로운 미래를 얻겠다고 하지만 어민들이 새만금에서 또 죽는 일만큼은 없어야 합니다.” 우음도 윤영배 어촌계장의 당부다.

출처 : 한겨레 신문, 안산 화성/글·사진 홍용덕 기자ydhong@hani.co.kr

운영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07.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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