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농업현장 귀농/귀촌
기사수정 삭제
귀농의 길 4 - 귀농과 고향고향은 아늑한 엄마의 품이련가 (김용전/새우골산방)

www.jadam.kr 2009-03-26
동촌리 새말 설경

한옥 집 강의 시간에 나온 강사가 마이크를 잡더니 느닷없이 “사회 낙오병들 여기 다 모였구만! 일 잘 되고, 돈 잘 벌려봐! 왜 시골로 가려고 하겠어 뭔가 도시에서 일이 안 풀리니까 귀농 타령 하는 거지!” 라고 일갈을 해서 가슴이 뜨끔했다. 회사에서 잘리지 않았으면 나도 과연 자발적으로 귀농을 택했을까 순간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강사가 그래 놓고는 “자, 자! 농담이고, 여러분들 가운데는 그런 사람 없겠지요 굳은 의지를 가지고 귀농해야 되요.” 라고 마무리를 하는데 옆 사람들을 둘러보니 모두 표정이 나와 비슷했다.

귀농학교 두 달째 되는 날, 충남 홍성으로 두 번째 귀농 실습을 나갔다. 주형로 목사가 오리 농법을 창안 실시해서 거의 모든 농가가 참여하고 있는 친환경 논농사로 유명한 곳이다. 그런 만큼 귀농자들도 꽤 많은 곳이었다. 먼저 귀농한 선배가 정신교육을 했는데 어찌나 강하게 하는 지 지금도 기억이 새롭다. 그 선배의 이야기는 시종일관 “대충 아름다운 시골 생활 꿈꾸면서 귀농할 거면 아예 때려 치워라!” 였다. 한 마디로 ‘귀농은 아무나 하나?’였다. 듣는 나는 그냥 무심이었다. 글쎄, 어떤 사람들이 귀농을 그리 쉽게 생각해서 실패 하길래 저 선배가 저렇게 목청을 높이나 싶으면서도 마음이 진지하다면 무어 그리 어려울라고

다음 날 실습은 유기농 생강을 재배하는 김기영 씨 댁으로 나갔다. 주일 미사를 가야 하는 천주교 신자끼리 한 조를 만들었기 때문에 주인을 따라 홍성 성당엘 나갔는데 마침 그 날이 성모승천기념대축일이라 성당에서 잔치가 벌어졌다.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라고 떡에 밥에 게다가 막걸리까지 실컷 먹느라 오전을 편안히 보냈다. 오후에 두엄 내는 일을 도왔다.

일이 끝나고 난 뒤 김기영 씨가 자신의 귀농 여정을 잠깐 이야기 해 주는데 원래 김천이 고향이라 고향으로 내려갔더란다. 그런데 주변에서 친척들과 친구들이 어찌나 수군대는지 견딜 수가 없어서 결국 다시 길을 떠난 게 홍성으로 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급적 귀농지는 고향을 택하지 말 것을 권유했다.

나는 고향으로 내려갈 생각도 진지하게 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기왕이면 친구들과 아는 사람들 있는 고향이 좋지 않은가. 지금 돌이켜 보면 결국 나도 고향으로 가지 못하고 이곳 동촌리에 정착했는데 고향은 귀농지로서 ‘아늑한 엄마의 품’만은 아닌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완전히 인생 후반을 유유자적하면서 은퇴자로 지낼 심산이라면 모르되 무언가 일을 더 해야 하는 귀농자의 입장은 아예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각오로 새 삶을 시작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성경에 보면 예수도 고향 나사렛에서는 환영받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마을 사람들이 ‘저 사람은 목수 요셉의 아들 아닌가?’였다. 물론 귀농자들이 무슨 예수님 같은 존재는 아니지만 어쨌든 예전의 히스토리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순수한 각오로 어떤 일을 벌여도 왜곡되거나 쓸 데 없는 말이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도 시골이라는 지역사회는 그 곳 출신 - 토박이들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사회다. 특히 지역 고등학교 출신 선후배 사이로 맺어진 끈끈한 인연은 외지인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이곳에서도 공무원을 하는 한 후배가 고등학교를 춘천으로 진학했던 걸 후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성적이 좋아서 춘천으로 유학(?)을 갔는데 정작 대학 졸업 후 돌아온 고향은 지역 고등학교 선후배 인맥이 너무 강해서 자신은 소외감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 같은 사람이야 무슨 소용이랴 내 먹을 농사 잘 되면 그만이고 내 실력대로 글 잘 쓰면 그만인 것을. 학교 선후배가 아니라 인간성을 보고 마음으로 우러나서 부르는 ‘형님’소리가 나는 가장 듣기 좋다.

출처:오두막마을,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9.03.26 20:56

<저작권자 © 자닮,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댓글과 답글 4
  • 위지나하 2014-08-24 20:52:21

    맞습니다
    그런데 사업 잘 돼서 걍 도시에서만 살고 시골은 고려장처럼 노인들 천국이고 장례는 노인들끼리 상여 메고 나가면 좋겠습니까? 강사님은 귀농하시는 분들 없이도 좋은 직장 가지셨겠습니까?
     

    • 위지나하 2014-08-24 20:58:39

      한옥집 젊은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거 아닙니다!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 되어서 한옥에서 산 경험이 전무한 젊은 사람이나 경험이 있었어도 나이 들어갈 수록 도회처나 큰 병원 근처에서 살고 싶다 합니다! 좋은 의도로 하신 말씀만겠지만 귀농하시려는 분들 중엔 정말 보통 맘이 편칠 않은 텐데 첫 마디가 쫌 듣기에 거북했겠습니다~^^ 늘 겸손하라고 요즘 애들 말로 나대지 말라고 배우고 자랐는데 저부터도 잘 난체 했으면 주변사람 기 많이 죽었을 겁니다! 끙~!!
       

      • 위지나하 2014-08-24 21:06:46

        주변에서 수근거릴 수록 귀농자들 맘은 편할 수도 있다!
        역설이 아닙니다. 시골 연로하신 분들이 평생 사실겁니까? 주변에서 도움 못 받고 홀로 견뎌야 한다면만 귀농 초반엔 맘고생이 있겠지만 이런 일이 경험이 되어서 오기가 생길 것입니다. 결국 오히려 주변을 의식치 않게 되면 맘이 편할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살려면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이런 상황은 별로 도움 되질 않을 것 같습니다. 글케 되면 시골 생활이 아니고 도시 생활이나 마찬가지겠지요. 서로가 맘을 좀 열고 사는 생활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위지나하 2014-08-24 21:12:11

          지역 연고끼리 잘 뭉쳐서 평생 그분들만 사시죠!
          제목이 자극적입니다. 이 산업사회에서 언제까지 고향사람끼리만 살 수 있겠습니까? 지금 고향 떠난 사람들보다 외국인들이 먼저 시골에 가 있진 않나요? 제 고향 사람에게도 그토록 배타적이면 외국인은 어케 받아들이는 맘은 생기는지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