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미래의 많은 암울한 변화들 - 예컨대 해수면 상승, 가뭄의 빈발, 빙하의 소멸, 감염성 질환의 확대 등 - 에 대한 주범으로서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해양과학 연구소의 래퍼티 박사(K. D. Lafferty) 박사는 Ecology 4월호에 실린 논문에서, "기후변화(지구온난화)가 감염성질환을 전지구적으로 확대시킬 것이라는 비난은 근거가 빈약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황열이나 말라리아 등의 질병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감염성 질환의 지리학적 범위가 변동(shift)되기는 할지언정 확대(expanding)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최근 발생하고 있는 감염성질환의 증가 현상이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기존의 견해와 상충되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는 "동부 아프리카의 고지대에서 과거 수십 년 동안 말라리아가 증가한 것은 기후변화보다는 농업, 여행, 운송, 약물저항성, 기타 경제적 사회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Ecology 같은 호에는 래퍼티 박사 이외에도 다른 다섯 명의 과학자들이 글을 기고하였는데, 이들은 각기 다른 관점에서 래퍼티 박사의 논문을 비평하고 있다. 그 중에서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의 기생충 생태학자인 사라 랜돌프(Sarah Randolph) 박사는 래퍼티 박사의 견해를 지지하면서, "많은 과학자들과 보건당국자들이 기후변화의 위력에 현혹되어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래퍼티 박사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러나 미국 미시간 대학교의 질병생태학자인 메르세데스 파스쿠알(Mercedes Pascual) 박사는 "감염성질환을 확대시키는 다른 요인들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이러한 요인들을 기후변화에 관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양분하는 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래퍼티 박사를 비판했다.

래퍼티 박사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990년대 중반부터 후반에 이르기까지, 기후변화에 의한 기온상승으로 말미암아 감염성 질환이 전지구를 휩쓸 것이라는 전망들이 발표되었다. 예컨대 1990년 영국 왕립학회가 발표한 `기후변화와 인간건강`이라는 보고서는 "2020년까지 말라리아의 유병률이 60%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생태학자들은 `과거의 전망들이 너무 단순한 가정에 근거한 나머지, 기온이 아무리 크게 변화하더라도 일부 지역의 경우 질병의 증가가 미미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즉,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면 현재 기온이 높은 지역은 기온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에, 곤충과 기타 질병매개체들이 서식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질병매개체들이 보다 고지대(또는 고위도지역)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한 질병매개체들은 적절한 숙주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적도지역에서 고위도지역으로 올라갈수록 숙주의 다양성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래퍼티 박사의 주장이 잘못 되었다고 지적한다. 미국 캐리 생태계연구소의 리차드 오스트펠드(Richard Ostfeld) 박사는 "기후변화란 대체로 최대기온의 상승보다는 최저기온(예: 야간기온, 겨울기온)의 상승을 의미한다. 따라서 질병매개체들은 새로운 지역에서 편안하게 서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감염질환 생태학자인 앤드류 돕슨(Andrew Dobson) 박사는 "숙주의 다양성이 감소하는 것은 오히려 인간에게 불리한 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곤충들이 야생동물보다는 인간이나 가축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한다.

더욱이 파스쿠알 박사는 "질병의 범위가 `확대`되지 않고 `이동`하더라도, 지구온난화가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극적으로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예컨대, 현재 말라리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아프리카의 고지대에는 저지대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살고 있다. 그런데 고지대 주민들의 획득면역(acquired immunity)은 저지대 주민들보다 약하기 때문에, 저지대 주민들에 비해 말라리아의 영향을 받기가 쉽다는 것이다. 한편 하버드대학 보건 및 지구환경센터(Center for Health and the Global Environment)의 폴 엡스타인(Paul Epstein) 박사는 "사람들이 기후변화로 인하여 거주지를 이동한다면 기존의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예: 아프리카의 고지대)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경향이 질병범위의 이동과 맞물릴 경우 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기후변화가 전지구적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 징후가 도처에서 포착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암울한 상황들을 기후변화의 탓으로만 돌리는 태도는 지양되어야 한다. "기후변화와 질병 간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들이 제시되어 있지만, 아직 결정적인 결론이 내려진 것은 없다. 생태계의 역동성과 질병의 복잡성 때문에 한 지역에서 내려진 결론을 보다 넓은 지역으로 확대적용하려면 모순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기후변화와 질병 간의 관계를 정립하려면 질병과 기후에 대한 장기적 데이터를 입수한 다음, 양자 간의 상관관계를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2008년 기후변화와 기상재해(Global Climate Change and Extreme Weather Events)라는 제목의 보고서의 작성을 주도했던 스탠퍼드 대학의 데이비드 렐만(David Relman) 박사는 논평했다.

SOURCE: "The ecology of climate change and infectious diseases", Ecology: Vol. 90, No. 4, pp. 888-900.

http://www.nature.com/

제공 : kisti,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9.05.13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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