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살 새 색시 시절 지리산에서 빨치산 활동을 시작해 ‘마지막 빨치산’으로 지난 63년 체포된 정순덕(1933년 음력 6월26일생) 할머니가 고희를 맞았다.
‘정순덕 후원회’는 정 할머니의 고희를 맞아 27일 오후 6시 인천대학교 학생식당에서 비전향장기수 송환추진위원회, 민가협 회원 등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칠순 잔치를 가졌다.
정 할머니는 빨치산 활동을 하던 남편을 찾아 나섰다 스스로 빨치산이 됐다. 남북분단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아픈 역사의 산 증인인 셈이다.
6·25 전쟁 발발 이후 인민위원회에서 활동하던 남편(성석조·73)은 북한 인민군을 따라 지리산으로 들어갔고, 정 할머니는 남편을 찾아 나섰다가 1951년 빨치산 유격부대에 동참, 최후의 빨치산으로 지리산 내원골 민가에서 1963년 11월 체포됐다.
당시 체포과정에서 대퇴부에 총을 맞은 할머니는 한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고, 불구의 몸으로 대구 공주 대전교도소에서 23년간 복역하다 1985년 8월 가석방 출소했다.
출소 후 할머니는 대도시의 영세공장을 전전하다 1995년 8월 비전향 장기수 공동체인 서울 봉천동 낙성대 ‘만남의 집’에 정착했지만 지난 99년 3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인천 나사렛 한방병원에서 현재까지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정 할머니는 2000년 8월 북송 비전향 장기수 명단에서 제외됨에 따라 같은 해 9월 정부에 송환을 요구했지만 1965년 대구 교도소 수감 시절 전향서를 썼다는 이유로 송환을 거절당했다.
정 할머니는 “칠순 잔치를 마련해 준 젊은이들이 고맙긴 하지만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칠십 평생을 살면서 특별한 감회랄 건 없지만 함께 빨치산 활동을 했던 남편이 혹시라도 살아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처 : 연합뉴스
운영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09.02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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