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가 나는 더러운 몸에 향수를 뿌리면 잠시 동안은 좋은 냄새가 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악취와 향수가 섞여 더욱 고약한 냄새가 나게 된다. 때문에 향수를 뿌릴 땐 반드시 먼저 몸을 깨끗이 해야 한다. 몸을 병들게 하는 오염 식품을 하루 세끼 꼬박꼬박 먹으면서 ‘건강식’에 혈안이 된 사람들을 보면 냄새나는 몸에 향수를 뿌리는 모습이 연상된다.

우리 시대의 질병은 대부분 음식에서 비롯되는 ‘식원병(食原病)’이다. 항생제 등으로 키운 육류와 수입 밀가루, 인스턴트 등의 음식이 인간에게 병을 주고 있다. 따라서 건강을 지키려면 몸에 좋은 먹을거리를 찾는 ‘플러스(＋) 사고’보다 몸에 나쁜 음식을 금하는 ‘마이너스(－) 건강법’이 더 절실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현대병이 잘 낫지 않고 만성화하는 이유는 대부분 병의 원인이 되는 음식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자신의 건강을 걱정한다면 그릇된 식욕과 식탐에서 벗어나 자연적인 먹을거리로 뱃속을 정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육류를 가급적 적게 먹을 것을 권하고 싶다. 존스홉킨스대학 인류학 교수인 앨런 워커 박사는 인간의 이빨과 침샘, 위산, 장의 길이 등을 검토한 결과 인간은 초식동물에 가깝다고 결론지었다. 사랑니를 포함한 30개의 영구치 중 고기를 찢기 좋게 발달한 송곳니는 4개뿐이며, 음식을 씹지 않고 삼키는 육식동물과 달리 반복해서 음식을 씹기 때문에 침샘이 발달해 있으며, 장도 육식동물보다 서너배 이상 길다. 만약 초식동물이 육식의 행태를 보인다면 자연에 역행된 현상으로 ‘난리’가 날 수밖에 없다.

현대인은 초식동물에 가까운 몸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나친 육류 중심의 식생활을 즐기고 있다. 30개의 이빨 중 송곳니가 4개뿐인 것은 전체 식사의 30분의 4만 육류를 섭취하라는 신(神)의 뜻이 아닐까

특히 동양인은 소장 중 육류의 소화흡수에 관여하는 회장(回腸)이 서양인보다 짧기 때문에 육류섭취가 몸에 부담스럽다. 상대적으로 회장이 긴 서구인들도 육류 중심 식생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데 원래 채식 중심이었던 우리가 왜 육류 중심의 식생활로 바뀌어가고 있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출처 : 조선일보 (손영기•손영기한의원 원장)

운영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09.0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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