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脾胃)를 단순히 소화기계로 분류하는 양방과 달리 한의학에선 비위를 모든 장부(臟腑)의 바탕이 되는 기관으로 삼는다. 따라서 난치병일지라도 소화기만 튼튼하면 치료 가능성이 크며, 가벼운 병이라도 소화장애가 동반된 경우엔 치료기간이 길어지게 된다. 그래서 필자는 소화기능이 크게 떨어진 환자에겐 손가락을 오므렸다 펴는 ‘잼잼’ ‘짝짜꿍’ 동작을 반복시킨다.

한방 생리학 용어 중 필자는 ‘비주사말(脾主四末)’이라는 네 글자에 큰 의미를 둔다. 이 용어는 인체의 팔 다리가 소화기능과 밀접히 관계됨을 뜻하니, 팔 다리가 차고 부으며 저리고 아픔은 비위 기능에 문제 있음을 나타낸다. 따라서 비위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산책이나 운동 등을 열심히 해야 하나, 그런 것이 귀찮다면 ‘잼잼’ ‘짝짜꿍’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이렇게 하면 마치 시동을 걸어 자동차 엔진을 돌리는 것처럼 사말(四末)을 자극해 비위의 기운이 증폭된다.

아기들의 ‘잼잼’ ‘짝짜꿍’ 하는 손놀림은 단순한 재롱이 아니라 일종의 발육 운동으로 미숙한 비위를 성숙시킨다. 손가락뿐 아니라 발가락도 함께 잼잼, 짝짜꿍 해보자. 익숙해지면 ‘딱딱딱’, ‘움찔움찔’ 운동도 동시에 하는 게 좋다. ‘딱딱딱’ ‘움찔움찔’ 운동으로 임맥(任脈)과 독맥(督脈)을 연결하고, ‘잼잼’ ‘짝짜꿍’으로 임•독맥 기혈 순환의 원동력인 비위를 돕는바, 이상의 4가지 운동은 건강을 지키는 최상의 비법이다.

한편, ‘잼잼’ ‘짝짜꿍’ 운동은 다이어트 운동으로서도 효과가 탁월하다. 비만은 먹거리가 풍족해져 생긴 사회•문화적 현상이 아니라, 오염된 식품 탓에 비위 기능이 저하돼 발생하는 질병으로 본다. 비위와 장에서 음식물을 제대로 소화•흡수하지 못하면 음식이라는 물질이 완전히 에너지화(氣化)하지 못하고, 그 잉여물질이 체내에 쌓여 비만이 되는 것이다. 결국 살을 빼는 근본 원리는 비위와 장 기능의 활성화다.

다이어트는 큰 근육을 움직이는 운동 1시간보다, 작은 근육을 움직이는 운동 3시간이 더 효과적이다. 틈날 때마다 ‘잼잼’ ‘짝짜꿍’ 운동을 해보자.

출처 : 조선일보 (손영기•한의원 원장)

운영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09.0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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