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땅은 사랑을 베풀지 않는다.

만물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

참사람은 사랑을 베풀지 않는다. 백성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

天地不仁(천지불인)하여, 以萬物(이만물)로 爲鄒狗(위추구)하고,

聖人不仁(성인불인)하여, 以百姓(이백성)으로 爲芻狗(위추구)니라.

사랑을 베풀지 않는다는 말은 미워한다는 말이 아니다. 미워도 하지 않는 다는 말이다.

하늘은 하늘로, 땅은 땅으로, 그냥 그렇게 있을 뿐이다. 하늘이 따로 무슨 꿍꿍이속을 품고서 어디에는 비를 내리고 어디에는 가뭄을 내린다면,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을 것이다.

짚으로 만든 개는 제사 때 쓰는 물건이다. 제사를 지내는 동안에는 소중하게 쓰이지만 때가 되면 미련없이 버린다. 하늘·땅한테 잘 배워서 하늘·땅처럼 도니 사람은 자기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소중히 쓰다가 때가 되면 미련없이 숨을 거둔다.

하늘·땅 사이는 풀무 같구나.

텅 비어서 굽혀지지 않고 움직일 수록 더 나온다.

天地之間(천지지간)은, (기유탁약호)인저,

虛而不屈(허이불굴)하고, 動而愈出(동이유출)이니라.

비어있으니 구부릴 수가 없다. 뭐가 있어야 구부리든지 펴든지 할 것 아닌가 풀무는 속이 비어 있는 데다가 바깥으로 열려 있다. 그래서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바람이 더 나온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내 놓는게 아니니 그럴 수 밖에. 밀알 하나 흙에 묻혀 사방으로 문을 열고 제 살을 비우면 육십 배 백 배 밀알을 낳는다.

말이 많으면 자주 막히니 중심을 지키느니만 못하다.

多言數窮(다언삭궁)이니, 不如守中(불여수중)이니라.

포도알을 윤택하게 한다고 포도알에 기름을 바르면 어떻게 될까 열매를 기름지게 하려면 땅에 양질의 거름을 줄 일이다.

보리알을 살찌우려면 먼저 흙을 살릴 일이다.

말이 많으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좋을 것 하나 없다. 입 다물고 중심 지키는게 백 배 천 배 낫다. 그러나 자연은 말이 없지 않다. 다만 함부로 말하지 않을 따름이다. 입다물어야 할 때 입 다물고 말해야 할 때 말하는 사람이 곧 중심을 지키는 사람이다. 그에게는 침묵도 말도 모두가 중심의 드러남 이기 때문이다.

운영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09.0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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