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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들과 청소년 정서에 관심이 많다. 특히 뉴스를 통해서 들려오는 어린 청소년들의 자살소식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나에게 부끄러운 죄책감을 갖게 한다. 또한 비행 청소년들의 문제들도 다르지 않다. 마음 어디에 어떤 상처들을 입었길래 저렇게 아프다고 큰소리를 치는 것일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우리사회의 문제는 어른 모두들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것들을 강요하느라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상처와 고통을 보듬을 수 있는 여유가 없다는데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중심이 될 그들의 미래가 건강할 수만은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나는 이 책에서 우리 사회의 아이들에게 지식보다 치유가 필요한 명백한 이유를 찾았다. 또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나의 자화상 같은 베티
보통 어린아이가 무엇을 아냐는 말을 많이 한다. 특히나 말을 배우기전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어른의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그들 앞에서 무신경하게 말하고 행동한다. 그리고 그들의 의견에는 귀 기울여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속의 베티는 어떠한가. 베티는 자신이 태어난 시기에 엄마가 느꼈던 슬픔과 혼란의 감정들을 고스란히 느꼈고 엄마의 감정 상태에 의해서 상처받았고 그 상처는 베티의 잠재의식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아 엄마와 베티의 관계에 지대한 악 영향을 미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관계로 인해 베티는 서서히 파괴되어 가고 있었다. 엄마가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상처들이 치유되지 못하고 엄마의 내면에 남아 있다가 딸에게 고스란히 대물림이 되었던 것이다. 여기서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았다. 나는 어떠한 모습일까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성격 그리고 스스로 생각해도 병적으로 싫어하는 것들... 부정적인 모습의 상당 부분이 어린 시절 가정환경에서 영향을 받았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내가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느껴왔던 것이었으나 이 책을 통해서 더욱 명백해 졌다. 완벽한 인간과 가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불완전함속에서 조화를 이루고 서로 상생해 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다만 불완전한 여러 여건들 속에서 자신의 건강함을 회복하고 지켜가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간 내면의 생명력은 치유의 기회를 찾는다
책속의 베티는 정말 영민하고 예민한 아이이다. 엄마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했던 엄마의 잠재의식과 감정상태에 예민하게 반응을 했고 동생이 탄생함으로써 변화되는 가족관계에서도 즉각적으로 방어기제를 작동시켰다. 이는 스스로 보호받고 있지 못하다는 본능적인 판단에서 나온 행동들이었다. 그렇게 자기를 지키고자 스스로 안으로 들어가 외부와 소통하지 못하면서도 끊임없이 구조요청을 했던 것이 그림이었다고 생각된다. 자신의 내적 불안요소들을 쏟아내듯 그려내는 그림들. 내가 이 책에서 감동받은 것이 바로 그런 베티의 모습이다. 자신을 표현하고 이해받고 생존하고자 했던 내면의 생명력! 베티가 놀이를 통해서 성장시기별로 충족되지 못했던 자신의 불안한 감정들을 표출하고 스스로 안정감을 찾아나가는 모습은 생명의 본능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한다. 우리들은 아이들이 단계별로 겪고 느껴야 할 것들에 대해 충분히 배려하고 기다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그런데 그런 간과들이 낳는 문제점들은 한 인간이 평생을 살아가는데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 온전한 삶을 살아내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문제들이 베티와 같이 치료과정을 통해서든지 절대적인 멘토에 의해서든지 스스로를 충분히 표현하고 자기가 온전히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시작 되는 것을 보면 우리의 자생력은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경외감마저 들게 한다. ‘수용’은 아주 중요한 계기
한 개인의 인생에 크게 자리할 난관의 실타래들이 사실은 작은 계기를 통해 풀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되었다. ‘회복탄력성’이라는 것이 있다. 역경을 맞았거나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이를 극복하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다. 이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이 삶의 질도 높고 성공확률도 높다고 한다. 그런데 이 회복탄력성이라는 것이 어떤 심리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성장시기 조부모이든 부모이든 멘토이든 절대적 지지자가 1명이라도 있었던 사람이 훨씬 높았다고 한다. 주인공 베티도 자신의 어떤 언행에도 무조건적으로 지켜봐주고 이해해주고자 노력하는 상담자를 통해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아이의 몸이 커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젖을 먹고 죽을 먹고 밥을 먹는 과정이 필요하듯이 정신과 마음도 그러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젖과 죽을 먹어야 하는 아이의 마음에 갑자기 밥이나 고기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몸이 아파 휴식과 약이 필요할 때가 있듯이 마음에도 휴식과 약이 필요 할 때가 있지 않을까. 그럴 때는 보여 지는 부분만이 아닌 보이지 않는 부분에도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놀이치료로 행복을 되찾은 아이, 베티’가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라 생각한다.
이경희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3.04.2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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