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활동이나 하수 오물로 인해 발생한 중금속(heavy metals)이 토양을 오염시키면 토양에 서식하는 생물체가 독성 물질에 오염된다는 것이 일반인뿐만 아니라 학계의 전통적인 생각이다. 이 같은 시각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다량의 독성 물질이 먹이 사슬(food chain)에 갑자기 유입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져다주었다. 이런 우려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한 연구 결과 한 편이 발표됐다.
프랑스 프랑세-콤트대학(Univ. of Franche-Comte)의 과학자들이 학술지 "환경 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에 발표할 예정인 한 연구 보고서(DOI: 10.1021/ es025677w)는 토양이 독성 물질에 오염될 경우 지금까지의 예상보다 먹이 사슬에 독성 물질이 유입되기 더 쉽다는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오염된 토양이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는 토양에 서식하는 생물체가 토양에 스며든 물에 용해된 중금속 및 기타 다른 오염 물질을 흡수해 이를 대사한다는 가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에 반해서 오염 물질이 물에 용해된 상태가 아니라 토양에 단단히 결합한 상태일 경우에는 독성 물질들이 생물체! 의 신진대사 기작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의 요지는 물에 용해되지 않고 토양에 결합해 있는 것으로 생각된 오염 물질 가운데 상당 수준의 양이 생물체의 대사 기작에 침투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달팽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프랑세-콤트대학의 토양 생물학자들은 납 및 아연 제련소로부터 유입된 카드뮴(cadmium)에 오염된 토양에 달팽이를 풀어놓은 뒤 2주가 지난 후 이들의 세포조직을 분석하는 실험을 시도했다. 그리고 분석 결과 달팽이가 흡수한 카드뮴 가운데 약 16% 정도의 양이 토양에 단단히 결합한 상태여서 달팽이로 유입되기 어렵다고 판단됐던 카드뮴으로부터 유래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증거가 제시된 연구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번 연구는 중금속 가운데 카드뮴만을 대상으로 삼았지만 그 외에 다른 중금속들 또한 카드뮴과 유사한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연구진의 주장이다.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 학계에 알려진 수준보다 더 많은 양의 중금속이 먹이 사슬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이전에도 토양 오염 물질이 생물체 및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양한 연구들이 시도되어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들은 생물체 가운데 식물들을 주된 대상으로 삼았을 뿐 토양 동물군(soil fauna)을 대상으로 한 연구 사례들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형편이었다. 이번 연구 사례의 또 다른 의의를 이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카드뮴은 이타이이타이병의 원인으로 잘 알려진 대표적인 중금속 오염 물질이다. 카드뮴은 통증을 동반하는 골질 장애(bone disorder)인 이타이이타이병 외에 신장을 손상시키거나 빈혈(anaemia)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타이이타이"란 일본어로 "아얏"이란 의성어로 아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950년대 발생한 이 병은 일본의 수도 동경으로부터 남서 방향으로 300 킬로미터 떨어진 요카이치(Yokkaichi) 지방의 주민들이 산업 폐기물로 생성된 카드뮴에 노출되면서 그 실체가 처음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학자들은 이번 연구 성과가 오염된 토양의 위험을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번 연구가 카드뮴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한계를 갖기 때문에 아연이! 나 구리, 납, 수은 같은 다른 중금속 오염 물질들을 대상으로 한 후속, 보강 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오염 물질을 기준으로 한 보강 연구 외에 달팽이가 아닌 또 다른 생물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생물체들도 달팽이처럼 토양과 결합한 오염 물질을 능동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지 여부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달팽이 같은 무척추동물 가운데 다른 생물체들을 조사함으로써 달팽이의 대사 능력이 보편적인 것인지 아니면 특수한 경우인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한다.
출처 : KISTI. 생물과학 등 록 일 2002-12-24 원문출판일 2002년 12월 18일
http://www.alphagalileo.org/index.cfm?fuseaction= readRelease&Releaseid=120 71
운영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09.07 17:07
<저작권자 © 자닮,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