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만 일하면 건강해질까 이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어떻게 쉬면 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일하고 시간과 돈의 여유가 없을 때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너무 바빠서 아플 여유조차 없다고 한다. 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휴일이나 휴가에 오히려 집에서 꼼짝 않고 앓아 눕기도 하는데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이런 형편이 좀 나아질 수 있을까

아버지에겐 여가, 아들에겐 고통

여가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레저 스포츠를 떠올리는 것 같다. 하지만 여가란 단순한 개념이 아니다. 극히 주관적이고 여가를 소비하는 방법도 다양하기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보통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방해 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상태를 여가라고 할 수 있는데 여가라는 한자어의 뜻을 뜯어보면 대략 의미를 알 수 있다. 그야말로 남는 시간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여가’라고만 하지 않고 ‘여가 시간’이라고 말하는 것도 여가를 시간의 개념으로 이해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여가 시간에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경험'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진다는 데 있다. 오랜만에 가족과 시간을 가지게 된 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축구를 하기로 했다고 가정하자. 아버지는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아들과 신체 접촉을 통해 친밀감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축구를 하자고 했지만 아들은 친구들과 컴퓨터 게임을 즐기고 싶었는데 아버지의 권유에 마지못해 축구를 하게 되었다면 같은 시간 같은 행위라 할지라도 아버지에게는 여가와 휴양이 되겠지만 아들에게는 고통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여가 시간 그 자체보다는 경험의 차이에서 개인의 여가와 행복은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주5일 근무제로 시간적 여유가 늘어나게 되기는 하겠지만 이 여유를 어떻게 소비하느냐 하는 문제와 또 그것이 건강에 도움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는 상당히 복잡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연친화적 여가, 건강에 도움

산림욕 할 땐 조금 헐렁한 차림으로 얇은 옷 준비해야

한 가지 제안을 한다면 자연친화적인 여가를 즐기는 것이 건강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자연친화적이라고 해서 꼭 산이나 바다를 찾아 떠날 필요는 없다. 그저 집 근처의 약수터나 공원을 찾는 것도 좋고 자전거를 타고 콧노래를 부르며 드라이브하는 것도 좋다. 자연휴양림이나 국립공원을 찾을 형편이 된다면 좋겠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교통체증 때문에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 안타깝다.

숲이 갖는 여러 가지 공익적 기능 중에는 보건휴양기능도 있는데 많이 알려진 것으로는 삼림욕 효과가 있다. 주로 소나무 같은 침엽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특한 향기로 피톤치드(phytoncide)라고 하는데 살균력이 있어서 숲 속을 등에 땀이 밸 정도로 빨리 걸으면 폐활량이 늘어나서 피톤치드를 많이 들여마시게 되므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요즘 여성들에게 인기 있다는 아로마 쎄라피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숲 속에서 너무 두꺼운 옷차림으로 다니면 피부 호흡에 의한 삼림욕의 효과가 줄어들 수도 있으므로 산으로 나들이할 때는 좀 헐렁한 차림이 좋고 여벌의 얇은 옷을 가져가서 필요에 따라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양적인 여가 시간의 크기보다는 경험의 질이 더 중요하고 그 경험은 사회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건전한 것이어야 한다. 건강의 개념도 오늘날에는 신체적 건강성에 국한되기보다는 전인적인 건전성으로 확대되고 있지 않은가. 건강한 개인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건강한 사회가 건전한 문화를 만든다

(이영주 산림자원학 박사/ 네이처조선 편집장/ nature@chosun.com) up date...2002/09/13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02/09/13/200209130000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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