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동물들은 숙주의 몸에서 피가 빨리 흘러나오도록 자극하고, 빨아들인 피가 빨리 응고하지 못하게 하는 화학물질을 갖고 있다. 인류는 수백만년 동안 이러한 화학물질 때문에 아까운 피를 약탈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 흡혈동물의 화학물질을 이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가 활발해졌다.

첫번째 연구대상은 거머리이다. 거머리는 가공할 흡혈능력을 가지고 있다. 거머리가 몸에 달라붙어 자신의 체중보다 10배나 많은 피를 빨아먹을 때까지 사람들이 아픔을 느끼지 못할 정도이다. 왜냐하면 거머리의 침 속에 마취 성분과 함께 혈액 응고를 막는 물질인 히루딘(hirudin)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4년 전부터 외국 제약회사들은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조작해 히루딘을 대량생산하고 있다. 수술 직후 피가 굳는 것을 방지하는 약품으로 활용된다.

사람과 동물의 창자 안에 기생하며 피를 실컷 빨아먹는 십이지장충 역시 거머리처럼 혈액 응고를 저지하는 물질을 갖고 있다. 제약회사들은 이러한 항응혈물질을 만들어 수술 후 사용하는 문제를 연구 중이며, 혈액 응고에 따른 협심증으로 심장마비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약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아메리카 대륙의 흡혈박쥐는 밤에 가축의 피를 빨아먹고 산다. 먹이를 발견하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에 어른박쥐는 열흘에 하루, 어린 박쥐는 사흘에 한번 정도 굶게 마련이다. 굶는 박쥐가 있으면 정량 이상의 피를 들이삼킨 박쥐는 게워 내서 나누어 준다. 같은 동굴에서 오랫동안 함께 살기 때문에 상대를 서로 잘 안다. 따라서 과거에 피를 나눠준 박쥐로부터 나중에 되돌려 받는다. 그러나 피를 독식한 박쥐는 훗날 다른 박쥐로부터 피를 얻어 먹기 어렵게 된다. 이처험 흡혈박쥐가 피를 자유자재로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은 침 속에 항응혈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물질을 이용하면 심장마비로 굳은 혈액을 용해하는 약의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개대된다.

진드기처럼 숙주가 눈치 채지 못하게 공격하는 솜씨가 뛰어난 벌레는 드물다. 숙주 모르게 12일 이상을 피부에 숨어 지낸다. 진드기에 물리면 면역반응이 일어나서 가렵고 염증이 생긴다. 따라서 진드기 침 속의 화학물질로 천식, 건초열, 결막염처럼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질병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 참고자료

△흡혈동물 응용약품 개발회사

△www.corvas.com www.evolutec.co.uk

출처 : 동아사이언스 2002년 8월 26일 이인식/과학문화연구소장

운영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09.16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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