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인류가 농경을 시작할 무렵의 북극에서는, 홍수가 범람원(floodplain) 영역을 비옥하게 만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구진들에 의하면, 지구 상 다른 지역과 달리, 북극의 수계에는 사실상 질소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고대 스칸디나비아인과 초기 러시아와 캐나다 정착인들은, 남조류(cyanobacteria)라고 불리는 미생물이 제공하는 질소원을 통해 푸른 초원을 얻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정착인들은 사냥을 하거나, 가축들에게 사료를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자연 그대로의 범람원 영역에서 아직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Thomas DeLuca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매우 놀랍다고 평한다. 그 동안, 식물 생장에 필수적인 질소는 매년 봄에 발생하는 하천 홍수에 의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PLOS ONE 최신호에 게재된다.
남조류가 범람원의 질소 고정에 관여하였다는 이번 발견을 통해, 그간 학자들 간에 이루어졌던 논쟁, 즉 비료 없이 수 백년 전 인류가 어떻게 목초를 수확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질문을 일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범람원 영역에서의 남조류의 이로운 역할을 일반 토양에도 활용함으로써 인공 비료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인가
DeLuca 교수는 이에 대한 물음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정확한 강 유역 시스템의 질소 모델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현재 대부분의 질소 모델에서는 범람원의 질소 고정 반응을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산업 비료, 폐수처리시설로부터의 배출수 등이 유발하는 강으로의 질소 유입만을 모델링하기 때문이다.
DeLuca 교수 연구진은 북부 페노스칸디아(Fennoscandia)의 10개 강과 71개 범람원을 연구 장소로 선택하였다. 해당 지역의 상류는 매우 청정하며, 댐 건설 및 인간 활동의 영향에 의한 질소 농축이 이루어지지 않은 곳으로, 지구 상에서 2번째 큰 서식 형태인 동토대이다. 북부 영토는 관목과 목초가 부족하고 불모의 토양으로, 일반적인 질소의 고정 반응이 어려운 환경이었다. 이들 고지대에서는 깃털 이끼(feather moss)가 남조류가 서식할 수 있는 미소 서식 환경(microhabitat)을 제공하였으며, 이를 통해 나무와 관목의 생장에 필요한 적절한 양의 질소가 공급될 수 있었다. 범람원 상에서는, 계절 따라 침수와 대기 중 노출이 반복되는 진흙과 버드나무 등의 뿌리 및 줄기에 붙은, 두껍고 끈끈한 검은 남조류 덩어리로부터 높은 속도의 질소 고정이 이루어졌다. DeLuca 교수는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범람원을 북쪽의 맹그로브(mangroves)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마치 열대와 아열대 지역 맹그로브(강가나 늪지에서 뿌리가 지면 밖으로 나오게 자라는 열대 나무)의 마이크로 버전처럼, 복잡한 버드나무 줄기 속에서 높은 활동성을 가진 남조류 군집이 숨어 사는 것 같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둡고, 춥고, 눈 내리는 북 스웨덴의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환경에서의 남조류는 따뜻한 플로리다의 남조류와 유사한 질소 고정 속도를 보인다. 버드나무와 사초에게 공급되는 남조류 고정 질소의 양은 대략적으로, 미국 중서부 농부들이 곡물 경작을 위해 투입하는 전체 산업 비료 규모의 1/4에 해당하는 양이다. 인공 비료는 생산 및 사용 과정에서 연료 소모가 상당히 높으며, 4 파운드의 질소 비료 생산에 약 1 갤론의 디젤이 에너지로 필요하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 질소 비료 활용 비율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화석 연료의 소비를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반면, 인공 비료가 공급된 경작 토양에서는 남조류가 자연적으로 질소를 고정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이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질소 공급이 빨라, 굳이 남조류가 스스로 질소 고정에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DeLuca 교수는, 거대한 인공 비료의 투입 없이 남조류의 질소 고정 능력 만으로, 효과적으로 현대 농업 시스템의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키워드 : 남조류, 질소 비료, 질소 고정, 범람원
출처: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원문:
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13/11/131106201842.htm 제공:kisti,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4.02.19 16:26
<저작권자 © 자닮,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kis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