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재단의 마약과의 전쟁
황금의 삼각지대(Golden Triangle)란 말을 들어보셨는지 태국, 라오스, 미얀마가 회동하는 지점. 중국 남부와 동남아 북부지역, 높은 산지에선 열대답지 않은 온화한 온대 기후가 펼쳐지고 밀림과 원시림과 푸르름이 끝없이 넘실댄다. 총면적이 남북한 합친 것보다도 더 넓은 이 땅에는 탐스러운 곡식과 풍요로운 수확이 춤추는 것이 아니라 죽음의 가시를 감춘 붉은 양귀비가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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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을 잇는 황금의 초생달 지대와 더불은 세계 최대의 마약생산지역. 정부의 손은 울창한 녹엽을 뚫고 들어오지 못 하고 마약상의 총구가 곧 법이다. 범죄와 잔혹상이 횡행하며 군벌은 극빈한 농민을 갈취하여 황금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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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삼각지대의 지각구조에는 변동이 찾아왔다. 30여년 전부터 태국의 왕실재단(Royal Project Foundation)이 추진해온 마약근절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어 이제는 암흑의 마약상 대신 마약박물관이 들어서고 관광지로 변모하여 마약은 라오스와 미얀마의 국경 뒤로만 자라고 있다. 양귀비가 자라던 땅에는 이제 특용작물이 자라고, 버림 받은 땅의 농민들은 태국의 품에 안기어 국왕의 덕을 칭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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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는 국왕이 있다. 정치권력이 없는 상징적인 존재에 불과하지만 그가 국민들에게 받는 사랑과 지지는 대단하다. 태국에서 탁신(현 총리)을 비판하는 사람은 봤어도 라마9세의 이름 앞에 머리를 조아리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왕실재단에 자원봉사로 일하고자 하는 전문가 지원자의 줄은 끝이 없으며 외국이나 국제기구들도 숭고한 취지에 공감하여 지원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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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전 왕실재단은 태국의 마약재배지역을 청소하기 위한 특별한 사명을 띠고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군벌세력과 충돌하고 격오지의 위험 속에 일은 더디 진행되는 듯 했지만 누구도 "왕실의 존엄성"을 가진 이들에게 감히 총부리를 겨누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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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재배를 근절시키려면 도덕적 교화나 법적인 압박보다도 훨씬 중요한 것이 경제적 수익을 확보해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왕실재단은 재배 지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도를 받은 농민(고산지대의 소수민족이 대부분이라 '고산족'이라 한다)들의 생산물을 사들여서 유통하는 일까지 담당한다. 왕실재단의 명예를 믿는 국민들이 있기에 전국에 100개 이상 가동되는 매장에서 유기농산물은 좋은 반응을 얻으며 판매된다. 마약을 재배할 경우 월소득 5만원이었지만 특용작물을 재배할 경우 15만원까지 벌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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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재단은 또한 농약으로 오염되지 않은 식품을 만들고자 하기 때문에 시판되기 전에는 상당한 검사 시스템을 가동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무농약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라 수확량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했다. 여기서 한국의 자연농업과 손을 잡는 소이연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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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태국은 가난한 국가다. 인건비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한다. 값싼 노동력으로 값싼 쌀을 만들어낸다. (태국은 쌀 생산량 세계 1위 국가다) 가난한 국민들에게 수익을 보장해주는 방법은 수입된 농약과 비료에 의존하는 농사법이 아니라 자급형 저비용형 농업이라는 것이 태국 정부의 판단이다. 자연농업은 모든 자재를 농민 스스로 만들어 쓰며 시장에서 구입해오는 비용을 대폭 절감시키기 때문에 태국 정부에 의하여 획기적인 방법으로 평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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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재단은 5개 도에 37개 센터를 두고 있으며 400여 개의 마을을 지도하고 있다. 3일 강습과정에는 15개 센터에서 15명이 참석했다. 고산족들에게 실용적이면서 효과적인 농사법을 직접 지도할 책임이 있는 이들은 자연농업의 위력과 조 회장님의 명성을 익히 들었기에 참석을 결심했던 것이고, 비우고 부딪히고 새로 배우는 과정을 통해 자연농업에 대해 마음을 열었다.
윤승서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4.04.1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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