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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농약 매실! 호밀과 파쇄지 섞어띄움비로 토양관리매년 심는 호밀, 잘 발효된 퇴비, 깊은 계곡의 물 등으로 살아있는 땅속엔 풍부한 지렁이가 살고 있고, 그 비옥함에 멧돼지가 땅을 파헤쳐 준다. 그 속에 무농약 토종 매실이 그 청롱한 빛과 향을 품어내고 있다.

www.jadam.kr 2005-05-31 [ 손병홍 ]
청롱한 매실의 빛과 향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가 있음을 늦게 알다.

하동군 횡천면에서 복숭아와 매실을 재배하고 있는 정순도님은 오래 전부터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지어 왔다. 매실과 복숭아를 각각 5000평씩 재배하고 있는 그는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가 있음을 늦게 알게 되었다.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흙내농원으로 인증 심사를 나와서 이렇게 농사를 지으면서 왜 지금까지 인증을 받지 않았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그만큼 농장을 둘러싼 자연 환경과 농장의 토질이 우수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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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과 풀과 매실나무가 공생하고 있는 흙내농원.소박한 맛이 풍겨진다.

호밀과 매실나무 전정지를 파쇄 하여 만든 퇴비만으로 땅을 관리하다.

농장 전체에 호밀을 매년 심는다. 유기물이 많아야 미생물의 번식이 좋은데, 축분을 사서 쓰면 되지 않느냐고 주위에서 말이 많았다. 굳이 호밀을 심는 이유는 가축에게 먹이는 사료 속에는 항생제가 많이 포함되어 있고, 그 축분 퇴비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를 토양에 주었을 때 땅 속에 이미 있는 미생물까지 다 죽여 버릴 것 같아 호밀을 심는다고 한다. 6월말에 호밀이 고사하면 풀이 자라게 되는데 8월 말에 풀을 베어 준다. 즉, 자연적으로 1년에 두 번 퇴비를 넣어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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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나무 잔가지를 파쇄하여 토착미생물에 발효시키면 좋은 퇴비가 된다.

매실이나 복숭아나무를 전정하고 나온 잔가지들을 파쇄 하여 토착미생물 발효액과 같이 발효를 시키면 토착미생물의 왕성한 활동으로 하얗게 뒤덮인다. 축분 퇴비와 달리 이 퇴비는 하얗게 피어나는데, 송이버섯과 같은 향이 난다. 멧돼지들이 파헤쳐 놓아 빗물이 들어가는데도 시꺼멓게 썩지 않는다. 이처럼 하얗게 피어오른 이 잔가지 파쇄 퇴비가 우수한 영양원이 되는 것이다. 이 퇴비는 호밀이 고사하는 6월말에 전 농장에 뿌려 준다. 정순도님의 토양관리는 이것으로 끝이다.

깊은 산 계곡물을 담아 자연수압으로 물 공급

무농약 인증을 받을 때 수질 검사를 했는데, 대장균이 한 마리도 검출되지 않았다. 깊은 산 계곡물을 저장탱크에 모아서 자연 수압을 이용하여 전 농장에 점적관수를 통해 물을 공급하고 있었다. 저 멀리 횡천강 물줄기가 내려다보이는 흙내 농장의 자연 환경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정순도님이 특급수로 칭하는 계곡물과 좋은 토양이 그의 무농약 매실 재배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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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계곡물을 받아 자연수압에 의해 물관리를 간단하게 한다.

복잡하게 농사지을 필요가 있습니까.

자연농업을 알기 전에 여기저기에서 교육도 받고 자재도 사서 사용을 해 보았다. 많은 유기물을 토양 속에 공급해야 좋은 토양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자연농업 교육을 받고 나서 인위적으로 많은 유기물을 땅에 주면 땅 속에 있던 호기성 미생물들의 번식이 안 되고 작물의 자생력이 떨어짐을 알게 되었다. 현재 자연농업을 하는 농민들이 다양한 자재를 만들어서 여러 번 작물에 투여하지만, 정순도님은 옳은 방향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자연농업은 가장 쉽고 수월한 농업임을 강조했다.

호밀과 전정지 파쇄 퇴비로 토양관리를 하여 작물이 튼튼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병충해 예방 차원에서 현미식초, 목초액, 옥, 어성초의 추출물을 이용해서 일 년에 두 번 정도 관주해준다. 그리고 충실한 열매가 열리게 하기 위해 토착미생물 발효액을 500~1000배정도 희석하여 뿌려준다. 많은 영양을 공급하기보다 작물의 자생력을 키워주는데 초점을 맞추어 농사를 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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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착미생물이 번식하기 좋은 토양이 바로 작물에게도 좋다.

콩 발효액과 토착미생물 발효액은 작물이 빠르게 흡수

다른 농가에서 보지 못한 자재가 있었다. 좋은 콩을 골라내고 버리기 쉬운 콩 찌꺼기를 삶아서 메주를 띄우듯이 발효시킨 자재이다. 위쪽은 하얗게 곰팡이가 피고 안이 노랗게 되면 발효가 잘된 상태이다. 여기에는 좋은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하다. 이것과 토착미생물 발효액을 섞어 2차 발효를 시키면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작물이 빠르게 흡수를 한다. 수세가 약해질 때 뿌려주면 이만한 특효약이 없다고 한다.

토착미생물 발효액에는 깻묵, 혈분, 골분, 폐화석, 바닷물 그리고 콩 발효액을 넣어 만든다.

발효되는 과정을 보면 옛날에 막걸리를 만들 때 끓는 소리가 나듯이 미생물의 왕성한 활동으로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기포가 가라앉으면, 이것을 25말 통에 500~1000배 희석하여 작물에게 준다. 이 정도면 작물이 충분하게 제 열매를 차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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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를 만드는 방법으로 발효시킨다. 정순도님만의 노하우.

현미식초, 목초액, 어성초 엽면시비

병충해 방제를 따로 하지는 않는다. 일 년에 두 번 현미식초, 목초액, 어성초를 엽면 시비해 준다. 복잡하게 자재를 많이 사용 안 해도 제 때에 양을 넉넉하게 사용하면 처음 생각한 목표보다 더 큰 목표를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자연농업은 복잡한 것이 아니고 쉽고 수월한 농업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여물어가는 매실은 주인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다.

호밀과 풀과 매실나무가 공생하고 있는 흙내농원의 전경은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하다. 농민이 원하는 대로 작물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작물이 스스로 성장하고 열매 맺기까지 작물에게 필요한 것들을 다 해주고, 그 자라는 과정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소득을 목표로 하는 농업은 지속되기 힘들지만, 즐길 줄 아는 농업은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옛말에 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했다. 즐기는 농업!!! 정순도님의 확신에 찬 모습과 환한 미소가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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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미소. 즐기는 농업을 하는 농민의 모습이다. 매실도 닮아 있다.

흙내농원에는 토종 매실만 심었다. 소비자들이 굵은 매실을 원하다 보니, 육종 매실을 농민들이 많이 심는데, 토종 매실은 크기는 작을지 모르지만 향과 성분 면에서 더 뛰어나다. 한 소비자가 시장에서 매실 특품을 사서 매실 엑기스를 만들었는데 구린내가 나서 다 버렸다는 전화가 자주 온다. 토종 매실은 그렇지 않다는 확신을 가지고 다시 주문하는 사례가 많다. 매실이 굵고 표면이 매끄럽다고 해서 좋은 매실이 아니다. 자연과의 조화로움 속에서 성장한 토종매실의 진정한 가치를 알고 먹어야 할 것이다.

매실 농장에 복숭아나무 한 그루를 심어 놓은 이유

복숭아 농장은 따로 있는데, 매실 나무 사이에 복숭아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이는 유기농 복숭아를 생산하기 위한 연구용 나무이다. 아직 노지에서 유기농 복숭아를 생산해내는 일은 힘들다. 자연농업과 정순도님의 노하우를 합쳐 노지 유기농 복숭아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었다. 이 나무에는 3~4개의 복숭아만이 달려 있다.

복숭아의 유기재배로 가기 위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잎에 구멍이 나는 세균성구멍병이다. 자연농업에 기초한 토양관리를 통해 과다한 질소의 공급을 막고, 배수 관리, 병든 가지 전정을 통해 전염 방지 등의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현재 이 복숭아나무에는 병충해가 없는 상태이며 잎도 윤기가 났다. 내년에 무농약 재배를 시작으로 2~3년 후에 유기농 복숭아를 생산할 계획을 잡고 있었다. 가까운 곳에서 늘 관찰하기 위해 홀로 서 있는 복숭아나무를 보면서 정순도님의 끊임없는 연구와 실험 정신이 바로 노지 유기농 복숭아 재배를 실현하는 원동력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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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송이를 보는 듯 하다. 토종 매실의 향이 그윽하다.

땅에 작물을 심기 전에 미리 땅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정순도님이 나를 데려간 곳은 호밀만 심겨져 있는 빈 땅이었다. 내년에 복숭아를 심기 위해 미리 호밀을 심어놓았다고 한다. 옥토를 먼저 만들어 놓고 작물을 심으면 어려서부터 튼튼하게 자란다. 기금까지의 농업처럼 일단 작물을 심어 놓고 나중에 그 위에 아무리 좋은 것들을 주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런 시행착오를 범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이렇게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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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을 심기 전에 좋은 땅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나. 호밀을 심어놓은 빈 땅.

유기농업과 자연농업의 차이는 무엇일까.

현재 유기농업과 자연농업에서 미생물을 활용하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그 활용 방법과 원리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유기농업에서는 많은 퇴비에 미생물을 투입해서 발효시킨 다음 많은 양을 땅에 투입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자연농업에서는 퇴비를 땅 속에 넣으면 호기성 미생물이 다 사멸해 버리고 온전히 영양원이 되어야 할 존재들이 땅에서 썩어 버리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작물에게 필요 이상의 퇴비는 오히려 해가 되며, 토착미생물의 특성을 알아야 온전히 작물에게 좋은 영양원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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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과 지렁이가 풍부한 토양. 퇴비를 뒤집는 작업을 멧돼지가 대신 해 준다.

새로이 자연농업을 시작하는 농민들에게

자연농업을 시작하는 젊은 사람들이 복잡하고 다양한 자재를 사용해야 자연농업이 가능하다고 미리 겁을 먹기 때문에 어렵게 생각한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자재를 만들고 땅과 작물의 원리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즐겨야 한다. 욕심을 버리고 자연농업을 시작하면 처음에 원했던 결과보다 더 좋은 결실을 맺는 것이다.

횡천강 물줄기가 내려다보이고 때 묻지 않은 자연 속에 자리한 흙내농원의 소박한 풍경과 뻐꾹새의 노래 소리를 들으며 이번 취재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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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닮은 흙내농원과 횡천강 주변의 비닐하우스가 큰 대조를 이룬다.

흙내농원 바로가기

http://www.hugnae.co.kr/

손병홍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5.05.3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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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도#매실#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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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과 답글 2
  • 광스생각 2005-06-03 06:43:38

    사진촬영건
    좋은글 감사드립니다.병홍씨 방가방가(^..^)(^..~)
    전체적인 사진의 농도가 진합니디다(그림자진부분)
    1.낯에 인물촬영시/그림자가 심한경우 후레쉬사용하세요(자동카메라 인 경우 강제발광그림표시가 있음)-이런내용 보내도 되는감ㅎㅎ
     

    • 손탈 2005-06-06 20:36:07

      아하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손병홍식 사진찍기 일명 무식하게 찍기 입니다.
      좋은 정보 감사 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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