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친환경농업의 과정들을 포괄해 보면서 느끼는 것은 거의 대부분이 ‘시간의 경과’ 그 자체가 기술적 해답을 얻게 되는 길[道]과 법(法)이 되는 것 같다. 시간의 경과 후 ‘어떤 자재’, ‘어떤 대응’이 결과로 남지만 그 결과를 얻기까지 ‘시간의 경과’를 우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농약재배의 완성은 시간을 포괄하는 의미

무농약 재배에서 그 동안 축적된 기술적 해법, 이 모든 것을 압축하여 ‘시간의 경과’ 없이 신속하게 적용하고 더욱 완벽한 무농약으로의 전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대부분이 생각만큼 그런 기대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무농약재배 실현은 ‘어떤 자재’, ‘어떤 대응’이라는 기술체계의 적용뿐만 아니라 작물 스스로가 무농약 재배라는 새로운 국면에 적응하여 스스로 병 저항성을 획득해가는 ‘시간’, 무농약 재배에 적합한 토양환경 조성에 필요한 ‘시간’을 포괄하는 것이다라고 판단해야 옳다.

화학농약을 이용한 빈번한 살충, 살균 도움으로 작물 스스로 병을 방어할 능력이 상실한 경우, 무거운 기계의 잦은 사용과 경운으로 토양에 경반층이 생긴 경우, 공장용 축분의 사용으로 토양내 독소가 과도하게 집적되어 있는 경우, 초생재배의 소홀로 토양유기물이 부족한 경우, 경작년수가 오래되고 작물 잔사의 지속적인 제거로 토양의 미네랄 용탈이 심화된 경우, 화학비료의 사용으로 N, P, K, Ca 등이 과도하게 집적되어 있는 경우 등, 이 모든 경우에 ‘시간의 경과’는 필연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무농약 재배의 완성, 무농약 재배의 안정성 확보라는 것은 위의 모든 경우의 문제를 해소하였다는 포괄적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화학’을 ‘천연’으로 대체하는 것만으로 친환경을 말할 수 없다.

대부분은 친환경농업을 기존의 화학농약으로 방제를 하던 방식을 천연농약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단순 이해하는 경향이 많고 대부분 이렇게 교육을 받아 왔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추구는 친환경자재의 수요를 더욱 촉발시켜 친환경농업을 초고비용으로 이끌고 결과적으로 친환경농업을 ‘고행의 길’로 이끈다.

화학농약으로 관행농업이 완성되었는가

한번 진지하게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자. 분명한 사실, 우리는 화학농약으로 도저히 현재 농업의 기술적 난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해마다 방제 횟수는 더욱 늘어나고 고독성의 화학농약 조차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변하고 있다. 누구나 이대로 지속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갖고 우리는 지금 친환경농업으로 돌아서고 있다.

그리고 친환경농업으로 돌아선 농민은 대부분의 친환경농업 교육에서 주문한대로 천연농약으로 친환경농업이 완성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화학농약을 천연농약으로 대체하면 친환경농업은 된다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화학농약만으로 농업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듯이 천연농약만으로 친환경농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고독성의 화학농약으로도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천연농약이면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는 환상이다. 환상!

무농약 재배의 성공은 총체적 결과물

인간 건강의 근본, 소화기관의 건강에서부터 시작된다. 소화기관이 비정상적임에도 정상적인 성장을 보는 경우는 없다고 단정할 수 있듯이 식물 역시 소화기관에 해당되는 뿌리의 환경이 정상적이지 않고 작물의 건강을 기대할 수 없다. 뿌리 환경의 정상화는 간단히 몇몇 작업으로 순간 해결되는 그런 영역이 아니기에 ‘시간의 경과’는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건강한 사람이 병저항성도 강한 것과 같이 식물에게 있어서도 건강성과 병 저항성은 하나다. 건강을 기반으로 병 저항성이 발현되기에 둘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리고 건강은 작물과 토양 전 부분에 걸쳐 있는 모든 문제의 해소라는 기반 위에서 발현되는 총체적 결과물이다. 이 총제적 결과물인 건강은 불가피하게 ‘시간의 경과’를 통해야 한다.

천연농약도 ‘시간의 경과’를 딛고 서야 한다. 작물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필요한 모든 필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시간의 경과’ 말이다. 그리고 이 ‘시간의 경과’를 간단하게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장기적 ‘시간의 경과’, 둘은 ‘단기적 시간의 경과’이다. 바로 지하부의 최적화, 둘은 지상부의 최적화를 의미한다.

작물의 지하부를 최적화 하라!
재배하는 작물의 뿌리가 쑥쑥 뻗어나가게 유도하는 것이다. 말은 참 간단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아주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단지 미생물 뿌려주고 액비 뿌려주는 단순한 기술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략 정리를 해 보면

- 적극적인 초생재배로 토양에 유기영양과 무기영양을 풍부하게 하며 산야초를 크게 키워 토심을 깊게 한다. 이것이 경반층 해소의 핵심이다. 경반층이 해소되지 않으면 무농약은 어렵다. 호밀의 뿌리는 보통 1~2m 정도 내려가 경반층 해소와 미네랄 복원에 효과적이어서 초생재배 시작농가에게 단기적(약 5년)으로 권한다. 하우스의 경우 간작으로 수단글라스를 심는다.

- 미생물의 원초적 다양성을 확보해 주기 위해서 인접산(山)의 토착미생물을 확대 배양하여 연중 서너 차례이상 토양살포를 주기적으로 실시한다. 미생물 다양성은 토양영양의 다양성의 근간이 되고 이는 다시 미생물 다양성의 보루가 된다. 미생물 다양성의 유지는 토양 병해를 근원적으로 막는데 중요하다. 다양성이 특정 병원균의 과점을 근원적으로 막아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생물의 활성화는 토양독소를 제거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 가급적 무거운 기계를 자주 들이지 않는다. 뿌리의 자유로운 확산에 가장 큰 장애물이 농기계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그리고 적극적으로 무거운 기계를 포기한다. 좁은 고랑 고집하여 해마다 무거운 트랙터로 땅을 뭉개는 일은 이제 접는다. 고랑 넓게 잡고 해마다 골간만 정리해 주거나 아예 고랑도 포기한다. 눈으로 보이는 지상부 20cm, 그 아래는 딱딱한 경반층으로 이뤄진 토양은 작물에게 큰 의미가 없다. 작물이 건강한 생육을 위해서는 대략 2m 내외, 그 이상의 뿌리 반경이 필요하다.

- 미네랄 용탈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대책을 실천한다. 예를 들어 아연(Zn)이 100ppm 들어 있는 식물을 재배하여 출하할 경우 토양에서 해마다 1ppm의 아연 용탈이 발생한다고 한다. 보통의 토양에 아연 함량이 50ppm인 것을 기준으로 동일 작물을 50년 재배하여 외부로 출하하면 토양내 아연은 고갈되고 만다. 무기영양은 인위적으로 채워주지 않으면 회복이 어렵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작물의 잔사를 100%로 되돌리기에 힘써야 하고 더 나아가 미네랄의 보고인 바닷물과 천매암액을 자주 추가해 준다.

- 심층시비를 표층시비로 전환하고 초기에 수분공급을 제한하여 뿌리 뻗음을 촉진한다. 심층시비는 뿌리의 확산을 막아 지상부와 지하부의 균형을 깨뜨리고 과도한 거름을 요구하게 한다. 그리고 병 다발의 근본적 원인이 된다. 또한 과도한 시비와 수분공급 역시 뿌리의 확산을 막는 원인이다. 양분의 흡수와 수분흡수를 작물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것이 뿌리의 반경을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작물의 지상부를 최적화 하라!
작물이 햇빛과 공기를 최대한 많이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래서 광합성 총량을 늘여 다수확의 근간을 만든다. 작물의 모든 잎사귀가 햇빛과 공기를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하면 작물이 건강하게 성장할 뿐 아니고 병 저항성을 높이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 재식거리를 충분히 확보한다. 가지와 가지가 부딪히고 잎사귀와 잎사귀가 비벼지면 무농약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다수확도 어렵다. 욕심으로 재식거리에 인색하지만 이것이 모든 것을 그르친다. 작물의 가지가 늘어져서 45도 각도 아래로 충분히 기울어 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영양이 축적생장으로 기울어져 열매가 실해지고 꽃눈도 튼튼해져 다수확의 기반이 된다.

- 전정과 유인을 통해 광합성 총량을 극대화한다. 광합성 총량을 늘리는 것은 다수확에 근간이 됨은 물론 생산물의 맛과 향을 높이고 병 저항성을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과수의 경우 도장지를 일방적으로 해소하기 보다는 도장지를 비스듬히 유인하여 과일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

모든 친환경농업 기술을 종합하면 지하부의 최적화, 지상부의 최적화로 구분하여 설명할 수 있고 모두 이 범주에 속한다. 자신의 재배기술이 위 두 가지 최적화를 거스르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문제라고 본다. 그리고 최적화는 일순간 이뤄질 수 없는 ‘시간의 경과’의 산물이다. 친환경농업인에게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한 것도 이런 이유다.

획기적인 처방, 어떤 대응, 어떤 자재이면 문제를 순식간에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무농약재배의 완성은 그렇게 간단하게 오는 결과물이 아니다.

‘모든 문제는 뿌리에서 시작되고, 모든 문제의 해결도 뿌리에서 시작된다!’

조영상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8.09.0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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