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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이 건강해야 작물도 건강하다.산의 흙이나 숯은 양분을 유지하고 미생물에게 살 집을 제공한다. 이것을 뿌리 주위에 뿌려 주면 근권 미생물상이 풍부해지고 병해가 없어지며 효과가 안정적이어서 감비로 이어진다.

최근 우리 나라의 농업을 살펴보면 토양병해에 따른 피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는 병원균 구실을 하지 못하던 약한 균들이 토양병해의 대열에 끼어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병해가 많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이고, 병든 토양을 살리는 방법은 무엇인가. 토양병균은 토양미생물을 말하는 것이다. 미생물 가운데서도 작물에 유해한 것을 일반적으로 병원균이라고 하고 있으나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예컨대 병원성 균인 후사리움의 경우 일정 수준의 밀도라면 작물의 생육을 양호하게 한다. 반대로 병원성을 가지지 않는 미생물일지라도 정도 이상으로 늘어나면 해를 끼친다.

 

따라서 미생물을 이것은 좋은 것, 저것은 나쁜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일단 보류해야 한다. 병원성 균인 후사리움이나 리소구도니아는 작물에 침입력이 강한 균은 아니다. 원래 이 균들은 다발 상태가 돼야 비로소 뿌리를 공격할 수 있을 정도의 매우 약한 균이다. 그러나 문제는 토양병해가 이 같은 병원균에 의한 피해가 많은 밭에서 만성적으로 발생한다는 데 있는 것이다.

 

토양병해는 미생물이 뿌리를 공격하는 것이고, 그 결과 뿌리와 미생물의 사이가 나쁜 상태에 빠진 것을 일컫는다. 그러나 원래 뿌리와 미생물은 좋은 사이이다. 미생물은 식물보다 훨씬 먼저 생겨났다. 미생물의 입장에서 본다면 식물은 신참자이고, 재배작물은 더욱더 그렇다. 이러한 고참과 신참과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육상의 식물은 생겨난 그 순간부터 미생물에 둘러싸여 있고, 미생물 안에서 생육하고 있다. 새로 태어난 식물은 반드시 미생물의 세례를 받는다. 작물이 자라면서 어떤 균은 사멸하고 어떤 것은 방어수단을 마련해 살아남는다.

 

식물은 환경의 변화에만 적응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생물의 공격에 견디며 차츰 저항력을 강화시켜 독성이 약한 균을 가려서 받아들여 공생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미생물에는 상대를 죽여 탈취하는 것뿐만 아니라 식물과 공생해 가며 영양을 취하는 형태로 진화하는 균들도 있다.

 

식물과 미생물과의 공생관계를 볼 때 공생이 성립하는 것은 쌍방의 쟁탈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물은 미생물과 공생한다. 그렇다면 작물의 경우는 어떤가. 작물도 식물로서 그 나름대로 미생물과 좋은 관계를 맺어 왔다.

 

콩의 근립균이나 작물의 뿌리에 살고 있는 균근균은 작물로부터 양분(광합성 산물)을 받아들이는 한편 작물에게는 질소나 인산 등의 양분을 공급한다. 더욱이 뿌리와 미생물은 이러한 직접적인 상부상조 이외에도 다양한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 예컨대 작물의 뿌리는 근모 등을 통해 여러 가지 물질을 분비하는 것을 물론 뿌리 조직의 일부를 이탈시킨다.

 

이 분비물과 이탈된 뿌리조직은 토양 중의 미생물에게는 영양분이 풍부한 먹이이다. 이 때문에 뿌리의 표면에는 이것을 얻기 위하여 수많은 미생물이 모여들어 뿌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비근권(比根圈)의 몇 배에 해당하는 밀도의 미생물이 서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 근권 미생물은 아미노산, 지방산, 비타민효소 등의 여러 가지 물질을 분비하는데 이 분비물은 뿌리로 흡수되거나 뿌리에 자극을 주어 뿌리의 발달을 촉진시키고 활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흥미 있는 사실은 미생물의 분비물은 지상부의 보이는 쪽의 생육을 좋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작물을 아담하면서도 단단하게 생육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즉, 잎을 무성하게 하기보다 병해에 대한 저항력이나 품질향상을 촉진한다. 바로 이것이 미생물이 공급하는 양분의 특징이다.

 

잎을 무성하게 하는 것은 비료를 주는 것으로 가능하나 병해에 대한 저항력의 증강이나 품질향상은 그리 간단하게 되지 않는다.

 

그러나 미생물로는 이것이 가능하다. 바로 이런 것에 미생물과 작물의 공생관계를 만들어 내는 묘미가 있는 것이다.

 

비약해 말한다면 작물은 미생물과의 공생관계를 바탕으로 생명을 유지한다고 할 수 있다.

 

공생은 다양성의 기초

 

다양한 미생물이 뿌리를 감싸고 있으면 몇몇 미생물이 비정상적으로 불어나 작물에게 해를 입히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건전한 뿌리는 다양한 미생물을 기르고 뿌리에 활력을 불어넣어 병해로부터 뿌리를 지켜 준다. 공생과 다양성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미생물이 서식하게 되면 특정 미생물만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양성은 안정성을 가져다 준다. 중요한 것은 어느 미생물이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종류의 미생물이 서로 절도를 지켜가며 살아갈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뿌리와 흙은 본래 미생물의 다양성을 보증하고 있다.

 

빽빽히 뿌리내린 근모는 복잡한 환경을 만들어 내고, 다양한 미생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틈새가 큰 곳, 작은 곳, 산소가 많은 곳, 또는 적은 곳 등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는 토양도 미생물에게 다양한 살 곳을 제공한다. 원래 흙은 특정한 미생물만 만연하는 것은 억제하고 식물과 미생물과의 공생관계를 보다 좋게 유지해 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요즈음 토양병해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본래 흙이 갖고 있던 이 능력이 마비되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또 어떻게 흙의 이런 능력이 마비되었는가.

 

가장 큰 이유는 비료의 지나친 투여, 즉 과잉시비 때문이다. 뿌리 둘레에 비료가 지나치게 많게 되면 작물은 질소만을 우선 흡수하기 때문에 질소과다 생육을 한다.

 

질소과다 생육은 보기에는 훌륭한 생육상태로 보이나 근모의 발달은 나쁘다. 근모가 적으면 근권 미생물이 살 장소가 적어진다.

 

이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질소가 과다할 경우 아미노산 등 뿌리의 분비물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근권 미생물이 빈약한 상태에서 분비물이 늘어나면 병원균이 급속히 달라붙어 결국 근권을 점거해 버리고 만다. 따라서 과잉시비한 밭일수록 미생물의 다양성은 줄어들고 토양병원균이나 기생성 선충이 많아지는 것이다.

 

유기물의 과용도 미생물상 파괴

 

공생균이나 일반균은 비료, 농약, 제초제 등의 인공물질에 약한 것이 많으나 병원균은 약한 환경에도 견디어 내는 강인함이 있다. 악화된 토양에서는 뿌리의 분비물이 병원균을 이상하게 증가시켜 공생과는 반대의 관계를 만들어 버린다. 이런 상태의 토양에 미숙퇴비를 투여하게 되면 사태를 악화시킬 위험성이 높다.

 

유기물을 투여하면 유기물이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미생물을 늘리는 역할을 하나 이는 다른 한편으로 미생물상을 교란시키는 행위이기도 하다. 미생물이 급속히 늘어날 경우 토양의 산소나 양분을 빼앗아 뿌리가 산소부족이나 양분부족으로 인한 피해를 입게 된다.

 

늘어난 미생물이 병원균이라면 토양병해가 발생하기 쉽다.

 

유기물이 미생물을 다양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단순화시킨다. 좁은 곳에 먹이만 많으면 특정미생물이 늘어나기 때문에 작물과 미생물의 공생관계는 오히려 깨져 버린다.

 

오늘날 농업기술은 미생물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유기물을 많이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미생물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 말한다.

 

배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의존하려고 하는 엉거주춤한 상태, 살 장소는 없애면서 미생물만 늘리려고 하는 모순된 작업이 미생물을 교란시키고 병해를 불러들인다.

 

미생물 살 집 만들어 주기 먼저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토양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가. 중요한 것은 다양한 미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집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미생물을 위해서는 유기물을 반드시 넣어 주어야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유기물을 넣기 전에 다양한 미생물이 살아갈 장소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먼저 미생물의 집인 뿌리를 풍부하게 해야 한다. 즉 근모가 많은 뿌리를 만드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턱대고 비료가 쌓여 있는 흙을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부드럽고 건강한 흙일수록 근모는 잘 발달한다. 그렇다면 왜 비료분이 쌓이는 것일까. 그것은 토양이나 미생물은 생각하지 않고 작물만을 생각해 피해가 눈에 보이지 않는 한 과잉시비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비는 토양을 나쁘게 한다.

 

즉 시용한 비료를 작물에 서서히 공급하는 흙의 기능이 마비되어 버리는 것이다. 흙의 기능이 떨어지고 뿌리의 활동력이 저하되면 비료의 흡수력이 약화되기 때문에 다시 비료를 넣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적은 비료로 효과가 높은 비료를 만들거나 비료효과가 높은 비료를 선택해야 한다.

 

그것은 단비(單肥)를 바탕으로 감비(減肥)하는 것이 유력한 방법이다. 이렇게 해야만 다양한 미생물의 터전을 만들 수 있다. 미숙한 가축분뇨를 사용하는 것도 위험하다.

 

이는 양분의 과잉축적을 촉진해 미생물의 서식지를 만드는 데 도움이 안된다. 석회, 고토 등 토양개량제의 지나친 투입도 미생물의 서식지를 좁힌다.

 

흙을 만드는 자재로는 오히려 점토나 숯이 더 적당하다. 숯은 표면적이 넓고 틈새를 가지고 있어 미생물의 살 집이 풍부하다.

 

그저 유기물을 넣는 것보다 좋은 효과를 보는 때가 많다.

 

공생관계의 서식지를 만드는 비료

 

지금까지 시비는 화학비료를 주로 사용했고 흙만들기에도 토양개량제나 유기물을 주로 활용해 왔다. 하지만 과잉시비는 토양을 악화시키고 유기물도 토양을 다소 좋게 하는 정도이다. 이런 방법은 미생물상을 교란시키는 것이라고 하는 것은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다.

 

그렇다면 시비로 토양을 좋게도 하고 미생물을 이롭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그런 방법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섞어띄움비이다. 농가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립된 섞어띄움비는 미생물과 작물이 살아가기에 합당한 장소를 만들어 주는 장소 조성 비료이고 수척해진 토양에 꼭 알맞은 비료이다.

 

섞어띄움비료(자세한 내용은 <‘자연농업 자재 만들기’> 책 참고)란 닭똥이나 유박, 어분 등의 유기물비료를 발효시켜 만드는 것이지만 산의 흙(또는 점토)이나 숯을 상당량 넣는 경우가 많다. 다른 비료분이 필요할 경우 단비 등으로 보충하면 좋다.

 

산의 흙이나 숯은 양분을 유지하고 미생물에게 살 집을 제공한다. 이것을 뿌리 주위에 뿌려 주면 근권 미생물상이 풍부해지고 병해가 없어지며 효과가 안정적이어서 감비로 이어진다. 섞어띄움비는 비료만이 아니다.

 

비료적인 효과도 있고 미생물을 다양하게 하며, 그 위에 미생물의 서식지까지 제공하는 종합 자재이다.

 

이것은 작물과 미생물을 공생관계로 만들어 주는 환경 만들기 기술로서 전통기술의 현대적인 부활인 것이다. 옛날의 거름은 이렇게 만든 비료였다. 그래서 옛날의 유기물 이용은 근권 미생물을 양생하는 기술이기도 했다.

 

낙엽 등의 완숙퇴비를 과채의 상토로 사용했었고, 보리의 발아를 좋게 하기 위해 종자와 퇴비를 섞어서 밭에 뿌렸으며, 퇴비를 섞은 비토를 심을 장소 주위에 뿌려 놓기도 했다.

 

이런 방법은 뿌리를 키우고 근권 미생물을 키우는 뛰어난 기술이었으며, 그렇게 사용된 미생물은 밭을 걸게 만들었다.

 

이에 반해 현대의 유기물은 그저 밭에 집어넣는 자재가 되어 버렸다. 밭을 걸게 해 주는 역할을 하는 시비도 밭을 악화시키고 있다.

 

미생물을 기르고 땅심을 키우는 시비가 아닌 까닭이다.

 

땅을 깊게 갈고 유기물을 많이 넣는다고 흙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뿌리와 미생물의 공생을 조장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섞어띄움비 이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운영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07.24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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