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 남단 대서양으로 첨벙 뛰어들어 내려가다 보면 평화로이 동서로 뻗은 섬나라 쿠바를 만난다. 쿠바... 우리에게 쿠바는 무엇일까 아마 가장 먼저 미소가 전면적인 핵전쟁 발발에 가장 근접했던 사태인 미사일위기가 떠오를 듯하고, 좀더 친숙한 분들에게는 그 유명한 쿠바산 시가(cigar)가 떠오르지 않을까 한다. 쿠바 미사일 사태... 그것은 벌써 42년 된 이야기다. 쿠바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업그레이드하자!

수 세기를 걸쳐온 식민지배의 결과로 쿠바는 전형적인 식민지형 농업생산을 하고 있던 곳이다. 사탕수수와 같이 돈이 되는 고급 환금작물(換金作物)을 대규모로 재배.수출하면서 스스로 먹을 식량은 수입하고 있었다. 농업은 자본집약적, 대규모, 단종(單種) 경작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고, 농자재 또는 그 원료의 90퍼센트 이상이 수입되었다. 이러한 양상은 소련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냉전시기를 거쳐 고착화되었다. 식량안보란 말이 무색할 만큼, 1990년에 쿠바의 식량은 50퍼센트가 수입으로 충당되고 있었다. 하지만 1989년 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쿠바에는 혁명적인 변화가 시작된다.

소련의 지원이 끊긴다는 것은 곧 130만 톤의 화학비료, 1만7천 톤의 제초제, 1만 톤의 살충제가 더 이상 수입될 수 없음을 뜻했다. 이는 농경에 필요한 화학제재의 80퍼센트에 달하는 양이었다. 수입되는 농자재에 의존하던 농업은 심각한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고 수입되는 식량에 의지하던 국민은 위기에 빠졌다. 정부는 당장 국민을 먹여 살릴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했다.

ⓒ www.jadam.kr 2004-04-16 [ www.washingtonfreepr ] 도시의 빌딩 사이로 재배되는 유기농장

발빠르게 움직인 쿠바의 대응 중 하나는 “도시농업(urban agriculture)”을 활성화시킨 것이었다. 정부는 기존에 시행되던 “국가식량계획(National Food Program)”을 활성화시켜 수도인 하바나(Havana) 도심지 또는 도시 주변의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수천 개의 부지를 집약적인 채소재배지로 바꾸기 시작하였다. 1993년에는 농지의 80퍼센트를 차지하던 국유지를 사유화시켰다. 시장경제를 도입하여 생산성의 향상을 도모하였다.

쿠바의 계획은 상상을 초월한 성공을 거두었다. 1998년에 이르자 무려 8천 개의 도시농장이 생겨났으며 3만 명의 인구가 하바나 근교에서 농장을 운영하게 되었다. 도시 근교에서 생산이 이루어지자 수송비, 냉장비, 보관비를 비롯한 각종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를 낳았다. 하바나 주변의 도시농장은 이제 멋스러운 풍경의 하나로 완전히 정착하였으며 하바나 모델은 다른 도시들로 확산되고 있다. 생산량은 매년 250에서 300퍼센트 증가하고 있다.

“도시농업계획(National Urban Agriculture Program)” 정책의 목표는 국민 모두를 위해 충분한 야채를 생산하는 것이며 일부 도시들은 이미 목표를 초과달성하였다. 쿠바에서 유기농산물은 모두를 위한 것이지 부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 www.jadam.kr 2004-04-16 [ www.washingtonfreepr ] 돌을 쌓아올려 땅을 수평으로 만들었다. 뒤로는 바나나가 보인다. 이런 소규모 농장은 인근지역 주민들에게

쿠바의 성공 배면에는 유기농업에 대한 과학적 연구성과의 누적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이미 1982년부터 시작되었던 “대안적 농업모델(alternative model)”에 대한 연구는 상당한 성과를 쌓아올렸지만 마땅히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었으나, 90년대 들어 본격적인 유기농업 정책이 시작되면서 급속도로 전국에 보급되었다. 오늘날 도시농장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는 거의 완전한 유기농으로 재배되고 있다. 하바나市는 도시지역 내에서의 살충제 사용을 불법화하였다.

도시농장의 3가지 형태는 자급농장(autoconsumos), 유기농장(organoponicos), 집약농장(huertos intensivos) 등이다. 자급농장은 376개가 하바나의 학교나 일터에 설립되어 있으며 주로 근무지의 점심식사를 해결하는 데 소비된다. 남은 음식은 근무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유기농장은 하바나市에 451개 운영되고 있는데 컨테이너와 같은 큰 통에 토양을 넣어서 지상으로부터 띄워올린 곳을 말한다. 집약농장은 도시 내 각종 빈땅에 작물을 집약적으로 심은 곳을 말한다.

쿠바의 이러한 친환경 농장에 해충문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한 집약농장주는 “우리는 생태적 균형점(ecological equilibrium)을 성취하였기 때문에 해충은 천적에 의해 거의 통제됩니다. 살충물질을 살포할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 www.jadam.kr 2004-04-16 [ www.washingtonfreepr ] 오이 사이로 상추가 심겨졌다. 단종경작을 피하고 이렇게 상이한 품종을 섞어서 심는 것은 해충을 방지하는

처음에 쿠바가 유기농업을 추구할 당시만 해도 소련지원이 끊긴 난국을 타개할 호구지책 정도로 간주하였다. 화학적 농자재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대안적 농업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수입농자재의 보급이 끊겼기 때문에 다른 방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녹색혁명의 기술적 성과를 사용하지 않는 농업은 상상할 수 없었다. 정책수립자들도 소규모 유기농 재배를 통해 충분한 쌀이 생산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1997년에 이르자 다양한 장소에서 소규모로 생산되는 쌀의 생산량이 14만 톤에 이르렀다. 이는 쿠바 쌀 생산량의 65퍼센트에 달하는 물량이다.

공식적 통계에 의하면 1999년 도시농장은 유기농 방식으로 쿠바 쌀의 65%, 채소의 46%, (밀감을 제외한) 과일의 38%, 뿌리작물의 13%, 달걀의 6%를 생산하였다.

쿠바의 식품은 아직 비싼 편에 속해서 식량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환경농업으로 전환함으로써, 더 나아가 사고의 전환을 이룸으로써 90년대 중반의 식량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채택된 정책이 이제는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되었다.

쿠바는 식민지배가 형성한 기형적 농업구조와 소련의 지원으로 틀지워진 의타적 농업의 굴레를 훌쩍 뛰어넘는 데 성공하였다. 쿠바의 자립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업은 나라를 먹여 살리는 데 성공한 훌륭한 도구인 동시에 수백만 달러의 외화를 아껴준 보배로서의 진가를 아낌없이 발휘하고 있다.

* 본 기사는 아래 사이트를 참조하여 창작/번역/재조합한 것임을 밝힙니다:

http://www.washingtonfreepress.org//46/organic_farming.html

http://www.twnside.org.sg/title/twr118h.htm

http://www.foodfirst.org/cuba/news/1999/murphy.html

http://www.organicconsumers.org/Organic/cubagarden.cfm

http://multinationalmonitor.org/hyper/issues/1994/11/mm1194_06.html

윤승서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4.04.1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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