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是以(시이)로 聖人之治(성인지치)는, 虛其心(허기심)하여, 實其腹(실기복)하며,그래서 참사람은 세상을 다스리는 데 마음을 비워주고 배를 채워주고 뜻을 약하게 하고 벼를 강하게 하고 - 논밭에서 읽는 노자 (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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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jadam.kr 2005-08-16 [ 조영상 ]
평사리 벌판

잘난 놈 떠받들지 말아라. 그래서 백성들로 하여금 다투지 않게 하여라.

얻기 힘든 보화를 귀하게 여기지 말아라.

그래서 백성들로 하여금 훔치지 않게 하여라.

탐낼 만한 것을 내보이지 말아라. 그래서 백성들 마음을 어지럽지 않게 하여라.

不尙賢(불상현)하여, 使民不爭(사민부쟁)하고,

不貴難得之貨(불귀난득지화)하여, 使民不爲盜(사민불위도)하고,

不見可欲(불현가욕)하여, 使民心不亂(사민심불란)이니라.

일등한 놈만 상(賞)을 주니까 저마다 일등 하려고 다툰다.

콩밭에는 일등이 없고 일등이 없으니 꼴찌도 없다.

저마다 자랄 만큼 자라고 익을 만큼 익는다.

잘난 놈은 잘날 만해서 잘났고 못난 놈은 못날 만해서 못났다. 그러니까 콩밭은 언제나 공평무사(公平無私)다. 도무지 서로 다투는 법이 없다. 아름답고 평화스럽게 어울려 살아간다.

잡초라고 불리우는 풀이 콩밭에 나도 콩은 풀에게 말한다. “그래. 우리 함께 살자.”

www.jadam.kr 2005-08-16 [ 조영상 ]
악양골

그래서 참사람은 세상을 다스리는 데 마음을 비워주고

배를 채워주고 뜻을 약하게 하고 벼를 강하게 하고,

언제나 백성으로 하여금 아는 게 없어서 욕심내지 않게 하고,

뭘 좀 안다는 놈은 함부로 나서서 설치지 못하게 한다.

是以(시이)로 聖人之治(성인지치)는, 虛其心(허기심)하여, 實其腹(실기복)하며,

弱其志(약기지)하여, 强其骨(강기골)이니라.

常使民(상사민)으로 無知無慾(무지무욕)하고, 使夫智者(사부지자)로

不敢爲也(불감위야)하니라.

배 부르고 뼈 든든하니 몸 건강하고, 욕심이 없고 무엇을 꼭 해야겠다는 고집을 부리지 않으니 삶이 넉넉하다. 다스리지 않아도 절로 다스려 진다.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탈(患)이다. 모르는게 약이다. 우스개 소리가 아니다. 나라를 어지럽게 하고 세상을 재미없게 만드는 것은 못배운 무지렁이가 아니라 아는게 많은 전문가 유식쟁이들이다.

하면서 하지 않으면 다스려 지지 않는게 없다.

爲無爲(위무위)면, 側無不治(즉무불치)니라.

보리알이 보리알로 돌아가는 길을 곁에서 조금 도와 주는 것이 농사(農事)다.

고요함에서 나와 시끄러움을 통해 고요함으로 돌아가는 것이 천지만물의 어쩔 수 없는 운명(運命)이다. 모든 것을 자연에 맡겨라. 자연보다 위대한 힘은 없다. 인간의 억지는 힘있어 보이지만 약하기 짝이 없고 자연의 흐름은 약해 보이지만 아무도 못 막는다. 그냥 하면 곧잘 하다가도 잘해보려고 마음먹으면 그예 일을 망치는 법!

<4>

www.jadam.kr 2005-08-16 [ 조영상 ]

길은 텅 비어 있어서 그것을 쓰노라면 늘 차 있지 않는 듯하다.

깊어라, 만물의 밑둥 같구나.

道沖(도충)이나, 而用之(이용지)에 或不盈(혹불영)하니,

淵兮(연혜)하여, 似萬物之宗(사만물지종)이로다.

길은 어디에나 있다. 땅에도 있고 물에도 있고 하늘에도 있다. 가르치는 데로 길이 있고 배우는 데도 길이 있다. 먹는 데도 길이 있고 싸는 데도 길이 있다. 길 없이는 아무것도 있을 수 없다. 배우는 놈이 있어서 배움의 길이 있는데 아니라 배움의 길이 있어서 배우는 놈이 있는 것이다. 둑이 있어서 강이 흐르는 게 아니라 강이 흘러서 둑이 있는 것이다.

길은 언제나 비어 있고 바닥없이 깊고 깊다. 만물이 그 위에서 돌아간다. 그래서 만물의 밑둥이다.

날카로운 것을 무디게 하여 얽힌 것을 풀고 빛을 흐릿하게 하여 티끌과 하나로 되니,

깊어라, 언제나 거기 있는 것 같구나.

挫其銳(좌기예)하여, 解其紛(해기분)하고, 和其光(화기광)하여,

同其塵(동기진)하니, 湛兮(담혜)하여, 似或存(사혹존)이로다.

얽힌 실타래를 푸는 것은 날카롭고 성급한 젊은 손이 아니라 무디고 더딘 늙은 손이다. 모든 것에 밝으면서 짐짓 모르는 척, 무지렁이들과 같아지니, 참으로 깊구나, 언제나 거기 있는 것같은 한결같음이여 ! 길을 하도 걸어서 길을 잘 알고 드디어 길과 한몸으로 된 사람의 모습이다. 진짜로 아는 자는 안다고 떠벌이지 않는다.

www.jadam.kr 2005-08-16 [ 조영상 ]

그가 누구 자식인지 나는 모른다. 어쩌면, 하늘님 보다 먼저일까

吾不知誰之子(오부지수지자)나, 象帝之先(상제지선)이로다.

길은 언제나 모든 것에 앞서 있다. 콩보다 먼저 콩의 길이 있고 보리보다 먼저 보리의 길이 있다. “하느님께서 ‘빛이 생겨라!’하시자 빛이 생겨났다” (창세기 1:3) “하느님 께서는 ‘우리 모습을 닮은 사람을 만들자! 그래서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 또 집짐승과 모든 들 짐승과 땅 위를 기어다니는 모든 들짐승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당신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 내셨다” (창세기 1: 26,27)

빛보다 먼저 “빛이 생겨라”는 말씀이 있었다. 사람 보다 먼저 사람의 길이 있었다. 길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찾아내는 것.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건너기 전에도 바닷길은 거기 있었다.

www.jadam.kr 2005-08-16

저자 이현주

1944년 충주에서 태어나서 감리교신학대학을 졸업했다. 본명은 이현주이고 관옥(觀玉) 또는 이오(二吾)라고도 부른다. 목사, 동화 작가, 번역 문학가이기도 한 글쓴이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글을 쓰면서 대학과 교회 등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사람의 길 예수의 길』, 『이아무개의 장자 산책』, 『대학 중용 읽기』,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 『길에서 주운 생각들』, 『이아무개 목사의 금강경 읽기』, 『이아무개 목사의 로마서 읽기』, 『이아무개의 마음공부』, 『예수의 죽음』, 『지금도 쓸쓸하냐』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배움의 도』,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간디가 해설한 바가바드 기타』, 『모든 것에 사랑을 걸어라』, 『예언자들』 등이 있다.

이현주,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5.08.16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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