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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농업자재 사람도 먹고 농작물도 먹고..올해는 사람이 먹어도 좋을 자연농업 자재들을 엄청 뿌려주었어요. 쑥, 미나리, 칡순 효소는 물론이고 함초녹즙도 뿌렸으니, 얼마나 밥맛이 좋을지 기대가 되요

김제 홈페이지 사진 촬영을 마치고 정읍에 계신 유영관씨(자닮 닉네임 산야로)와 군산에 위치한 이현구씨의 미성농장을 찾았다.

지난번 순천만에서의 함초번개 때 끝까지 자리를 같이 하며 꼭 한 번 농장에 놀러오라는 말을 남겨두기도 한데다 초등학교 시절 한때 그곳에서 살았던 추억을 되짚어 보고픈 욕심에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가는 중에 연락을 드리니, 이현구씨는 친환경 농업 교육 받으러 강원도에 가시고 부인 혼자 계신다고 한다. 물어물어 서쪽 바닷가에 인접한 농장으로 찾아갔다.

www.jadam.kr 2006-09-25 [ 유걸 ]
미성농장 이현구씨 부인

집에 도착하니 부인이 해맑은 웃음으로 반갑게 맞이한다.

지난번 순천만 번개 때도 느꼈지만 나이가 드셨음에도 불구하고 웃음이며 말이며 행동이 고등학교 여학생을 보는 것처럼 젊어 보인다.

잔디마당 뒤편으로 바쁜 농사일에도 언제 그렇게 꾸며놓으셨는지 500여평의 텃밭에는, 5m가 넘는 헛개나무가 크게 무리지어 자라고 있고, 오갈피, 가시오갈피 등 약재나무와 제충국, 세이지, 박하, 애플민트, 그린타임 등 허브 종류가 화단을 수북하게 수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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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m 넘게 자란 헛개나무 잎

특이한 것은 와송 묘목을 밭에서 기르고 있는 것이었다.

부인이 ‘흰찰쌀보리쌀’이란 미성농장 블로그를 만들었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알게 된 와송농장분과 친하게 되어 그 분에게 함초와 제충국에 대한 정보를 주고, 답례로 그 분이 와송을 보내주어 밭에 심고 남은 것은 매일 와송쥬스를 만들어 드신다고 한다.

그리고 한편에는 토끼장에 토끼가 그득하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야관문을 비롯 새삼, 짚신나물 등 몸에 좋다는 산야초 등이 건조되고 있었다.

www.jadam.kr 2006-09-25 [ 유걸 ]
화단에 가득 심겨진 허브식물들

또한 자재창고 안에는 벼농사에 이용하는 각종 자연자재들이 가득하였다.

자리공, 때죽나무열매, 제충국, 고삼뿌리, 담뱃잎, 은행나무열매, 무화과잎 등을 주정에 담근 통과 함초녹즙 항아리, 한방영양제, 현미식초, 목초액통들이 그득하다.

지난번 함초번개 때에 채취한 것을 함초로 알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이야길 했다가, 그것이 함초가 아닌 칠면초란 이야기를 듣고는 결국 안면도와 부안 등지를 돌며 퉁퉁마디라고 하는 진짜 함초를 새로 채취하여 다시 담갔다고 한다.

사실 함초(鹹草)라는 이름의 의미가 ‘소금기(염분)를 머금은 짠 풀’이란 뜻이므로 퉁퉁마디가 되었든, 칠면초가 되었든 해홍나물, 나문재가 되었든 갯벌에서 자라 염분을 머금고 있는 염생식물에는 두루 통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실제적으로도 같은 용도에서 퉁퉁마디 외에 칠면초나 해홍나물 등으로 효소를 담그고 있음에도 그중 퉁퉁마디만을 유독 함초라고 하여 마치 다른 염생식물은 효과가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함초업자들의 지나친 상술의 하나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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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 심어놓은 어린 와송

대략적인 집밖구경을 마친 후 부인의 성화에 집안으로 들어갔다.

직접 와송쥬스를 만들어 주시겠다고 한다. 다른 회원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와송쥬스 만드는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먼저 와송을 깨끗이 손질하여 적당한 크기로 잘라 믹서기에 담고 거기에 요쿠르트와 우유를 첨가하고, 함초녹즙을 더한 뒤에 갈면 된다.

와송 자체로는 특별한 맛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만든 쥬스를 먹어보니 와송 알갱이의 씹히는 맛과 요쿠르트와 녹즙 맛이 어우러져 상큼한 맛으로 재탄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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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 가득한 자연농업자재들

아침, 저녁으로 그렇게 먹으니 정말 건강에 좋다는 것이 느껴진다고 한다.

“예전 와송을 먹기 전, 허벅지 부근에 뭉친 근육이 잡히곤 했거든요. 그런데 와송쥬스를 먹은 이후로 그것이 녹아내린 듯 없어졌습니다. 다른 걸로는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는데, 정말 신기하더라구요. 항암효과도 많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집안 쟁반에 수석과 함께 와송 잎과 허브 들이 낱개로 물을 머금은 모래에 꽂혀 있다. 그렇게 해서 뿌리가 생겨나면 그걸 밭에다 옮겨 심는다고 한다.

어느덧 해질무렵이어서 3km 남짓 떨어진 농장으로 이동했다.

석양을 받은 벼이삭들이 바닷바람에 황금빛으로 출렁인다. 들판 끝으로 군산항구의 제분탑이 보인다.

총 12,000평으로 그중 6,000평은 친환경 무농약 농사를 짓고 있고, 나머지엔 관행으로 쌀과 보리를 2모작으로 짓고 있다고 한다.

이현구씨가 30대 초반일 때 원호가족을 대상으로 간척지를 분양할 때 이곳을 분양받았다가 5년 전에야 이곳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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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송을 갈아 만든 와송쥬스

“서울에 있을 때는 남편이 일찍 직장을 그만둔 뒤로 오퍼상 등 여러 가지 일을 했어요. 마지막 10여 년간은 독서실을 운영했지요. 그런대로 수익성은 좋았는데 입시가 내신위주로 바뀌면서 향후 사업성이 떨어져 보이더라구요.

거기다 남편이 원래부터 한량기질이 있어 테니스다 서예다 취미에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걸 좋아해서 돈 버는 일엔 무심하니 좀처럼 돈이 모아지지 않는 거예요. 이러단 이곳 땅까지 없어질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이곳에 내려와 농사를 짓자고 강력하게 남편을 설득했지요.”

그렇게 해서 5년 전에 이곳에 내려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남편이나 부인이나 왜 그곳까지 내려갔느냐는 지인들의 분위기에 낯설었는데 그 뒤로 집을 짓고, 직접 농사일에 뛰어들어 친환경 농사를 하나하나 배워가며 이곳 사람들과 어울리면서는 시골 전원생활 재미에 흠뻑 빠져들었다고 한다. 이젠 지인들도 여길 내려와보곤 모두 부러워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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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장으로 판매 중인 흰찰쌀보리

“이곳에서도 2년에 한 번은 서예대전에 작품을 출품하고 테니스 동호회 활동도 계속하면서, 친환경 농사에도 재미를 붙이셔 굉장히 열심히예요.

올해는 사람이 먹어도 좋을 자연농업 자재들을 엄청 뿌려주었어요. 쑥, 미나리, 칡순 효소는 물론이고 함초녹즙도 뿌렸으니, 얼마나 밥맛이 좋을지 기대가 되요.”

두 분이서 그 많은 농사를 친환경으로 지으려면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니 물론 힘들지만, 주위 분들이 많이 도와주고,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는 아들 딸이 가끔은 내려와 농사일을 거둔다고 한다.

농장구경을 마치고 셋이서 5분 거리에 있는 서해안 갯벌과 서해안방조제 공사가 한창인 내초도와 오식도 일원을 둘러보았다.

초등학교 때 1년여를 내초도에서 살았었다. 당시는 내초도까지만 간척으로 육지와 연결이 되어 하루에 서너 번 버스가 드나들곤 했는데, 이젠 그 당시 멀게만 느껴지던 오식도까지 매립이 되어 산업단지가 들어섰다. 그리고 더 멀리 비응도를 거쳐 신시도로 이어지는 서해안방조제 공사가 아직도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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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간척 개발계획도

그 당시 방과 후면 한 시간 가까이 갯벌을 걸어 나가 대합과 맛조개, 망둥어를 잡는 것이 일이자 놀이였다. 그리곤 수평선으로 떨어지던 일몰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오던 기억이 선명하다. 더없이 아름답고 소중했던 어린시절 추억의 그 갯벌이 뚜렷한 용도도 서지 않은 개발논리에 묻혀 사라질 운명에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유걸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6.09.2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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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과 답글 1
  • 황금농장 2006-09-29 23:17:12

    행복해보입니다.
    농업인이 정말로 행복할 때가 열심히 일하며 작물이 성장할 때가 아니던가요?
    농민이 사람으로 대접받는 날이 온다면 땀흘리며 일하는 사람들 웃음이 넘치겟지요. 그 때 까지 행복함으로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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