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쓴 글있어 올립니다. 복숭아 화이팅!!
복 숭 아
복숭아에 대한 기억은
세살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머니가 어린 나를 과수원이 있는 친적집 나들이에 데리고 갔습니다.
어머니인지 그 집 아주머닌지 기억은 안 나지만
햇빛 찬란한 마당이 보이는 대청에서
껍질이 술술 벗겨지는 수밀도를 내게 먹였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이 과일에 사로잡혔습니다.
구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탐스러운 형태
전혀 자극이 없으면서도
드러내 놓고 사람을 유혹하는 단맛,
낙천적이고 육감적인 지극히 세속적인 맛
(통조림에 있는 것은 맛보다는 모양이 맘에 듭니다. 정면에서 보면 만월인데 옆으로 돌려보면 반달입니다. 물기를 머금은 달.)
복숭아는 까탈스러운 과일입니다.
벌레가 많이 꼬여 농사짓는 걸 본 사람은 절대로
안 먹는다네요.
게다가 물이 많은 과육이라 아주 조심스럽게 다뤄야합니다,
멍이 잘 들고 썩기도 잘합니다.
썩을 때의 향내는 더 진합니다.
이 향기를 너무 사랑하여 그대로 닮은 꽃이 있습니다.
자귀나무 꽃입니다.
암술을 따서 꿀을 빨아보면 복숭아 맛이 납니다.
꽃잎은 솜털 같지만 빛깔은 복숭아색 밝은 분홍입니다.
까만 풍뎅이가 어리숙하게 꽃잎을 헤집고
꿀을 빠는 걸 보면 마음이 참 평화로워집니다.
내가
건조한 호흡으로 무딘 일상를 메우고 있을 때,
염세적 패배감으로 비루해질 때
내 세 살 적에 먹었던 그 복숭아는
뇌 속 어딘가에 잠복해 있다가 말을 겁니다.
" 얘야, 세상엔 화사하고 달콤한 것이 얼마나 많으냐.
그날의 복숭아 맛을 기억해 보렴.
그 지극한 쾌락과 손을 잡으렴. 인생은 바람같이 가버린단다."
그가 던진
한 조각 당도 높은 속삭임은 현란하고 즐거운 파문으로 스며듭니다.
뇌에서 마음으로
마음에서 온몸 구석 실핏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