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ww.jadam.kr 2010-12-23 [ 최종수 ] 부채버섯. 밤에 주름에서 빛을 내는 버섯이다. (이 글에 나오는 버섯 사진들은 본문 이야기와 관련이 없습니다.)

실제 신구약 성서에는 구체적으로 버섯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다만 성서에 나오는 어느 낱말이나 이야기가 버섯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볼 뿐이다. 이를테면 구약성서(또는 유대인에게는 히브리성서) 열왕기 하 4장 38절에서 40절에 들호박 국을 끓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엘리사가 사환을 시켜 선지자의 제자들에게 먹이기 위해 국을 끓이도록 하였다. 한 사람이 채소를 캐러 들에 나가서 들호박을 따다가 썰어서 국솥에 넣어 국을 끓였다. 사람들이 국을 먹다가 죽음의 독이 있다고 소리치며 먹지 못하자, 엘리사가 가루를 솥에 던져 해독하였다는 이야기다.

ⓒ www.jadam.kr 2010-12-23 [ 최종수 ] 선녀실버섯(임시이름. 한국미기록종?) Macrotyphula juncea(Fr.) Berthier =Clavariadelphus juncea(Fr.) Corner 영어속명 Fairy Thread(Coral)

그런데 이 이야기 가운데 “들호박”(왕하 4:39)이라는 말의 히브리어 "paquot"이라는 단어의 어근과 현대 히브리어의 버섯을 지칭하는 단어 paquit의 어근이 같은 것을 볼 수 있다. 현대 히브리어는 마지막 모음이 장모음인데 고대 히브리어와 비교해 보면 오직 마지막 모음만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음 중심의 어근을 따지는 히브리어의 특성상 열왕기하 본문의 단어와 현대 히브리어에서 사용된 "버섯"이라는 단어는 그 어원이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성서의 히브리어는 버섯이 아닌 “호박”의 의미로 사용되어 단순히 들호박을 지칭한 것이지 버섯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 www.jadam.kr 2010-12-23 [ 최종수 ] 좀말불버섯

구약성서 출애굽기 3장에 모세가 떨기나무에 불이 붙었으나 그 떨기나무가 타서 없어지지 않는 것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흔히 “도깨비 불”(燐光 foxfire)로 알려진 초록색 빛은 버섯에서 뿐만 아니라 버섯의 균사체에서도 볼 수 있다. 죽은 나무 속속들이 침투한 균사체에서 밤에 초록색 빛을 내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으로 모세가 보았다는 불이 붙었으나 타서 사라지지 않는 떨기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설명해 보려고 하였다. 그러나 출애굽기 3:2절의 말씀처럼 신과 만남은 불에 타지 않은 나무를 보는 것과 같은 신비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타지 않고 비치는 불빛으로 모세가 밤에 이스라엘 백성들을 밤에 약속의 땅으로 가는 길을 인도하였다는 것이다. 허지만 영국의 버섯학자 John Ramsbottom이라는 분은 모세가 밤에 빛나는 버섯의 불빛으로 길을 인도하였을 가능성이 없다고 하였다.

ⓒ www.jadam.kr 2010-12-23 [ 최종수 ] 끈적뱅어버섯

다만 구약 요엘서 2장 30절에 “내가 이적을 하늘과 땅에 베풀리니 곧 피와 불과 연기 기둥이라”고 한 부분에 “연기 기둥”(timarah)은 버섯으로 번역될 수도 있는 말이라고 한다. 이 단어는 솔로몬의 노래 아가서 3:6, “연기 기둥과도 같고 몰약과 유향과 상인의 여러 가지 향품으로 향내 풍기며 연기 기둥처럼 거친 들에서 오는 자가 누구인가” 라는 구절에서도 나온다. 그러나 “연기기둥”이라는 말의 히브리어가 버섯으로 번역될 수 있다고 해서 그 것이 버섯을 언급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히브리 성서(구약)에는 곰팡이와 같은 균류에 대한 언급이 있다. 레위기 14장 33절 이하에 집(건물) 안에 생기는 곰팡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34-35절을 표준새번역으로 읽어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갔을 때 “주께서 내린 악성 곰팡이가 너희가 유산으로 받은 땅에 있는 어떤 집에 생기거든, 그 집 임자는 제사장에게 가서, 집에 곰팡이가 보인다고 알려야 한다”는 말이 있다. 여기 “악성 곰팡이”라는 말은 “피부병”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말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공동번역 판은 “집에 생긴 문둥병”으로 보고 있고 개역 개정판은 “나병 색점”이라고 하였다. 성서의 전후 문맥으로 보아 문둥병에 대한 정결의식 규정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보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실제로 문둥병이 아니라 건물에 생기는 일종의 이끼나 곰팡이, 또는 건조 부패(dry rot)로 건조 병이 생긴 곳에 푸르스름하거나 불그스름하게 색깔이 변하거나 우묵하게 함몰되는 것(37절)을 말하고 있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레위기가 말하고 있는 것은 마른 부후병을 일으키는 균류인 Serpula lacrymans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창세기 41장에 보면 이집트로 팔려간 요셉이 바로왕의 꿈을 해몽하는 장면이 나온다. 개역 개정판 23절과 특히 27절에 보면, “동풍에 말라 속이 빈 일곱 이삭”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바로 이 동풍에 말라 속이 빈 이삭은 균류에 감염된 밀 이삭을 말하는 것 같다. 특히 중동 지방에서 동풍은 비를 불러 온다고 한다. 모든 균류와 마찬가지로 비가 와서 습한 환경에서는 균류나 버섯이 돋게 마련이다. 또 바람은 균류의 포자를 멀리 까지 날려 보내 퍼지도록 한다. 구약 당시 중동 지방에는 밀과 보리 귀리 등 작물을 경작하였고 창세기에 나오는 동풍에 말라 속이 비었다는 것은 Puccinia 류의 녹병(fungal rust disease)에 감염되어 밀 이삭이 제대로 여물지 못한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 www.jadam.kr 2010-12-23 [ 최종수 ] 이끼꽃버섯

그런데 버섯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성서에는 없지만 탈무드에는 버섯과 송로버섯(truffle)에 대하여 여러 번 언급되어 있다고 한다. 탈무드란 쉽게 말해 유대교의 율법과 도덕, 철학, 역사, 풍습 등에 대한 랍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한 곳에는 버섯을 병약자에게 먹였더니 “어떤 사람은 발광하였고 어떤 사람은 죽었다”고 한다. 또 다른 곳에는 “ 비 온 뒤 사람들이 버섯과 송로버섯을 채취하였다”고 한다. 바빌로니아 탈무드(Berakoth 40b)에 보면 유대교의 Kosher(유대교 율법에 따라 먹는 음식)에 관한 것인데, 땅으로부터 생산된 농산물을 먹어도 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논의 가운데 버섯을 언급하고 있다. 결론은 버섯을 먹어도 된다는 것인데, 탈무드에서 랍비들은 버섯을 먹기 전 축복기도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버섯을 위한 축복기도와 채소를 위한 축복기도가 다르다. 버섯을 먹을 때는 채소를 위하여 마련된 축복기도, 즉 “복 되도다, 땅의 열매를 창조한 우주의 왕이신 우리 주 하나님”이라는 기도를 드릴 수 없다. 그 대신 버섯을 먹을 때 드리는 축복기도는 좀 더 일반적인 기도, 즉 “복 되도다, 말씀으로 모든 것을 창조한 우주의 왕이신 우리 주 하나님”이라는 기도를 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 www.jadam.kr 2010-12-23 [ 최종수 ] 느타리버섯

이렇게 축복기도의 차이를 두는 이유는 “버섯은 땅에서 양분을 취하지 않고 공기 중에서 영양분을 취하기 때문”이다. 비록 버섯이 땅 위에서 자라지만, 다른 작물처럼 흙으로부터 영양분을 섭취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탈무드에서 전형적인 축복기도의 표현은 오직 땅의 소산물에만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탈무드에서 이렇게 차이를 두어 구별하는 것은 버섯과 식물을 구별한 가장 오래된 기록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놀랍게도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거의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버섯을 식물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 www.jadam.kr 2010-12-23 [ 최종수 ] 참부채버섯

또 하나 구약 출애굽기 16장에 나오는 만나 이야기에서 만나가 버섯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다. 물론 만나가 버섯일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어떤 학자들은 만나가 버섯과 물가나 물속에 사는 조류(藻類) 사이의 복합유기체인 이끼일 것(a symbiotic organism between a fungus and alga)이라고 한다. 또 다른 설명은 만나가 위성류(渭城柳 tamarisk) 나무와 흰 함마다(white Hammada) 나무 가지 위에 생기는 단물을 먹는 곤충의 분비물(삼출물)일 것이라고 한다. 성서학자들에 의하면, 만나는 아마도 여러 나무에서 추출되는 송진으로 만들어진 "빵" 종류인 것으로 추정한다(Joel C. Slayton, “Manna,” ABD IV: 511). 허지만 그 어느 설명도 만나의 기적을 속 시원하게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 오직 하나 만나 이야기가 보여 주는 것은 모든 먹을거리는 신의 풍성한 선물이며 일용할 양식을 모자라지도 않고 남기지도 않도록 언제나 넉넉하게 공급해준다는 신에 대한 믿음 이야기라는 점이다. 이 점은 버섯을 관찰하면 할수록 똑같이 느끼고 있다. 먹을거리를 겁나게 저장하고 소비하고 낭비하면서 농산물을 무기로 삼는 문화에 대항하여 전혀 새로운 식량 농업경제를 보여주고 있다. 성서 안에는 분명 버섯에 대한 언급이 없다. 아마도 성서문헌이 쓰여진 곳의 자연환경이 버섯이 많이 돋기에는 어려운 환경이었던 탓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그러나 자연에는 성서 세계가 보여 주는 신의 창조의 신비와 함께 아름다운 버섯들이 지금도 돋고 있다. @

(이 글의 많은 부분은 구약학자 김진양 박사님의 도움에 힘입었습니다.)

ⓒ www.jadam.kr 2010-12-23 [ 최종수 ] 털개암버섯

참고문헌:

Elio Schaechter, In the Company of Mushrooms: A Biologist Tale, Harvard University Press, 1977, pp.4-5, 17.

Dennis R. Benjamin, Mushrooms: Poisons and Panaceas, New York: W.H. Freeman & Co., 1995, p. 30.

Joel C. Slayton, “Manna,” ABD IV: 511.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0.12.23 00:52

<저작권자 © 자닮,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