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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유해물질 문제는 나쁜 지방과 식품첨가물의 남용에서 비롯된다. 트랜스지방산, 인공조미료, 향료, 색소, 보존료 등등. 이런 물질들은 자체적으로도 유해하지만 학생들의 미각을 왜곡시킨다는 점에서도 경계 대상이다.
식중독은 폐해가 단기간에 나타난다. 그래서 위험성을 절박하게 느낀다. 하지만 영양 불균형이나 유해물질 문제는 여간해서 표시가 나지 않는다. 서서히 어린 학생들의 몸과 마음을 해친다. 그 유해성이 어떤 병증으로 나타났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식중독 문제가 ‘속효성 폐해’라면 영양 불균형이나 유해물질 문제는 ‘지효성 폐해’다. 건강관리 측면에선 후자가 전자보다 훨씬 더 무섭다. 얼마 전 교육인적자원부는 초·중·고생의 신체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10년 전에 비해 학생들의 체격은 커졌지만, 체력은 크게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력이 나빠졌고 피부질환이 증가했다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이러한 건강 지표들이 식생활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부산을 중심으로 한 영남지역 일대에 다소 이색적인 단체가 있다. 유치원 원장들의 모임인 이 단체는 앞으로 학교급식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가공식품은 일절 금지하고 100% 유기농 식자재만을 이용해 식단을 짠다는 게 그들의 수칙이다. 현미밥에 김치, 된장국, 간식은 고구마나 감자, 떡, 과일 등이다. 이런 밥상을 받는 아이들은 행복하다. 그 아이들이 자라면 나라도 행복할 것임은 당연한 이치다. 식품위생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달성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다. 하지만 급식에는 식중독균만큼이나 무서운 또 다른 위험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 위험은 우리가 쉽게 알 수 없기에 훨씬 심각하다.
▣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제공 : 한겨레,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6.07.2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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