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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 위생만으로 해결되는가!학교급식 문제가 식중독과 같은 위생적인 측면에만 국한하는가? 그곳에는 위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고민거리가 있다
1968년 어느 날, 미국 오하이오주 노워크시의 한 작은 초등학교. 전체 인원의 절반이 넘는 100여 명의 어린이와 교사가 갑자기 구토와 설사 증상을 보이며 쓰러졌다. 곧이어 환자들의 가족에게서도 3명 가운데 1명꼴로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식중독인 것만은 확실했지만 원인균을 찾아낼 수 없었다. 4년 뒤인 1972년 식중독균의 정체가 밝혀진다. 공 모양의 초소형 바이러스. 최초로 발견된 도시의 이름을 따서 ‘노로바이러스’라고 명명했다.

미국이 원산지로 보이는 노로바이러스는 미국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 수도권 지역을 강타한 대규모 학교급식 사고도 이 바이러스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사상 최대의 식중독 사고라고 언론들이 대서특필하면서 이 미생물의 유명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사후약방문’이란 비난을 면하기 어렵지만 늦게나마 대책이 수립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덕분에 학교급식 문제가 근본적으로 재검토된다면 노로바이러스는 무조건 손가락질할 대상만은 아닌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보면서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학교급식 문제가 식중독과 같은 위생적인 측면에만 국한하는가 그곳에는 위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고민거리가 있다.

www.jadam.kr 2006-07-21 [ 이우만 ]

영양 불균형이나 유해물질 남용 등의 문제다. 오늘날 학교급식이 영양적으로 지탄받는 이유는 저급한 식자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정제식품, 인스턴트 식품, 수입식품 등이 급식의 근간을 이룬다는 점이 그 예다.
또 유해물질 문제는 나쁜 지방과 식품첨가물의 남용에서 비롯된다. 트랜스지방산, 인공조미료, 향료, 색소, 보존료 등등. 이런 물질들은 자체적으로도 유해하지만 학생들의 미각을 왜곡시킨다는 점에서도 경계 대상이다.
식중독은 폐해가 단기간에 나타난다. 그래서 위험성을 절박하게 느낀다. 하지만 영양 불균형이나 유해물질 문제는 여간해서 표시가 나지 않는다. 서서히 어린 학생들의 몸과 마음을 해친다. 그 유해성이 어떤 병증으로 나타났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식중독 문제가 ‘속효성 폐해’라면 영양 불균형이나 유해물질 문제는 ‘지효성 폐해’다. 건강관리 측면에선 후자가 전자보다 훨씬 더 무섭다.

얼마 전 교육인적자원부는 초·중·고생의 신체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10년 전에 비해 학생들의 체격은 커졌지만, 체력은 크게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력이 나빠졌고 피부질환이 증가했다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이러한 건강 지표들이 식생활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부산을 중심으로 한 영남지역 일대에 다소 이색적인 단체가 있다. 유치원 원장들의 모임인 이 단체는 앞으로 학교급식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가공식품은 일절 금지하고 100% 유기농 식자재만을 이용해 식단을 짠다는 게 그들의 수칙이다. 현미밥에 김치, 된장국, 간식은 고구마나 감자, 떡, 과일 등이다. 이런 밥상을 받는 아이들은 행복하다. 그 아이들이 자라면 나라도 행복할 것임은 당연한 이치다.

식품위생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달성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다. 하지만 급식에는 식중독균만큼이나 무서운 또 다른 위험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 위험은 우리가 쉽게 알 수 없기에 훨씬 심각하다.
▣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제공 : 한겨레,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6.07.2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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