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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와 푸드 마일리지균형식’이란 무엇일까. 싫건 좋건 정체불명의 음식을 두루 먹는 것을 말할까
2004년 일본 아오모리현 도와다시. 중학생 3명이 이채로운 조사를 해보기로 했다.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식자재들은 얼마나 먼 곳에서 운반해왔을까. 급식센터에 원산지를 하나하나 문의했다. 수입 농산물은 해당 국가의 수도로부터, 국산 농산물은 해당 지역의 도청 소재지로부터 학교까지의 직선거리를 각각 구했다. 모두 합산해보니 12만4400km였다. 아오모리 지역의 농산물만 사용하는 급식도 있는데, 그 경우는 4400km로 크게 떨어졌다.

www.jadam.kr 2006-07-31 [ 이우만 그림 ]

그해 실시된 전국프레젠테이션대회 중학생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이 조사는 학생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아니다. 10년 전인 1994년 영국의 환경운동가 팀 랭이 제창한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 개념을 패러디했다. 푸드 마일리지란 식자재가 얼마나 많이, 얼마나 멀리서 조달돼오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물량에 거리를 곱해 구한다. 이 값이 높으면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가 많으며 아울러 환경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푸드 마일리지 개념은 최근 FTA 의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우리나라의 경우 반대론자들에게 ‘가뭄에 단비’와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전체 푸드 마일리지는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자유무역협정(FTA)의 아킬레스건은 농산물인데, 비준이 강행될 경우 가뜩이나 높은 푸드 마일리지가 더욱 높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 나라의 푸드 마일리지 앙등은 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피와 같은 석유를 무의미하게 낭비하는데다 온실가스 문제에도 한몫한다는 점에서 국경을 초월한 범세계적 과제다. 그런 까닭에 농업 분야는 예외로 논의돼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균형식’이란 무엇일까. 싫건 좋건 정체불명의 음식을 두루 먹는 것을 말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지역의 풍토에 맞는 음식을 먹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인은 유럽 음식을, 아프리카인은 아프리카 음식을, 동양인은 동양 음식을 먹는 것이 바로 균형식이다.”
일본의 영양전문가인 마쿠우치 히데오는 저서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인체는 오랜 기간에 걸쳐 각 지역의 풍토에 맞게 적응돼왔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에스키모인이 된장국을 먹지 않는다고 편식이라고 말할 수 없지 않은가. 푸드 마일리지를 낮춰야 하는 당위성이 단지 에너지·환경 문제에만 있지 않다는 뜻이다. 문득 이탈리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다리오 포의 발언이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오늘날 다국적 기업이 주도하는 농산물 유통 방식을 철저히 반대합니다. 그 거대기업들은 우리의 특권인 먹을거리 선택권을 약탈하고 있지요.”

한국인이 좋아하는 ‘기’(氣)라는 한자에는 쌀 ‘미’(米)자가 들어 있다. 쌀을 먹어야 기가 산다는 뜻일 것이다.
‘정’(精)’이라는 글자도 마찬가지로 쌀의 힘을 받는다. 여기서 말하는 쌀은 물론 국산 쌀이다. 그것이 유기농 현미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최근 한미 FTA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캘리포니아산 칼로스 쌀에 관심이 부쩍 늘었다. 이 쌀에도 ‘米’자를 붙여줄 수 있을까. 하지만 아무리 요리조리 살펴도 그 쌀에서 ‘氣’를 연상하기란 힘들 성싶다. 오히려 ‘post-harvest’(수확 후 농약)라는 영자가 보이는 듯해 고약하다.

모두가 FTA 이후를 대비해야 할 때다. 푸드 마일리지를 생각하면서.

▣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제공 : 한겨레,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6.07.3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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