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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게도 삶의 의미가 있다, 스마트팜(밸리) 고설 양액재배를 바라보는 불편한 심정안동 천성명/김현숙, 품목 : 유기농 하우스 딸기, 면적 : 800평 (경력 유기농 22년)
딸기는 흙에서 자라 봄과 초여름에 열매 맺는 다년생 식물이다. 시설하우스 딸기가 보편화되면서 딸기는 겨울 채소 또는 과일(?)의 대명사가 되었다. 몇 년 전부터는 정부가 고설 양액재배법이 선진적인 농법이라며 대대적인 보조사업을 집행하면서 흙에서 기르는 딸기는 양액재배법과 비교해 토경재배법이라 불리게 되었다. 당연한 농법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고 선택사항이 되어버린 것이다. 더 나아가 딸기 재배는 첨단농법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양액 재배와 IT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팜이 유행하게 되었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무려 1조 2천억원을 투입해 스마트팜을 대규모 단지화하는 스마트팜밸리사업까지 벌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천성명 농민의 자가제조 액비 공급 시설. 2년 이상 숙성한 섞어띄움 액비를 관주하는 시설이다
이를 바라보는 천성명 농민은 씁쓸하다. 적은 농토에서 유기농 농사를 지어 생계를 꾸리느라 자신의 우주적 원리에 따라 살아야 한다는 자신의 가치관에서 조금은 벗어난 시설하우스를 하게 되었지만 흙만큼은 어느 누구보다도 알뜰살뜰 가꾼 그이다. 비용이 많이 들고 힘이 들지만 산 속 부엽토 같은 흙을 만들기 위해 해마다 수피를 수십톤씩 농토에 넣어 흙을 가꾸었다. 항생제에 오염된 축분 퇴비나 기름찌꺼기인 유박 비료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직접 만든 액비로 영양관리를 했다. 그런데 이런 농법은 구시대 퇴물 취급 받는 시절이다. 딸기가 수생식물이 아님에도 딸기를 인간이 조합한 영양제를 수치화해 병원 링거액 주듯이 딸기에 주면 다수확한다는 스마트팜 농법이 그에게는 농법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대규모 시설비와 관리비는 고스란히 농민의 몫이다. 더군다나 대기업이 뛰어드는 식물공장인 스마트팜밸리란 것은 얼토당토 않다.
 
스마트팜 양액재배 딸기가 따라올 수 없는 유기농 토양에서 자란 적절한 양분과 생명이 담긴 딸기.
"이런저런 논란 다 집어치우고 정부가 양액재배 딸기와 흙에서 키운 유기농 딸기의 성분 분석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인간이 아무리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제어해서 양액으로 엄청난 수량의 딸기를 생산하면 뭐 합니까? 그 딸기에 딸기 본연의 영양성분이 제대로 들어있을까요? 딸기는 흙에서 자라는 식물입니다.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미생물들이 흙 속에서 만들어낸 양분을 먹고 딸기가 자라는 거예요. 이걸 어떻게 수치화할 수 있다는 거죠? 인간은 다만 우주적 질서에 따르면서 흙을 보살피고 작물을 키워낼 뿐입니다. 다 이해할 수 없어요. 모양만 딸기라고 다 딸기가 아닙니다. 양액재배 딸기란 걸 전 신뢰할 수 없습니다."
 
생명본성에 맞는 건강한 농산물이라야 우리 미래 세대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
과학문명은 점점 더 비인간화의 길로 가고 있다. 농업 또한 마찬가지다. 봄여름 작물인 딸기를 비닐하우스에서 겨울에 키우면서 첫번째 길을 벗어났고, 딸기를 흙에서 분리해 물에서 키우면서 두번째 길을 벗어났다. 일을 좀 더 편리하게 하겠다고 양액 공급을 수치화해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ICT니 스마트농법이니 하면서 인간의 두뇌조차 컴퓨터에 맞기며 세번째 길을 벗어나고 있다. 이제는 대규모 단지화하여 거대 자본화 하면서 중소농을 배제하는 네번째 이탈에 들어섰다. 흙을 벗어나고 흙을 가꾸던 농민마저 배제하면서 남은 거대 식물공장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생명 먹거리마저 자본과 이윤의 논리로만 따지는 인간문명 붕괴의 마지막 단계가 바로 스마트팜밸리이지 않을까?
 
 "내 나이가 올해 예순네살입니다. 아쉬운 점은 있지만 한평생 살아오면서 느끼고 깨달은 점이 많습니다. 제가 이 적은 농토에서 흙과 더불어 반평생을 보내면서 힘겹지만 삶의 의미를 깨닫고 실천하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제게 삶의 의미가 있듯이 저기 싱그럽게 자라고 있는 딸기에게도 삶의 의미가 있어요. 모든 생명이 다 삶의 의미가 있는 겁니다. 농민은 자신이 키우는 농작물의 삶의 의미를 보살피는 존재예요. 그렇게 보살펴야만 비로소 생명 본연에 맞는 건강한 농산물을 길러낼 수 있어요. 농민들이 이 원칙에서 벗어나면 안되요. 정부와 자본이 아무리 유혹을 한다고 하더라도 말이지요. 제가 농사짓고 농민운동에 나선 건 생명 모두의 삶의 의미를 지키고 싶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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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문철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9.03.0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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