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ww.jadam.kr 2010-08-12 [ 최종수 ] 전나무끈적버섯아재비. Cortinarius semisanguineus Gillet 영어속명은 주름살이 뻘갛다하여 Red-gilled Cort(inarius). 주름살이 빨갛거나 갈색 또는 적갈색인 버섯들은 모두 피하는 것이 좋다.

야생버섯에 중독된 사람들에 대한 사회학을 검토해 보면 대체로 어떤 부류의 사람들에게 중독 사고가 많이 발생할 지 예측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야생버섯을 먹고 중독된 사람들이 보여주는 예측 가능한 사회학적 패턴을 발견하게 되는데, 아마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중독 사고가 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첫째, 취약한(vulnerable) 사람들과 둘째, 부주의한(reckless) 사람들로 크게 대별할 수 있다. 취약한 사람들이라 함은 어린이, 노약자(老弱者), 그리고 이민(이주)자를 말하고, 부주의한 사람들이라 함은 버섯에 관한 속설 신봉자와 약물중독자, 그리고 간혹 심리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말한다.

ⓒ www.jadam.kr 2010-08-12 [ 최종수 ] 흰갈대버섯 Chlorophyllum molybdites Massee 인가근처에 많이 돋아 가장 중독사고를 많이 일으키는 독버섯이다. 포자가 연초록색이다.

어린이의 경우: 특별히 2살-4살의 유아의 특징은 무엇이든 손에 닿는 것을 집어서 입에 넣는 습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들의 버섯 중독사고의 거의 80%이상이 바로 이 연령대의 유아들이다. 물론 도시에 사는 유아들에게는 야생버섯을 먹을 확률이 높지 않지만 시골에 살든지 아니면 이른바 전원주택에 사는 어린이들에게는 야생버섯 중독사고의 위험성이 높다. 왜냐하면 여러 종류의 독버섯들이 인가 근처 잔디나 풀밭에 흔히 돋기 때문이다. 도시 어린이들이라 하여도 야외에 나갔을 경우 공원에서 버섯을 만나기 쉽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중독사고가 훨씬 줄어드는데 버섯을 먹으면 죽는다는 부모들의 가르침 때문이다. 그런데도 청소년들 사이에 중독사고가 나는 이유는 여자아이들의 경우 소꿉놀이 할 때 음식을 제공하고 또 먹는 흉내를 내는 데서 비롯된다. 호기심과 영웅심이 많은 남자 아이들의 경우는 자기의 능력을 과시하려고 온갖 위험한 짓을 감히 마다않고 실험해 보기 때문이다.

ⓒ www.jadam.kr 2010-08-12 [ 최종수 ] 광대버섯류의 유균인데 아래 사진 말불버섯과 혼동하기 쉽다.

노약자의 경우: 노인들이 버섯에 중독되는 이유는 대체로 버섯을 잘못 동정하여 생긴다. 물론 노인들이라고 하여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면 자연히 노화현상으로 눈도 침침해지고 버섯 모양새에 대한 기억력 약화 또는 상실, 또는 일반적인 버섯 관찰력의 감소 등으로 전에 익숙하게 잘 동정하던 버섯들도 잘못 동정하는 경우가 있다. 광대버섯의 유균을 말불버섯으로 오인하거나 마귀광대버섯의 유균을 먹물버섯으로 오인하는 때가 있다. 전에 썼던 글에서도 노인의 경우 미각과 후각에 변화가 와서 버섯 동정에 필요한 제대로 맛을 보거나 냄새 식별이 곤란하게 된다는 것을 지적한 바 있다.(“버섯의 맛과 냄새에 대하여”[야생버섯의 신비 40] 참고). 또 연세가 드신 분들은 소화력도 약해져서 늘 많이 식용하던 버섯으로 말미암아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경우도 생긴다.

ⓒ www.jadam.kr 2010-08-12 [ 최종수 ] 말불버섯. 독버섯인 광대버섯류와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

이민(이주)자의 경우: 미국은 이민으로 이루어진 나라이다. 지금도 계속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따라서 이민자들의 야생버섯 중독사고 또한 빈번하다. 중독 사고를 일으키는 이민자들은 대체로 야생버섯을 채취하여 식용해 온 역사가 깊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다. 영어를 사용하는 영국 이외의 유럽국가, 특히 북유럽이나 동유럽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은 물론 특히 야생버섯을 좋아하는 문화를 가진 아시아 국가에서 이민 온 사람들은 야생버섯 식용의 전통과 함께 어른들의 입에서 입을 통하여 전수된 야생버섯에 대한 속설을 믿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새로운 나라로 이민 왔을 때 만나는 버섯들이 조상국가에서 만난 버섯들과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자연히 미국에 온 이민자들 가운데 한국 사람들의 야생버섯 중독사고 또한 빈번한 편이다. 이제 한국 사회도 다민족 다문화 사회이기 때문에 이 점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 www.jadam.kr 2010-08-12 [ 최종수 ] 마귀곰보버섯의 한 종류 Gyromitra gigas(Kromb.)Cooke

그러면 다른 나라에서 이민 온 사람들에게만 버섯 중독사고가 나는 것은 아니다. 이민자들 못지않게 이주자들에게도 중독사고가 일어난다. 특히 미국은 지역이 워낙 넓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였을 경우, 그 지역에서 돋는 버섯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얻기 까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지역에 따라 같은 종류의 버섯이라도 그 모양과 색깔도 다르고 독성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마귀곰보버섯류(Gyromitra spp.)는 지역에 따라 그 독성이 다르다. 미국 록키산맥 서쪽에서는 마귀곰보버섯을 식용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록키산맥 동쪽에서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 노란다발버섯의 경우 한국이나 일본 유럽에서 돋는 것은 치명적인 독성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돋는 것은 위장장애 정도의 독성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각 지역의 버섯도감이 필요하고 또 지역 정보 또한 중요하다.

ⓒ www.jadam.kr 2010-08-12 [ 최종수 ] 할로윈호박색화경버섯(임시이름, 한국미기록종) Omphalotus illudens 영어속명 Jack-O-Lantern 극심한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독버섯인데 밤에 주름살에서 야광을 낸다. 꾀꼬리버섯이나 뽕나무버섯부치와 혼동하기 쉽다.

거기다가 이민이라는 현상은 사람들에게만 일어나지 않고 버섯에게도 일어난다. 외국에서 나무나 식물을 수입하였을 경우 나무에 묻어오는 부생균은 물론 수입하는 식물 뿌리 주변에 있는 균근균 마저 수입하여 새로운 종류의 버섯을 돋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 이민 온 버섯들이 기존의 버섯과 혼동을 일으킬 소지가 많은 것이다. 각 지역에 산재해 있는 미국 버섯동호회 모임에서 해마다 회원들이 발견한 버섯의 목록을 만드는 이유가 언제 어떤 새로운 종류의 버섯들이 돋는지, 또는 어떤 종류의 버섯들이 기후 온난화로 북상하고 있는지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글로벌 시대의 빈번한 여행은 언제 어떤 새로운 종류의 버섯 종균들을 묻어 올 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한국의 경우 이웃 일본 버섯도감이나 유럽 쪽 버섯도감에 많이 의존하는 듯 보여 앞으로 더 많은 정보 수집과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 www.jadam.kr 2010-08-12 [ 최종수 ] 공동묘지에 무리지어 돋은 광대버섯.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독버섯이다. 마약하는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약물중독자의 경우: 환각상태를 경험하기 위해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독버섯을 먹고 중독되는 경우를 말한다. 1960년대와 70년대의 대항문화(counterculture)가 한창일 때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버섯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 뒤 마약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매직 머쉬룸”(magic mushroom)에 대한 관심도 많이 쇠퇴하였다. 그런데 그 관심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환각버섯류(Psilocybe spp.)는 잔디나 풀밭 위에 돋는 작은 갈색버섯이다. 그러나 야생버섯에 대하여 어느 정도 상식이 있는 사람들은 “작은 갈색 버섯들은 피하라!”(Avoid LBMs=Little Brown Mushrooms!)는 말을 기억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작은 갈색 버섯들 가운데 간 손상을 일으키는 치명적 독성을 가진 황토버섯류(Galerina spp.)나 그 밖의 땀버섯류(Inocybe spp.)와 종버섯류(Conocybe spp.)의 독버섯들이 섞여 있을 수가 있어서 위험하다. 작은 갈색버섯은 물론 주름살 부분이 갈색이거나 녹슨색(적갈색)인 모든 버섯들은 적극 피해야 한다.

ⓒ www.jadam.kr 2010-08-12 [ 최종수 ] 가을황토버섯 Galerina marginata 또는 G. autumnalis. 죽은나무에 돋는 것은 식용버섯이라는 속설이 있지만 이 맹독버섯도 죽은 나무에 돋았다. 주로 가을에 돋지만 봄에도 돋는 맹독버섯이다. 주름살이 적갈색이다!

버섯에 관한 속설신봉자의 경우: 야생버섯에 관한 속설만 믿고 야생버섯을 채취하여 식용함으로써 중독사고가 발생한다. 말하자면 “색깔이 화려한 것은 독버섯이다”와 같은 속설을 말하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부모나 친지들로부터 들어 온 버섯에 관한 속설은 그 나름대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직 그 속설이 생겨난 지역이나 특정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화하여 믿고 야생버섯을 채취하여 식용하는 것처럼 어리석고 위험한 일이 또 다시 있을까 더욱이 환경변화와 새로운 종류의 버섯들이 돋아나고 있는 마당에 속설에만 의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전에 썼던 글 가운데 “버섯에 대한 속설 벗겨내기(야생버섯의 신비 22)를 참고하시기 바란다.또 우산돌이님의 블로그 "아름다운 버섯나라"에서 "독버섯 식별에 관한 잘못된 설"(http://blog.daum.net/mushroom114/15712181)을 참고하시면 좋다.

ⓒ www.jadam.kr 2010-08-12 [ 최종수 ] 색깔 예쁜 미국 달걀버섯 Amanita jacksonii Pomrleau 색깔이 예쁜 것은 독버섯이라는 속설과 달리 이렇게 예쁜 식용버섯도 있다. 허지만 광대버섯류이기 때문에 조심하여야 한다.광대버섯류의 대주머니를 눈여겨 보시기 바란다.

버섯에 관한 속설을 믿는 사람들은 물론 버섯 공부 초보자들 역시 잘못하면 버섯에 중독되기 십상이다. 이 글을 쓰는 사람도 버섯 공부 초기에 “선무당 사람 잡는다”고 독버섯을 채취하여 먹고 나 자신을 잡을 번 하였던 경험이 있어서 말씀드린다. 천만 다행하게도 흰갈대버섯(포자색이 연초록색인 갓버섯 종류) 유균 몇 송이를 채취하여 삶아 먹고(맛은 기막히게 좋아 영어로 표현하면 nutty taste였다!) 한 시간 이내에 심한 구토 끝에 30분에 걸쳐 다 토해내고 살아남았던 것이다. 만일 광대버섯류를 먹었다면.......생각만 해도 정신이 아찔하다. 버섯 공부는 해 보면 해 볼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고 그 버섯이 그 버섯 같기만 하다. 버섯 동정은 오랜 세월 인내와 노력과 깊은 관찰이 필수 요건이다.

ⓒ www.jadam.kr 2010-08-12 [ 최종수 ] 노란다발버섯 이 독버섯은 노란색을 가진 식용 뽕나무버섯과 혼동하기 쉽다. 돋는 시기 돋는 장소도 비슷하여 더욱 조심하여야 한다.

심리적 장애자의 경우: 드물지만 심리적 장애로 말미암아 자살하기 위하여 독버섯을 먹는 경우이다. 그러나 자살하려고 독버섯을 먹는다는 것은 가장 믿을 수 없고, 가장 더디며, 가장 비참한 방법이다. 몇 케이스가 있다고 하지만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고(즉 죽지 않고) 실망스러웠다는 것이다. 어쨌든 자살하려는 사람이 치명적인 독버섯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으며 또 구할 수 있단 말인가

ⓒ www.jadam.kr 2010-08-12 [ 최종수 ]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말똥버섯의 한 종류. Panaeolus foenisecii(Pers.) J.Schroet. 영어속명 Haymaker's 또는 Lawn Mower's Mushroom 공원이나 인가 근처 잔디 위에 많이 돋는다.

“야생 독버섯 먹은 버지니아 50대 한인 사망”(미주 중앙일보 2009년 10월 15일자), “야생버섯 먹고 사망...뉴욕 50대 한인여성...다른 한인 3명도..”(역시 미주 중앙일보 2008년 9월 5일자), 시애틀에서 한인 가족 5명이 나무 밑에 자란 독버섯을 식용인 줄 알고 먹었다가 식중독을 일으켰다“(미주 한국일보 2004년 9월 28일자), ”오리건 주-독버섯을 송이버섯으로 알고....한인 가족 5명이 나눠 먹고 2명은 간이식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증세를 보이고 있다“(미주 한국일보 2004년 9월 23일 자). 모두가 인터넷 한인신문의 기사들 가운데 일부인데 해마다 한인들은 물론 인도인, 태국인 등 이민자들의 버섯 중독 사고를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인터넷 한인 신문들이 싣고 있는 야생버섯에 관한 기사들은 물론 유익한 정보도 있지만 잘못 전달된 정보와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어서 믿을 것이 못 된다는 점이다. 야생버섯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제공과 교육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

ⓒ www.jadam.kr 2010-08-12 [ 최종수 ] 비듬마귀광대버섯 Amanita pantherina var. multisquamosa . 이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광대버섯류의 턱받이와 대주머니에 주목하시기 바란다.

참고문헌:

Denis R. Benjamin, Mushrooms: Poisons and Panaceas, 1995, pp.162-170, Chapter Ten, "Sociology of Mushroom Poisoning"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0.08.1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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