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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이 왜 눈물을 흘릴까?야생버섯의 신비(96)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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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w.jadam.kr 2011-01-24 [ 최종수 ]
눈물을 흘리는 잔나비버섯 Fomitopsis pinicola(Swartz) P. Karst.

모든 생명은 에너지에 의존하여 살아간다. 모든 다세포 생물체는 음식물을 잘게 부수어 소화함으로써 생명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 줄 당분을 만든다. 이 일이 바로 대사 작용이다. 그 대사 작용의 부산물이 이산화탄소와 물이다. 인간도 대기 가운데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가스 형태의 물을 다량 토해 낸다. 그래서 한 겨울 몹시 추운날 숨을 내쉬면 뿜어지는 수증기를 볼 수 있고, 그 입김이 찬 공기에 닿으면 방울방울 작은 물방울이 되고 곧 서리나 얼음으로 어는 것을 볼 수 있다. 힘든 일을 한다든지 운동을 함으로써 육체 활동을 증가시켜 대사 작용의 비율을 높여주면 여기에 따라 뿜어내는 물의 양도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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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눈물 흘리는 잔나비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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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눈물을 흘리는 잔나비버섯 유균

이러한 신진대사 작용의 부산물인 이산화탄소와 물은 여러 종류의 버섯의 대사 작용에서도 나타난다. 버섯을 관찰하다 보면 어떤 버섯의 표면에 여기 저기 물방울이 달려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보통 투명한 맑은 물방울이지만 어떤 것은 핏방울처럼 붉은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우유색이 나는 유액이다. 비가 많이 내렸다든가 습도가 높고 온도가 적당한 주변 환경의 조건이 좋을 때 버섯은 급속도로 성장하는데, 이 때 버섯의 대사 작용도 박차를 가하게 된다. 바로 이 시기에 어떤 버섯은 그 표면에 눈에 보이는 작은 물방울을 유출하게 된다. 이러한 작용을 식물 표면의 배수(排水) 또는 일액(溢液 guttation)이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배수 또는 일액 현상을 보여주는 버섯이 따로 있어서 그렇지 않은 다른 버섯과 구별하여 쉽게 동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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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혀버섯 Fistulina hepatica(Schaeff.)Fr. 영어속명Beefsteak Polypore 도 눈물을 흘린다.

이러한 일액 현상은 넓적한 갓을 가진 버섯은 물론 대가 있고 자실층이 바늘모양을 가진 버섯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된다. 그러나 주름을 가진 버섯이나 몇몇 비단그물버섯과 한 종류를 제외한 그물버섯류에서는 이러한 일액 현상을 볼 수 없다. 넓적한 갓을 가진 버섯들 가운데 예를 들면 잔나비버섯(Formitopsis pinicola)은 급성장기에 약한 산성물을 유출하는 것이 보통이다. 또 소혀버섯(Fistulina hepatica), 너도밤나무시루뻔버섯(Inonotus dryadeus), 구멍장이버섯(Poliporus squamosus), 아까시재목버섯(Fomitella fraxinea(Fr.) Imaz)에서도 일액현상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떡버섯(Ischnoderma resinosum)도 어릴 때 갓 가장자리 부근에서 약간 누른 빛의 수액을 유출한다. 유혈꽃구름버섯(Stereum sanguinolentum)도 주변 조건만 좋으면 다량의 투명한 수액을 유출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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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비단그물버섯 Suillus granulatus(L.)Snel 우유같은 유액을 분비함으로 한국어 이름이 젖비단그물버섯이다.

비단그물버섯류(Suillus spp.) 가운데 젖비단그물버섯(Suillus granulatus)은 유균일 때 우유색을 띤 작은 물방울을 유출한다. 그리고 Suillus intermedius(=S. acidus)라는 비단그물버섯도 어릴 때 맑은 물방울을 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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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밤나무시루뻔버섯 Inonotus dryadeus(Pers.) Murrill. 산 참나무 밑동 언저리에 많이 돋는데 크기가 상당히 크게 자란다.

대가 있고 자실층이 바늘 모양을 가진 버섯들 가운데, 주로 소나무 밑에서 돋는 갈색깔대기버섯류 가운데 Hydnellum peckii라는 버섯은 붉은 액을 유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버섯이 유출하는 붉은 액은 빨간색 천연 염료로 사용한다. 같은 갈색깔대기버섯류 가운데 Hydnellum multiceps라는 버섯과 Hydnellum scrobiculatum, 그리고 한국의 향기갈색깔대기버섯(Hydnellum ferrugineum)도 붉은 액을 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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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향기갈색깔대기버섯과 비슷한 Hydnellum scrobiculatum(Fr.) P. Karst라는 버섯은 붉은 액을 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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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유액을 분비하는 갈색깔대기버섯류

눈물을 흘리는 버섯들은 대체로 투명하고 맑은 물을 유출하는데 실제 물보다 좀 더 점성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다른 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버섯의 일액현상에 대하여 아직 면밀하고 깊이 있게 연구한 것이 없다고 한다. 일액현상이 일어나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아직 구체적인 것은 밝혀진 것이 거의 없고, 다만 이러한 일액현상이 버섯의 급성장기에 생긴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일액현상을 보여주는 버섯들은 모두 한 참 성장기에 있는 유균이라는것을 사진에서 볼 수 있다. 앞으로 이러한 버섯의 일액현상에 대하여 좀 더 세밀한 연구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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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장이버섯 Polyprorus squamosus(Huds.)Fr. 이 버섯도 하얀 액을 유출한다.

ⓒ www.jadam.kr 2011-01-24 [ 최종수 ]
아까시재목버섯 Fomitella fraxinea(Fr.) Imaz도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급속하게 성장하는 시기에 활발한 대사의 부산물로 흘리는 눈물, 왕성한 생명력의 상징으로 눈물을 흘리는 버섯들......파헤쳐지는 강과 산에서는 그 눈물을 보지 못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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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버섯 Ischinoderma resinosum(Schrad.) P. Karst 학명 resinosum 자체가 수액이 많다는 뜻으로 어린 버섯에서 노란 수액을 분비한다고 하는데 이 사진은 좀 자란 것이라 눈물을 볼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 www.jadam.kr 2011-01-29 [ 최종수 ]
떡버섯의 눈물을 여기 저기서 볼 수 있다.

이 글을 올린 뒤 우연히 그물버섯류 가운데 한국 미기록종인 진홍(선혈)색을 가진 그물버섯 즉 Boletus frostii J.L. Russell 역시 유균일 때 관공부분에서 노란 색을 가진 수액 방울을 유출한 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버섯 사진들을 조사해 보니 역시 어린 버섯의 일액현상이 촬영된 것을 찾아 내게 되어 여기 그 두 장을 추가로 올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