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ww.jadam.kr 2011-04-04 [ 최종수 ] 안데스 산맥 한 복판에 자리잡은 아야꾸초(Ayacucho) 시내 플라자.

ⓒ www.jadam.kr 2011-04-04 [ 최종수 ] 신비한 그림과 선이 있는 나스카로 가는 판아메리칸하이웨이의 사막길

지난 3월 한 달 동안 페루에 선교여행을 다녀왔다. 페루에서 버섯을 찾는다는 것은 마치 산에 가서 물고기를 찾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안데스 산맥 서쪽 태평양 연안 지역은 몇 줄기 강가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 완전 사막지대이기 때문이다. 일 년 내내 비 한 방울 내리지 않고 작열하는 태양 아래 모래 바람이 거세게 일어 해안에 가까운 산들은 모두 모래에 덮여 모래산이 되어버렸거나 심지어 안데스 산맥 초입에 있는 산들까지도 모래가 덮고 있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버섯은 돋지 않는다. 특히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신비하고 거대한 선들과 그림들이 그려 있는 나스카까지 500여 Km를 달리는 판아메리칸 하이웨이 양 옆이 온통 사막이거나 풀 한포기 없는 돌산뿐이다. 간간 안데스 산맥에서 서쪽 태평양으로 흘러드는 강 주변에 강물을 끌어들여 농사를 짓는 관계로 그나마 푸른 수목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정말 사람도 살아남기 어려운 사막 환경이다.

ⓒ www.jadam.kr 2011-04-04 [ 최종수 ] 팔파 Palpa 외곽 외계인 그림

ⓒ www.jadam.kr 2011-04-04 [ 최종수 ] 나스카의 그림과 활주로

이러한 열악한 환경 가운데 그래도 이 사람의 눈에는 버섯이 눈에 띄어 버섯을 5번 만났다. 아래에 소개하는 것은 바로 그 버섯들이다. 종류는 몇 개 되지 않지만 버섯을 만날 때마다 얼마나 반갑든지! 이 사람은 선교여행이 목적이어서 우선 신학교 후배 선교사가 개척한 페루인 13 교회와 교회에 소속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또는 신학교를 순방하였다. 23일 머무는 동안 주일 설교 네 번 및 현지 페루인 목회자 연장교육 프로그램으로 2일간 세 과목을 8시간에 걸쳐 특강하였다. 3월 끝 주일에는 현지 페루 교인 5명에게 세례를 베풀게 되었는데, 페루 사람들은 침례를 선호하여 이 사람은 처음으로 강에서 침례를 행하였다. 마침 선교센터 가까이 피스코 강(Rio Pisco)이 흘러가고 있어서 모든 교인들이 강가에 모여 호명과 함께 침례가 이루어 질 때마다 박수 환호하면서 축하해 주었다. 세례를 베풀던 강가에 소와 말을 기르는 곳에서 말똥 위에 돋은 말똥버섯을 만날 수 있었다.

ⓒ www.jadam.kr 2011-04-04 [ 최종수 ] 비단그물버섯(Suillus luteus) 안데스 산맥 넘어 숭어 양식장 주변에서 수 십 송이를 발견하였는데 역시 주변에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었다. 이 버섯은 소나무와 공생관계를 이루는 버섯이다.

ⓒ www.jadam.kr 2011-04-04 [ 최종수 ] 역시 숭어 양식장 주변 소와 말의 분뇨가 널려 있는 풀밭 위에 돋은 말똥버섯이다. 먹으면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독버섯이다.

3월 7일 낮 비행기로 미국을 떠나 12시간 만에 페루 리마에 도착, 현지 선교사의 차로 남쪽으로 달리기 4시간, 새벽 3시 반에 이르러 숙소가 있는 피스코(Pisco)에 도착하였다. 피스코는 2007년 8월 15일 지진으로 많은 건물이 무너지고 인명피해가 많았던 곳이다. 몇 시간 쉬지도 못한 채 다시 차에 올라 아야꾸초(Ayacucho)를 향해 떠나는데, 안데스 산맥을 넘어 간다고 한다. 가장 높은 곳이 4746m이니 백두산 보다 2 천 미터가 더 높은 곳이라 고산병에 시달리며 제 정신이 아니다. 높은 산 세 개를 넘어서서야 나무도 있고 풀도 있는 아름다운 골짜기가 나온다. 그 곳에 숭어 양식장이 있어 잠시 쉬게 되었는데 그 곳에서 뜻밖에도 비단그물버섯과 말똥버섯 두 종류를 만나게 되었다.

ⓒ www.jadam.kr 2011-04-04 [ 최종수 ] 안데스 산맥을 넘어 가는 도로 옆 해발 4746m 표지판. 정신이 어질어질하고 머리가 아팠으며 가슴이 답답하였다.

ⓒ www.jadam.kr 2011-04-04 [ 최종수 ] "페루의 금강산"이라고 이름 붙인 안데스 산맥 넘어 아름다운 골짜기의 모습

아야꾸초는 안데스 산맥 한 가운데 있는 옛날 도시인데 해발 3천 미터에 자리를 잡은 관계로 날씨가 추웠다. 역시 고도가 높아 밤새 두통에 시달렸다. 그 곳에 교회와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세워졌는데, 초등학교의 이름을 이 부족한 사람의 이름을 붙인 관계로 그 개교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하여 특히 이번 페루 여행에 나선 것이다.몇 곳 다녀 본 도시 가운데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라 그런지 가장 자리가 잘 잡혀 있고 건물들도 아름다웠다. 이 아야꾸초 근방에 남미 여러 나라 연합군이 마지막으로 스페인 군대를 격파하고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게 된 격전지가 있어 구 경하였다.

ⓒ www.jadam.kr 2011-04-04 [ 최종수 ] 말똥버섯 Panaeolus papilionaceus var. papilionaceus= P. retirugis. 이 버섯은 피스코 강가 소와 말을 먹이는 풀밭 말똥 위에 돋았다. 역시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독버섯으로 그 갓이 거북의 등처럼 갈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 www.jadam.kr 2011-04-04 [ 최종수 ] 역시 말똥버섯

아야꾸초 초등학교 개교기념식을 마치고 다시 안데스 산맥을 넘어 피스코로 돌아갈 때 고산병 증세가 걱정되었다. 다행하게도 이미 올라 온 고산지대를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하여 정말 큰 고생 없이 안데스 산을 내려와 해안 도시 피스코로 돌아오게 되었다. 선교센터가 피스코 강가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그늘에만 있으면 강바람이 시원하고 공기도 맑고 좋았다. 한 주에 두 번씩 과수에 물을 끌어다 주어야 하는 관계로 자주 가게 되었는데 그 주변에서 구멍장이버섯류 두 종류를 발견하였다.

ⓒ www.jadam.kr 2011-04-04 [ 최종수 ] Cipres(Cypress 삼나무) 그루터기에 돋은 구멍장이버섯류

ⓒ www.jadam.kr 2011-04-04 [ 최종수 ] 반 고흐가 자주 그렸던 삼나무(스페인어로 Cipres, 영어로 Cypress)

페루 사람들은 대부분 안데스 산맥 서쪽 태평양 연안에 모여 사는데, 안데스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강가에만 강물을 끌어와 농사를 짓는다. 목화를 가장 많이 심었고, 다음으로 옥수수나 과수를 심은 곳도 있고 채소는 토마토나 감자를 심었다. 특히 옥수수가 한국의 찰옥수수처럼 달고 쫀득쫀득한 것이 맛이 좋았는데 그 알이 희고 큰 것이 특징이다. 특히 감자는 사막지대를 벗어난 안데스 산기슭을 일구어 많이 심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시골은 물론 도시에서조차 어느 가정에서나 닭이나 돼지 등 가축을 한 두 마리씩 기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안데스 산을 넘어가고 오는 동안에 길을 가로막는 가축 떼는 전형적인 남미의 모습 그대로였다. 안데스 산을 넘어 갈 때 길을 가로 막는 가축 무리를 만나게 되었는데 말, 소, 염소, 양, 당나귀, 돼지 등 모든 종류의 가축들이 함께 섞여 있는 풍경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차를 멈추고 가축의 무리가 다 지나가도록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 www.jadam.kr 2011-04-04 [ 최종수 ] 파카이(Pakai)라는 콩과 식물 밑동에 돋은 구멍장이버섯류

ⓒ www.jadam.kr 2011-04-04 [ 최종수 ] 파카이나무에 열린 커다란 콩 같은 열매가 달려 있는데 껍질을 까고 까만 씨를 둘러싸고 있는 흰 씨껍질을 먹는데 달콤한 맛이 난다. 이 열매를 먹으면 장 청소 즉 숙변 제거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작열하는 사막성 태양 아래서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긴팔 옷을 입은 채 순전히 손노동으로 목화를 따고 옥수수와 감자를 수확하며, 적은 임금으로 힘들게 일하는 페루사람들을 보면서 헨리 나우웬 신부의 말씀을 생각한다. “그 곳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지낼 때, 그들은 나에게 풍요한 사회에서 깨닫지 못하던 기독교 영성의 참 보물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궁핍하였지만 나에게 감사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었고, 실직과 영양실조,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었지만 나에게 기쁨을 가르쳐 주었다. 억압 속에서 착취당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나에게 공동체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었다.” 선교란 선교지의 좋은 것을 보존하고, 그들의 잠재력을 일깨워 발전시키는 데 함께 하고자 그저 힘을 보태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선교 현장에 가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무엇인가 “준다는 교만(?)”보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는 겸손”이다. 비록 저들은 문명의 혜택이 부족하고 궁핍하지만, 저들의 어진 모습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보고, 저들의 기도소리에서 하나님의 소리를 들으며, 저들의 모임에서 하나님의 현존(現存)을 체험하고 배우는 일이 먼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았다. @

ⓒ www.jadam.kr 2011-04-04 [ 최종수 ] 이까 Ica주 수도 이까라는 도시 외곽에 모래 산 한 가운데 오아시스 Huacachina가 있다. 페루에서 보기 드문 물놀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1.04.04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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