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ww.jadam.kr 2011-07-08 [ 최종수 ] 털작은입술잔버섯

1. 털작은입술잔버섯 Microstoma floccosa(Schwein.) Raitv. 영어속명 Shaggy Scarlet C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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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실체는 붉은색을 가진 술잔 모양으로 술잔의 크기는 너비 0.5-0.8cm, 높이는 약 1cm 정도. 술잔 겉에 하얀 털이 무수히 돋아 있고 술잔 안쪽은 붉은색이다. 대는 3-5cm높이의 역시 가는 흰털로 덮여있다. 늦봄에서 여름에 걸쳐 활엽수림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 위에 속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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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많이 온 다음 날 2009년 6월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Ca mp David]이 있는 매리랜드 캐톡틴 산(Catoctin Mt.)에서 붉은술잔버섯(Sarcocypha occidentalis, 영어속명 Stalked Scarlet Cup)과 함께 많이 돋은 것을 발견하였다. 미국 동남부에 흔하게 돋는다고 한다. 너무 귀엽고 예뻐서 이 버섯을 처음 발견하고 얼마나 뛸 듯이 좋아했는지! 해마다 같은 곳에서 6월 중 하순 경에 많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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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버섯 이름은 때때로 너무 귀엽고 예쁘다. 마치 빨간 입술연지를 바른 것 같아 연지버섯, 깨끗하고 고귀한 순결을 지키려고 눈이 부시도록 흰옷을 곱게 차려 입은 듯 각시버섯, 마치 고깔을 쓴 것 같은 모양이라 고깔꽃버섯, 그리고 밤에 요정들이 원무를 춤추듯 선녀낙엽버섯......그 가운데 하나가 털작은입술잔버섯이다. 이 예쁘고 귀여운 술잔에 담은 한 방울의 술은 새벽이슬처럼 내 입술을 적시자, 아~~환히 밝아 오는 내 마음, 어떤 깨달음이라도 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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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작은입술잔버섯은 결코 요염하지 않다. 독기 품은 아름다움도 아니다. 그럼에도 가슴을 휘여 잡는 ‘아름다운 유혹이요 진솔한 상사의 순수한 꽃’(정채봉의 시 “버섯”에서 간접 인용)이다. 한마디로 귀엽고 예쁘다. 가만히 바라보노라면 보드라운 순수를 경험한다. 순진무구(純眞無垢)가 무엇인지도 보게 된다. 벌 나비를 부르는 것도 아니고 누구하나 보아 주는 이가 없어도 어쩌면 저렇게 귀엽고 예쁜 사랑을 가득 담고 피어나 나를 반기며 맞아줄까, 그 축축 하고 눅눅한 땅바닥에 떨어진 나무 가지에서 피어났어도, 불평이나 원망 한마디 없이 평화로운 얼굴로 반겨 맞아 주는 버섯. 재재 작년에 이 예쁜 버섯을 처음 만났지만 작년에도 금년에도 다시 만나고 싶어 같은 곳을 다섯 번이나 찾아 간다. 마치 첫사랑 작은 입술을 그리워하듯 산 개울 옆 후미진 곳을 밝히며 웃음으로 맞아주는 털작은입술잔버섯을 만나러 해마다 6월이면 거듭 그곳을 찾아간다.

2. 주홍술잔버섯(임시이름) Sarcoscypha austriaca(O. Beck ex Sacc.) Boud. 영어속명 Scarlet Cup

ⓒ www.jadam.kr 2011-07-08 [ 최종수 ] 주홍술잔버섯(임시이름, 한국미기록종?)

이른 봄에 제일 먼저 돋는 버섯들 가운데 하나가 이 주홍술잔버섯(임시이름)이다. 2-5cm 크기의 술잔처럼 생긴 버섯인데 자실체 술잔 안쪽은 주홍색으로 아주 밝고 빨간 예쁜 버섯이다. 술잔 바깥쪽은 흰색에서 약간 분홍색을 띠기도 한다. 대가 길지 않아 때때로 낙엽 속에 묻혀 있어서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며 술잔 바깥의 색깔과 같은 색이다. 살(조직)은 얇지만 쉽게 부서지지는 않는다. 냄새와 맛은 별로 특이한 것이 없고 또한 독성도 없다. 습기가 많고 질퍽한 혼합림 땅위에 떨어진 나뭇가지에서 돋는 부생균이며 대체로 낙엽에 묻혀있기 때문에 발견하기 쉽지 않다. 앉은부채의 일종인 스컹크 케비지(Skunk Cabbage)가 많이 돋는 주변에서 발견하였다.

ⓒ www.jadam.kr 2011-07-08 [ 최종수 ] 앉은부채 옆에 돋았다.

학명 austriaca란 “오스트리아로부터 온 것”이라는 뜻으로 이 버섯이 오스트리아에 광범위하게 많이 돋는다고 한다. 이 주홍술잔버섯과 아주 흡사하나 그 크기가 주홍술잔버섯보다 좀 더 작은 한국의 술잔버섯(S. coccinea)은 미 서북부 태평양 연안 지방에서는 발견되지만 미 동부지역에는 없다고 한다. 주홍술잔버섯은 곰보버섯을 찾아 갔다가 2009년 4월 18일에 처음 발견하였는데 더 일찍 돋았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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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술잔에다가 입김을 훅하고 불어 넣으면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마치 저 먼 주막집 굴뚝 연기처럼, 아니면 깊은 산 새벽안개처럼 연기가 피어오른다. 입김에 포함되어 있는 습기가 술잔 안의 포자를 밖으로 내뿜게 하는 것이다. 빨간 술잔버섯들은 신선의 술잔인가 보다. 그 잔에 담긴 술은 또 얼마나 고울까 술을 마시려면 이런 잔으로 마셔야 한다. 붉은 사랑이 불꽃처럼 빨갛게 타오를 것이다.

3. 붉은술잔버섯 Sarcoscypha occidentalis(Schwein.)Cooke

ⓒ www.jadam.kr 2011-07-08 [ 최종수 ] 붉은술잔버섯

앞에서 본 주홍술잔버섯과 흡사하게 생겼으나 긴대를 가진 붉은술잔버섯 (Sarcoscypha occidentalis)은 대가 길어 영어속명으로 Stalked Scarlet Cup이라고 부른다. 비교적 긴대 위에 있는 자실체는 오목한 접시처럼 생겼고 자실체 안쪽은 주홍색이고 바깥쪽은 흰색과 분홍색을 띄고 있다.

대가 긴 것은 1-3cm나 되며 아래 위 굵기가 같고 희거나 분홍색을 가지고 있다. 마치 잔 높이가 낮고 손잡이 대가 긴 칵테일 잔 모습과 같다. 살은 질기고 단단한 편으로 부서지지 않고 냄새나 맛도 별 특이한 것이 없다. 봄에서 여름에 걸쳐 습한 활엽수림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 위에 단생 또는 무리지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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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본 주홍술잔버섯 보다 그 크기가 작고 덜 오목하며 돋는 시기도 주홍술잔보다 좀 늦게 돋는다. 주홍술잔버섯은 2009년 4월 18일에 처음 발견하였는데 붉은술잔버섯은 두 달 뒤 6월 18일에 처음 발견하였다. 역시 미국 대통령 별장(Camp David)이 있는 매리랜드 캐톡틴 산(Catoctin Mountain) 국립공원에서 발견하였다. 먼저 실은 주홍술잔도 같은 공원에서 발견한 것인데 주로 활엽수로 이루어진 숲속 나무 밑 낙엽이 쌓여있는 사이사이 떨어진 나무 가지 위에 여기 저기 상당히 많이 돋아나고 있었다.

ⓒ www.jadam.kr 2011-07-08 [ 최종수 ] 이 붉은술잔버섯의 긴 대를 볼 수 있다.

요렇게 예쁜 빨간 술잔에는 차마 실의에 빠져 혼자 기울이는 술이야 따를 수 없을 것이다. 혹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한 방울 정도 따라 마시면 영혼이 맑아지지 않을까 아무래도 숲 속 땅위에 작고 붉은 술잔이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은 신선들이 솔잎에 맺힌 아침이슬 한 방울 스치는 솔바람에 똑 떨어지면 받아 마시려는 것이 분명하다. 그 이슬 한 방울 붉은 술잔에 떨어지자 하늘에서 붉은 아침햇살도 함께 내려 담긴다.

ⓒ www.jadam.kr 2011-07-08 [ 최종수 ] 낙엽을 치우려고 들추자 이끼도룔뇽이 놀라 달아나려고 버섯 위에 걸쳐 있다.

이 붉은술잔버섯은 주로 6월 중에 돋는다. 내 조국 6월이면 여기저기 뻐꾸기 울음이 울려 퍼질 것이다. 붉은 술잔에 이슬이라도 받아 놓고 뻐꾸기 울음을 권주가로 들으면 하얀 찔레꽃들이 춤추지 않을까 6월의 붉은술잔버섯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 끝에 왜 조국 산하를 그리워하는지 나이 들어 갈수록 고향 생각은 떨쳐 버릴 수 없는 열병이다. @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1.07.0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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