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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로 말하면 식용으로도 그 맛이 좋고 약용으로도 그 효험이 좋은 으뜸가는 버섯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일표고, 이능이, 삼송이"(이 순서를 바꾸어 말하는 이도 있다)라는 말이다. 표고버섯은 우리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물론 미국에서도 재배하여 시중에서 양송이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버섯이다. 그런데 우리 옛날 말에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모든 좋은 것에 좋지 않은 것이 섞여 있게 마련이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표고버섯이 피부염을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표고버섯 피부염이 처음으로 세계에 보고된 것은 1977년 일본에서였다. 일본에서는 800여 년 전부터 일반 가정에서 표고를 재배하여 식용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표고를 특히 좋아하는 일본인들에게서 피부염이 처음 보고가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 표고 피부염은 표고버섯(Lentinus edodes)이 포함하고 있는 어느 한 단백질, 또는 다당체에 대한 염증 반응을 말한다. 어쩌면 표고버섯에 포함되어 있는 항암성 높고 면역력을 높여주어 우리 건강에 여러 유익한 효험이 있다고 하는 렌티난(Lentinan)이라는 화학물질에 대한 염증 반응이다. 그런데 이 표고버섯의 성분이 왜, 어떻게 피부염을 일으키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고 한다. 더욱이 이 염증 반응은 어떤 물질에 대한 전형적인 알레르기 반응도 아니어서 더욱 수수께끼라는 것이다. 즉 표고버섯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염증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극물에 대한 중독 반응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 증상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손등에서부터 목, 팔, 가슴, 배, 다리에 이르기까지 퍼지는 붉은 선상(線狀)의 마치 채찍으로 맞았을 때 생기는 자국처럼 생기는 줄무늬 모양의 염증(발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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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지는 않지만 이미 한국을 비롯하여 표고를 많이 먹는 아시아 지역은 물론 유럽의 독일과 러시아 및 미국에서도 표고 피부염이 보고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1998년에 처음으로 다섯 명의 표고버섯 피부염 환자에 대한 임상 사례가 학계에 보고되었다(대한 피부과 학회지 36권 3호, 1998.1). 미국에서는 2011년 2월 18일자 뉴욕 타임스 매거진에 오리건 주 포트랜드에서 표고버섯 피부염으로 진단 받은 56세의 한 여성에 대한 기사가 실림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물론 매우 드문 피부염 증상이기 때문에 크게 두려워할 것은 아니지만 표고버섯이 이러한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표고버섯의 렌티난 성분은 열에 의하여 파괴된다고 한다. 그래서 렌티난 성분에 접촉한 500명 당 한 명 꼴로 염증을 일으킨다는 보고도 있다. 그런데도 그 원인과 표고버섯 피부염증 반응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설명이 되어 있지 않아 문제의 범위가 더 클 수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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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표고버섯을 생으로 먹었을 때나 덜 익힌 것을 먹었을 때 생기는 염증으로 알았으나 곧 잘 익힌 것이나 구워 먹었을 때에도 염증 반응이 나타난다는 것이 밝혀졌다. 서울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에서 1997년부터 2001년 까지 58명의 표고버섯 피부염 환자에 대한 임상 검사 및 병리조직학적 관찰에 따르면 일본에서 보고된 것과 달리 충분히 잘 익힌 표고버섯을 먹고도 3일 이내에 심한 소양감과 더불어 염증이 생긴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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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여러 종류의 야생버섯이 피부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표고버섯을 포함하여 다른 버섯을 재배하는 농장에서 일하는 일꾼들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접촉성 피부염은 직업상 위험에 속하는 일이다. 표고버섯 말고도 이러한 피부에 문제를 일으키는 버섯들은 비단그물버섯 류(Suillus spp.), 주름버섯 류(Agaricus spp.), 그물버섯 류(Boletus spp.), 젖버섯 류(Lactarius spp.), 우단버섯 류(Paxillus spp.), 싸리버섯 류(Ramaria spp.) 등이다. 특히 주름우단버섯(Paxillus involutus)과 특히 비단그물버섯 류 가운데 끈적비단그물버섯(Suillus americanus), 젖비단그물버섯(Suillus granulatus), 큰비단그물버섯(Suillus grevillei), 비단그물버섯(Suillus luteus)은 잘 못 다루면 피부에 알레르기 피부병을 일으킨다. 이 비단그물버섯 류에 접촉 2, 3일 뒤 피부에 붉은 반점이 생기고 붓고 소양감이 약 일주일 간 계속되다가 별반 치료 없이도 차차 사라진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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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긴 신비의 명약으로 알려진 영지(Ganoderma lucidum) 한 종류에만 적어도 400여종의 서로 다른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렇게 많은 화학물질 가운데 독성이 있거나 어떤 사람들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이 없다고 믿는다면 그 사람은 매우 순진한 사람일 것이다. 우리가 늘 사용하는 약품에 치료 성분 말고도 여러 부작용을 일으키는 성분 또한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일반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또 몸에 좋다고 하면 거의 무조건 우리가 비싼 값을 주고도 사서 먹는 건강보조식품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비타민 A를 두고 말할 것 같으면 과도하게 복용하였을 경우 어떤 사람들에게는 뇌를 붓게 만드는 위험한 독극물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보면 우리는 자연이 주는 혜택과 자연계에 대한 무조건 호의적인 신화적 통념을 가지고 있어서 영양보조제와 대체의학적인 산업의 육성을 불러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좋은 일에 반드시 그 반대의 것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고, 만일 그러한 사실을 잊고 산다면 아마 어쩌면 그것이 피부에 문제를 일으키는 버섯들보다 더 큰 문제일지도 모른다. @
참고자료:
Denis R. Benjamin, "Shiitake dermatitis: Symptom of a broader problem," Mushroom: The Journal of Wild Mushrooming, Issue 106, Vol.28, No. 2-3,Spring-Summer,2010, pp. 40-41.
Denis R. Benjamin, Mushrooms: Poisons and Panaceas, 1995, pp.118-120.
인터넷 검색 "Mushroom Rash" in Free Health Tips and Articles. Tag: "Dangers of Shiitake Dermatitis." 여기서 표고버섯 피부염 증상을 보여주는 사진을 빌려 왔다.
Johann N. Bruha & Milton D. Soderberg, "Allergic contact dermatitis caused by mushrooms," Mycopathologia, Vol.115, No. 3, 1991, pp. 191-195.
Lisa SAnders, M.D., "A Red Scare," The New York Times Magazine, 2011년 2월 18일자.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1.08.0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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