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ww.jadam.kr 2012-04-03 [ 최종수 ] 만가닥느타리 Hypsizygus tessulatus(Bulliard:Fr.) Sing. 단일종 채취 때 반은 남겨둔다.

야생버섯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늘어감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식용 또는 약용을 목적으로 야생버섯 채취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야생버섯 과다 채취와 함께 야생버섯 발생 감소와 심지어 야생버섯 멸종 위기에 대한 염려도 대두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 글을 쓰는 사람은 전에 “야생버섯 보존과 채취윤리 정립을 위하여”(야생버섯의 신비 66)라는 글과 “야생버섯 과다채취와 그 지속가능성 문제”(야생버섯의 신비 84)라는 글을 쓴 바 있다. 그리고 “야생버섯 증식을 돕기 위하여”(야생버섯의 신비 97) 라는 글도 써서 야생버섯 보존과 증식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려 하였다.

아직까지 그 정확한 과학적 증거 자료가 많이 부족하지만, 유럽 스위스와 미국 서부 오리건 주에서 야생버섯 채취가 버섯의 발생빈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연구한 결과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다행한 것은 야생버섯 채취가 버섯 발생감소를 가져오지 아니하며, 채취할 때 손으로 버섯을 뽑아도 버섯 발생빈도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버섯 채취가 버섯발생을 자극하여 발생빈도를 높여주며, 채취할 때 칼로 베어 채취하는 것이 버섯 발생빈도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하였다. 마치 정원에서 먼저 핀 옛 화초들을 제거해 주는 것이 새로운 화초 발생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이미 돋은 버섯들을 제거해 주는 것이 새 버섯 발생에 자극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버섯을 채취할 때 칼로 베면 칼을 댄 부분으로 박테리아나 좋지 않은 병균이 침입하여 새 버섯 발생에 해가 된다고 한다. 이 점은 버섯을 재배하시는 분들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왜냐하면 표고를 채취할 때 보면 칼로 베지 않고 손으로 따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www.jadam.kr 2012-04-03 [ 최종수 ] 뽕나무버섯 유균 Armillaria mellea(Vahl.:Fr.) P. Kummer. 갓이 피기 전에는 포자가 방출되지 않기 때문에 채취 때 좀 남겨둔다.

그래서 결국 버섯에 미치는 가장 위험한 영향은 역시 버섯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파괴라는 점을 다시금 상기하여야 할 것 같다. 특히 발전과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많은 숲과 들판이 파헤쳐지고 아예 산을 송두리째 깎아냄으로써 야생버섯은 물론 다른 식물과 야생동물들마저 그 서식지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잦은 발길로 버섯이 돋은 지역을 짓밟는 것이 가장 버섯 발생빈도에 해가 되기 때문에 조심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따라 영국에서는 이른 바 멸종위기에 있는 버섯 목록(Red Data Lists)이 생기게 되었고 2007년도에는 그 목록이 책(The Red Data List of Threatened British Fungi)으로 출판되기도 하였다. 또 이 멸종위기에 놓인 야생버섯들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으로 아마추어 야생버섯애호가들의 힘을 빌려 그 서식지를 조사하기도 하였다.

ⓒ www.jadam.kr 2012-04-03 [ 최종수 ] 붉은비단그물버섯 Suillus pictus(Peck.) Sm.& Thiers. 역시 갓이 피기 전 유균이다.

어쨌든 버섯은 우리가 사는 이 지구 자체의 지속가능성과 건강을 위하여 필수적인 것이며 모든 식물의 건강을 위해서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이다. 그래서 야생버섯을 채취할 때 책임 있는 행동수칙을 지켜야 할 것으로 보아 아래 “야생버섯 채취자의 행동수칙 10계”를 만들어 보았다. 혹시 수정 보완할 사항이 있다면 댓글에 달아주시면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www.jadam.kr 2012-04-03 [ 최종수 ] 독우산광대버섯 Amanita virosa(Fr.)Bertillon. 대 밑동에 있는 대주머니를 확인하기 위해 대 주변 흙을 헤쳐 보았다. 헤친 흙은 다시 덮어주어야 한다.

야생버섯 채취자의 행동수칙 10계

1. 전체 자연 환경을 존중 보호할 것.

2. 야생동물이나 곤충도 버섯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가 사용할 만큼만 채취하고 남겨둘 것.

3. 야생버섯이 생장하는 환경을 마구 짓밟아 훼손하지 말 것.

4. 다 피지 않은 버섯은 아직 포자를 방출하기 전이니 싹쓸이 하지 말 것.

5. 버섯을 동정하기 위하여 걷어낸 목질 부스러기들은 다시 덮어 줄 것.

6. 버섯도감을 잘 활용하여 불필요한 버섯 채취를 삼가할 것.

7. 단일 종 버섯 채취시 반은 남겨 둘 것.

8. 버섯이 돋는 산이나 땅 임자의 허락을 받고 채취할 것.

9. 야생버섯 채취 금지구역이나 제한구역에서 채취하지 말 것.

10. 다른 사람들에게도 야생버섯 채취자의 행동수칙을 홍보 교육할 것.

ⓒ www.jadam.kr 2012-04-03 [ 최종수 ] 노루궁뎅이 Hericium erinaceus(Bull.)Pers. 사슴이나 노루도 노루궁뎅이가 필요하다. 마침 노루나 사슴이 서서 먹을 수 있는 높이에 돋아 반은 먹어 버렸다.

아프리카 케냐의 격언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지구를 돌보라. 지구는 당신의 자녀들이 당신에게 빌려준 것이니라.”("Care for the earth. It was loaned to you by your children.") 지구가 살아야 우리가 살고 우리 후손이 산다. 야생버섯 보호는 결국 땅(지구)을 건강하게하고 그 땅에서 자라는 식물을 건강하게 살리는 일이다. 모두가 사는 길에서 우리 모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임을 한시도 잊기 어렵다. @

참고문헌:

Britt A. Bunyard, "Agaricidal Tendencies: Setting the Debate over Cutting vs. Picking, and the Sustainability of Wild Mushroom Collecting," in Fungi, Vol. 5, No. 1: Spring 2012, pp. 36f.

Patrick Harding, Mushroom Miscellany, Harper-Collins, 2008, pp. 93-96, "Of Ballerinas and Ancient Oaks." And p. 97, "A Code of Conduct for Mushroom Hunters."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2.04.03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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