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ww.jadam.kr 2012-10-06

"폐암은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9/11 테러공격에 의해 발생한 독성 먼지가 유방암이나 소아암을 일으킨다는 건 좀 심한 거 아냐?" 지난주 9/11테러 11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미국 정부가 "붕괴된 세계무역센터(WTC)의 분진에 노출된 소방관과 뉴요커들 중 50가지 암(癌)에 걸린 사람들에게 의료혜택을 제공하겠다"는 보상안을 발표하자, 그 과학적 타당성 여부를 둘러싸고 미국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일부 역학자(epidemiologist)들은 미국 정부의 결정을 비판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충분한 과학적 근거에 의거한 결정이라고 맞받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WTC의 쌍둥이 빌딩은 붕괴되면서 엄청난 연기, 미립자, 먼지를 발생시켰는데, 여기에는 석면, 금속 등의 유해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붕괴 현장에 있었던 생존자들과 소방관, 자원봉사자들 중 상당수가 호흡기 질환에 걸렸는데, 이는 과학자들에 의해 분진과 연관된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2010년 미 의회는 재드로거 법(Zadroga Act)을 통과시켜 43억 달러에 달하는 「WTC 보건 프로그램」을 창설하고, 9/11 테러 당시 현장에 있었던 구조대원과 로어 맨해튼(lower Manhattan) 주민들 중 의료보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특정 질병에 걸릴 경우 치료와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재드로거 법은 미 국립 직업안전·보건연구소(NIOSH: National Institute for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로 하여금 9/11과 암 간의 관련성을 조사하도록 위임했다. 그러나 2011년 7월, 존 하워드 NIOSH 소장은 연구진의 보고서를 검토한 끝에, "분진 노출과 암 발생 사이에는 오랜 시간차(lag time)가 존재하므로, 암과 9/11 간의 관련성을 지지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발표했다. 그 후 2011년 9월, 영국의 유력 의학잡지 랜싯(The Lancet)에는 9/11과 암 간의 관련성을 지지하는 첫 번째 역학연구 결과가 실렸다(http://www.thelancet.com/themed-911). 이 연구는 NIOSH의 후원을 받아 실시되었는데, "9/11 현장에 있었던 소방관들은 그렇지 않은 소방관들에 비해 암 발병률이 32%나 높다"는 1차 결론을 내렸지만, "9/11 현장에 있었던 소방관들은 다른 소방관들보다 철저한 암 검진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여, 최종 결론에서는 32%라는 수치를 19%로 하향조정하였다. 그러자 뉴욕주 의회는 재드로거 법에 의거하여, NIOSH에게 "과학위원회를 구성하여 180일 이내에 동(同) 논문의 내용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3월 NIOSH의 과학위원회는 "빌딩의 붕괴로 인한 분진과 화재로 인한 고열에 노출된 사람은 몇 가지 암의 발병 위험이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믿어진다"고 보고했다. 재드로거 법의 옹호자들과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로 이루어진 과학위원회가 제시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구조대원들과 생존자들은 기지(旣知)의 발암물질에 노출되었으며, 그들 중 상당수가 폐와 소화기의 염증을 경험했는데, 이 염증들은 선행연구에서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동 위원회는 이상의 보고내용을 근거로 하여, "희귀한 소아암을 비롯하여 58개의 암을 「WTC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 목록」에 등재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예컨대 동 위원회는 유방암을 이 질병목록에 포함시켰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여성 소방관들의 경우 ① 다염화이중페닐(polychlorinated biphenyls)이 포함된 분진에 노출되었고 ② 업무교대를 하지 못했는데, 이 두 가지 요인은 모두 선행연구에서 유방암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입증된 것들이다.

지난주 하워드 소장은 과학위원회의 보고서에 제시된 암의 목록을 100% 수용한 최종 보상안을 발표했다. 이 보상안은 과학위원회의 보고 내용과 근거 자료에 의존하여 작성되었지만, "개인별 노출 정도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며, 이로 인해 테러에의 노출과 특정 암 발생 간의 명확한 과학적 분석이 불가능했다"고 언급하며, 엄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에 과학위원회의 의장을 맡은 미국 암학회의 엘리자베스 워드 박사(역학)는 1964년 미 공중보건국이 발표한 「흡연과 암의 관련성에 관한 보고서」를 예로 들며, "우리는 직접적 데이터가 없을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최선의 과학적 접근법을 사용했다. 우리는 선행연구들과 축적된 지식을 이용하여 최선의 결론을 내렸다. 예컨대 전립선암을 보상목록에 포함시킬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우리는 `작업장에서의 노출과 전립선암의 관련성을 입증한 선행연구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8:7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말하며 보고서의 타당성을 적극 변호했다.

그러나 워드 위원장의 말에는 진실성이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 과학위원회 위원들이 의논 도중에 주고받은 이메일에 의하면, 존스홉킨스 의대의 버지니아 위버 박사(환경보건 전문가)는 위원회가 랜싯에 발표된 선행연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위버 박사는 위원회의 접근방법이 너무 포괄적이라고 지적하며, "과학적 타당성이 입증된 암(癌)만을 먼저 보상 목록에 포함시킨 다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암에 대해서는 추후 검토를 거쳐 포함 여부를 결정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신의 이메일 내용이 구설수에 오르자 이에 대한 Science의 논평 요청을 거부했다.

NIOSH가 발표한 보상안에 대한 과학계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NIOSH의 결정을 비난하고 있다. "9/11이 인간에게 암을 유발했다는 주장에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 고용량의 방사선에 노출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발암물질에 잠깐 노출됐다고 하여 암이 발병하지는 않는다"고 MD 앤더슨 암센터의 도널드 베리 박사(생물통계학)는 말했다. 그러나 다른 과학자들은 NIOSH와 과학위원회를 옹호하고 있다. "과학위원회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종류의 암을 보상 목록에 포함시켰지만, 이는 다른 기관(예: 국제 암 연구소; IARC)들도 채용하고 있는 잘 인정된 기준(well-accepted standards)에 따른 것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워싱턴 의대의 그레이엄 콜디츠 박사(역학)는 말했다.

"1994년 미국 학술원의 위원회가 베트남 참전용사들의 특정 질병을 고엽제(에이전트 오렌지)의 후유증으로 인정하는 보고서를 제출했을 때도, 이번과 동일한 방법론이 사용됐었다. 과학자들이 이번 결정에 대해 이견을 보이는 것은 `인과관계`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암물질에 한 번 노출되면, DNA가 손상되지 않더라도 암의 발병에 기여할 수 있다"고 콜디츠 박사는 덧붙였다. 환경보건 전문가인 매사추세츠 대학의 조엘 티크너 박사도 NIOSH가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는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과학적 판단이 애매한 경우, 위험한 상황에서 국민에게 봉사한 특수직업 종사자들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그는 말했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9/11 생존자 및 구조자들에 대한 건강 및 재정적 보상」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많은 나라들에게 타산지석의 교훈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아무쪼록 대선을 앞둔 포퓰리즘이나 퍼주기 논란을 불식시키되, 소방대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애국심과 시민의식을 손상시키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나기를 기대해 본다.

※ 원문정보: JOCELYN KAISER, "Cancers Join List of Illnesses Linked to 9/11 Attacks", SCIENCE VOL 337 21 SEPTEMBER 2012

키워드 : 911, 암, 미 국립 직업안전 보건연구소, 재드로거 법

출처: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원문: http://www.sciencemag.org/content/337/6101/1447.full

연도: 2012-09-22

제공:kisti,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2.10.06 11:54

<저작권자 © 자닮,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kisti